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체제에서 대부분 경제 변수들은 서로간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가지며 팽창하고 수축하는 공동변화 현상을 나타낸다. 상호의존 관계가 갈수록 깊어지는 지구촌 경제에서 전체가 아닌 부분만을 보고 판단하다가는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범하거나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공동변화(co-movement)` 현상을 무시하는 투자판단 또는 정책판단은 `시장의 역습`을 당하게 되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치르곤 한다.
저축, 투자, 소비 같은 경제활동의 결과인 성장·물가·고용·국제수지 같은 거시경제 총량지표들도 불가분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경제적 성과와 미래의 기대치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금리·주가·환율 같은 금융시장 가격변수들도 유기적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는 국가 간의 경제 지표들도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직간접 영향을 미치며 공동변화 한다.
2015년 3~4월의 시장 상황을 읽어보자. 미국금리 인상논의가 고개를 들자, 핫머니 유출이 우려된다며,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초반에서 1130원까지 상승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제로인플레이션(zero inflation) 내지 마이너스물가 상황에서도 금리가 주춤하며 주식시장도 일시적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 고용지표가 기대치보다 저조하여 경기회복이 쉽지 않아 금리인상이 어렵다는 뉴스로, 원화 환율이 1080원대로 금방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를 기대하여 국고채(3년)금리가 기준금리보다도 낮은 1.70%까지 하락하였다. 성장률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어도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까닭은, 주가는 미래의 기대이익을 금리로 할인한 값으로, 시장이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의 기본은, 모든 경제현상 내지 경제변수들이 따로 따로 움직이지 않고 공동변화 하는 모습을 읽는데서 비롯된다. 모든 경제지표들이 서로 맞물려 변화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특정 부분만이 아닌 부분과 전체와의 인과관계, 상관관계를 거시적으로 관찰하는 일이다.
자산시장 특히 주식시장에서 크게 손해 본 투자자들의 공통점은 시장의 공동변화 현상을 읽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춤추는 정보를 따라 덩달아 사고팔고 하다보면 풍문이나 거짓 정보에 솔깃하여 엉뚱하게 판단하기 쉽다. 어쩌다 소 뒷걸음치며 쥐 잡는다는 경우는 있어도, 중장기 손실을 피해가기 어렵다.
정책판단에 따라 특정 부분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거나 내리려고 하면 다른 부분과의 균형을 깨트려 경제적, 사회적 비용이 확대된다. 2000년 초반이후 끈질긴 경기부양정책으로 유동성을 장기간 확장하고 카드사용을 권장하며 억지로 소비를 부추겼다. 풀린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과소비와 함께 주식과 부동산 급등락 과정에서 가계부실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경기활성화 대책이 결국 소비수요기반을 잠식시켜 오히려 장기침체 나락으로 빠지게 하였다. 경제변수들의 공동변화 현상을 무시한 단기업적주의에 대한 시장의 역습이다.
거시경제 전체를 조망하지 않고, 경제변수들이 공동변화 한다는 사실을 외면하거나 특정 부분만을 들여다 보다가는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의 균형을 가늠하지 못하여 시행착오가 일어난다. 시장의 쏠림현상이든 정책오류 때문이든, 시장이 기초경제여건과 크게 괴리되어 움직일 경우, 반드시 시장의 역습이 기다린다.
미국의 노동시장 변수가 각국의 외환시장은 물론 채권시장, 주식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공동변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장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며 휘청거리는 모습은 그만큼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하나의 반증이다. 그만큼 시장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