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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변화의 시작 : 배출권 거래제①

  • 2014.09.24(수) 08:21

지난 2012년에 도입이 한차례 연기된 이래 한동안 잠잠했던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오는 2015년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확정되면서 ‘탄소’가 다시 화두로 부상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고안된 배출권거래제의 영어 본명은 ‘Cap and trade’로 대형시설의 배출 한도(cap)를 정하는 규제를 적용하지만 배출 한도를 초과해서 배출한 시설과 배출 한도 보다 적게 배출한 시설이 서로 실적을 사고 팔 수 있게 한 점이 좀 색다르다.


이렇게 오염배출량을 거래할 수 있게 한 것은 기업에게 유연성을 주기 위해서다. 봄이면 우리나라의 하늘을 뿌옇게 만드는 미세먼지는 먼지가 배출된 곳에서 얼마나 가깝게 있느냐에 따라 피해를 입는 정도가 달라진다. 그래서 중국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을 줄이려면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흔히 ‘탄소’라고 일컫는 이산화탄소는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양이 배출되었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어디에서 배출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모든 시설이 조금씩 줄이는 게 아니라 여러 시설 중 가장 적은 비용으로 많이 줄일 수 있는 시설이 다른 시설이 줄여야 할 몫까지 줄여도 아무 상관없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기도 하다. 산업마다 시설마다 줄일 수 있는 역량이 다르고 비용이 다르고 줄일 수 있는 시점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새로운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이 등장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기대와 상상력이 더해져 한때 ‘탄소거래’가 돈버는 비즈니스가 될 거라는 기사가 다수 나왔었다. 탄소배출권거래소를 유치하면 최대 5000여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와 일부 지자체들 사이에서는 치열한 유치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사실과 거리가 아주 멀다. 많은 배출권이 할당되지만 할당된 배출권의 대부분은 해당 기업과 시설이 그대로 가지고 있다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맞춰 연말에 그대로 정부에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적당한 시기에 좀 비싸게 팔았다가 적당한 시기에 좀 싸게 사오는 방법으로 차액을 남길 수는 있지만 이런 식의 거래는 굉장한 리스크를 동반하기 때문에 왠만한 기업에서 실무자가 책임지고 실행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더해 투기를 하기가 어려운 다른 이유는 정부가 판단해서 배출권을 시장에 더 유통시켜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배출권은 아파트가 아니다. 정부의 판단에 따라 그때 그때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배출권 거래와 관련된 리스크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시작부터 과도하게 배출권을 할당하게 되면 과잉공급으로 모든 기업이 충분한 양을 손에 쥐고 있다가 그대로 반납하면 되기 때문에 배출권 거래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불경기로 공장이 문을 닫고 소비가 줄어들면 배출권이 남아돌게 되어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 가격 폭락 자체는 불경기에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지만 투기목적으로 배출권을 보유하고 있던 업체는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다. 한마디로 투기해서 돈을 벌기에는 리스크가 많은 시장이다.


사실 탄소 배출권 거래제의 도입은 새로운 환경규제 도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과거 환경규제는 산업 활동에서 배출되는 특정한 오염물질이 덜 배출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에너지자원은 그대로 사용하되 이런 물질을 태울 때 부수적으로 나오는 일부 공해물질을 줄이자는 게 과거의 환경 규제다. 버스에서 검은 매연이 나오지 않게 한 것이나 매연이 배출되지 않는 천연가스 버스로 교체하는 활동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포함한 ‘지구온난화-기후변화’ 관련 규제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태우는 양 자체를 줄여야만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석탄, 천연가스를 사용하되 여기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땅에 묻어버리면 괜챦다 라는 해법이 제시되었지만 아직 현실화 되지 않았다. 현실화 되더라도 이렇게 할 경우 많은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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