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 보통 사탕을 준다. 식후 디저트를 겸해서 입가심하라는 의미로 알고 있다. 밥 잔뜩 먹고 또 무슨 달콤한 사탕이냐 싶어 먹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식후에 먹는 사탕은 단순히 입가심을 한다는 목적이 전부가 아니다. 식후에 먹는 사탕에는 나름의 과학적이고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식후에 먹는 디저트의 대부분은 달콤한 것들이다. 식당에서 나누어 주는 박하사탕이 그렇고, 디저트로 먹는 과일이나 초콜릿도 기본적으로 단 음식이다. 식후에는 왜 달콤한 음식을 먹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화 잘 되라는 뜻인데 여기에도 까닭이 있다. 첫째는 과학적 이유다. 식사 때 먹는 밥이나 빵, 국수 혹은 고기는 탄수화물이 됐건 단백질이 됐건 모두 고분자다. 바로 소화가 되지 않는다. 입으로 씹어서 잘게 부순 후 위와 장으로 넘겨져야 그 속에서 각종 소화 효소가 작용해 탄수화물은 엿당을 거쳐 포도당으로,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후 체내로 흡수된다.
막 식사를 했을 때는 음식물을 씹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고분자 덩어리이기 때문에 위와 장에서 바로 소화효소를 분비할 필요가 없다. 효소가 작용할 수 있도록 더 분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저트로 사탕이나 과일, 초콜릿을 먹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탄수화물이 아닌 당류가 들어왔기 때문에 소화 효소가 즉시 일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위와 장에서 바로 소화효소를 분비한다. 사탕이나 과일, 초콜릿처럼 식후에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 까닭은 단순히 입가심 때문만이 아니라 소화를 돕기 위해서다.
식후 사탕을 먹는 또 다른 이유는 역사적인 배경 때문이다. 지금이야 설탕이나 사탕이 비만의 주범으로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 옛날 사탕은 아무나 먹는 식품이 아니었다.
사탕을 만드는 원료인 사탕수수는 원산지가 인도로 아랍을 거쳐 유럽에 전해졌다. 고대 유럽에서는 재배 자체가 불가능한 수입품이었기 때문에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연회와 축제 때처럼 특별한 날에만 귀족과 부자들이 먹었다. 중세 시대에도 사탕을 먹는 나라와 계층은 아랍과의 무역으로 부를 쌓았던 베네치아와 피렌체의 부자들뿐이었다. 사탕이 여전히 동방에서 전해진 귀한 무역품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이런 귀한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지는 못했다. 특별한 경우에 의약품으로만 쓰였다. 사탕을 약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고대 로마의 역사가 플리니우스가 쓴 박물지에 나온다.
의약품 용도로는 주로 감기약이나 소화제로 사용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설탕을 감기와 오한 치료제로 썼다. 다른 약과 함께 처방을 했는데 약의 쓴 맛을 없애기 귀해 달콤한 설탕으로 옷을 입혔다. 지금의 당의정(糖衣錠)이다. 지금 아이들이 군것질로 먹는 사탕, 캔디는 비로 중세시대에 약으로 만든 당의정에서 발달했다.
또 하나는 소화제다. 엄청 먹었던 중세 유럽의 귀족들은 식사를 마치고 나면 반드시 소화제가 필요했다. 고대에는 꿀에 절인 과일을 먹었지만 돈 많은 부자들은 동방의 귀한 음식인 설탕, 즉 사탕을 먹었고, 초콜릿이 전해진 이후에는 초콜릿을 식후 디저트로 삼았다.
디저트가 하나 같이 달콤한 식품인 이유, 식당에서 사탕을 나누어 주는데도 다 역사와 유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