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축적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생산과 유통 활동에 참여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의) 부가가치가 높은 기업이나 산업에 투자하여 자본이익을 거두는 것이다.
대부분의 재산을 공익기관, 자선단체에 기부하였다는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는 가격과 가치의 균형과 불균형 현상을 남보다 빨리 읽어내는 눈으로 금융시장에서 천문학적 부를 일궈냈다. 버핏은 미래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거나 가치에 비하여 가격이 낮은 상품에 투자한 다음, 때를 기다렸다. 소로스는 시장에서 가치와 가격의 틈새가 커질 때 시장 간 또는 시차를 둔 차익거래에 베팅하였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결정되는 가격의 바탕은 당해 상품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다. 실물상품의 (효용)가치는 상당히 주관적이어서 그 크기를 계산하기 어렵다. 그러나 금리·주가·환율 같은 금융상품 가격에는 현재와 미래의 경제상황이 반영되므로 객관적 내재가치를 추정할 수 있다.
먼저, 실물상품은 크게 사용가치와 회소가치로 나뉜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품은 사용가치에 따라 수요량과 가격이 결정되지만, 인간의 허영심을 자극하거나 소유욕구, 지적욕구를 충족시키는 재화와 서비스는 회소가치가 더 큰 영향을 끼친다.
환경에 따라 회소가치와 사용가치가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 쉬운 예로 절해고도에 조난당한 로빈슨 크루소에게 감자 한 알의 가치는 그만한 크기의 다이아몬드보다 더 클 수도 있다. 누군가 그 로빈슨에게 감자를 팔고, 다이아몬드를 사들일 기회를 잡는다면 단박에 큰돈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금리, 주가, 환율 같은 금융상품 가격에는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국제수지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당해 기업과 함께 거시경제 현상을 관찰하면 상품 자체에 내재하는 본질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
① 채권시장에서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값이 중장기적으로 균형금리가 된다. 만약, 성장률과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판단되면, 금리가 내리기 전에 고금리 장기채를 미리 사두면 상응하는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채권은 지불불능위험의 대가로 리스크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금리는 높아진다. 신용경색 상황이 벌어져 시장에서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이 형성되었을 때, 부도위험이 작은 채권을 고를 수 있다면 그만큼 특별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② 주식시장에서는 주당 (예상)순이익을 금리로 할인(discount)한 가격이 당해 기업의 내재가치 즉 균형주가가 된다. 예컨대, 주당 순이익이 500원이고, 금리가 5%라고 가정하면 적정주가는 1만(500/0.05)원이다. 만약 주당 순이익이 450원으로 줄어들어도 금리가 4%로 하락한다면 주가는 1만1250(450/0.04)원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반대로 주당 순이익이 550원으로 늘어나도 금리가 6%로 상승한다하면, 주가는 9167(550/0.06)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여기서 금리는 당해 기업의 신용등급에 따른 시장금리다.
③ 외환시장에서는 국제수지가 균형을 이루는 상황에서의 시장환율이 적정수준이라고 가늠할 수 있다. 폐쇄경제에서는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룰 때의 환율이 균형환율이 되겠지만, 개방경제체제에서는 외국인의 대내투자, 내국인의 대외투자를 포함한 국제투자수지(International Investment Payment)가 균형을 이룰 때의 (시장)환율이 균형환율이다. 국제투자수지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될 때는 원화자산에 투자해야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국제투자수지가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되면, 외화자산에 투자해야 투자자는 이익을 내고, 외환시장은 균형을 찾아가게 된다.
금융상품 가치의 기본 바탕이 되는 성장, 물가, 고용, 국제수지 같은 경제현상은 끓임없이 변화하므로 환율, 금리, 주가도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 쉬지 않고 변동한다. 내재가치에 비하여 현재가격이 낮거나, 미래가치가 높아질 금융상품을 찾아내는 길이 자본이득(capital gain)을 실현할 수 있는 투자의 왕도가 된다. 문제는 대부분 투자자들이 심지어 오랫동안 금융시장에 종사한 전문가들도 이 평범한 이치를 망각하거나 무시하기 쉽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