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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시티① : 발전소 없는 발전회사

  • 2014.09.01(월) 12:15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여름이면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개최되는 '버닝맨 축제'라는 곳에 가족들과 함께 참석한다. 지난 2005년도 버닝맨 축제에서 사촌인 린든 라이브가 '뭔가 좋은 일을 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라고 하자 태양광 발전 회사를 설립하면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린든 라이브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 2006년 7월 '솔라시티(Solarcity)'를 창업했다.
 

▲버닝맨 축제의 장면. 구글에서 영문 ‘burning man photos’로 이미지를 검색하면 버닝맨 축제가 얼마나 독창적인 것인지 볼 수 있다.


솔라 시티의 사업 모델은 간단하다.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돈으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해 준다. 20년간 매월 전기요금(태양광 시설 임대료)을 받기로 계약한다. 전기요금은 기존 전력회사보다 싸게 책정하고 20년간 올리지 않는다.

▲솔라시티 로고. 아래에는 ‘스마트한 미래의 녹색 전기’(Smart Green Utility of the Future)라고 쓰여 있다.

 

8월 현재 솔라시티는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을 보이고 있다. 창업한 바로 이듬해인 지난 2007년도에 캘리포니아 주에서 가장 사업 규모가 큰 가정 태양광발전기 설치 회사로 등극했고 지난 2011년에는 미국 1위의 가정용 태양광 발전기 설치회사가 됐다. 지난 2013년에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태양광 설치회사로 순위는 한 단계 낮아졌다. 하지만 태양광 시장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솔라시티는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솔라시티의 분기별 사업실적. 지난 2012년 1분기 30MW 설치에서 지난 2013년 4분기에 80MW로 늘어났다.

 

▲솔라시티 창업 주역들이 솔라시티를 나스닥에 상장하는 날 환하게 웃고 있다. 가운데가 엘론 머스크 회장, 오른쪽이 사촌이자 실질적인 운영자인 린든 라이브 사장이다.


태양광 발전시설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이 있어야만 경제성이 나온다. 보조금이 없는 미국에서 무상으로 설치해 주고 돈을 버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태양광 발전 자체가 경제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개인이 태양광 발전기를 주택에 설치하면 장기적으로는 무조건 이익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기적인 혜택을 얻기 위해 목돈을 지불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설령 목돈을 지불해서 설치를 하고 싶더라도 집, 학자금 융자 등으로 목돈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솔라시티는 모건 스탠리 등 유수의 은행에서 투자를 받아 설치 비용을 해결하는 방식의 사업모델을 만들었다. 자동차를 36개월 할부로 판매해 더 많은 사람들이 '지를' 수 있도록 만들었듯이 태양광 발전 장치도 장장 240개월 할부로 '지를'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솔라시티의 본질은 태양광 발전기 임대 사업이다. 고객들은 태양광 발전기 임대료를 지불하지만 자체 생산한 전기를 쓰게 되면서 전기요금이 낮아져 이익을 얻게 된다.


이런 사업 모델의 한가지 문제는 사업이 확장될수록 회사의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이다. 20년 계약 기간의 중간지점인 10년째에 설치에 들어간 만큼의 돈을 회수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도 설치비 회수에 120개월이 걸린다. 만약 1000억원 상당의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면 설치가 끝난 다음달에 들어오는 수입은 8억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번창할 수록 목돈이 들어가서 빚이 되고, 투자한 돈에 비해서 훨씬 적은 푼돈이 들어오는 구조다.

 

▲솔라시티 직원들이 월마트 옥상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솔라시티는 상업시설에도 발전소를 설치한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엄청나게 위험해 보이는 태양광 사업이 보조금도 나오지 않는 미국에서 날이 갈수록 번창하고 있다. 실제로 솔라시티의 주가는 수직 상승했으며 월가 은행가들도 대부분 솔라시티의 미래를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기존 전력회사의 사업모델도 태양광 발전회사인 솔라시티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솔라시티의 주가는 상장 이후 7배 가량 상승했으며 8월 현재 월가에서 가장 뜨거운 주식으로 거론 되고 있다.


기존 전력회사의 사업 모델은 다음과 같다. 우선 많은 돈을 빌려서 대형 발전소를 짓고 전력망에 연결한다. 평생 요금을 받기로 계약을 한다. 전기요금은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조정한다. 대부분의 경우 지속적으로 올린다. 결국 화력 발전 회사나 태양광 발전 회사는 큰 빚을 내서 만든 시설로 전기를 만들어 팔아서 장기간에 걸쳐 투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낸다는 점이 같다. 그런데 솔라시티는 급성장하고 있는 반면 기존 발전 회사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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