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여성임원 비율이 높은 곳은 CJ·현대백화점·신세계그룹이다. 모두 유통사업을 하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7개그룹은 여성임원이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워치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인 31개 대기업 그룹의 275개 계열사(상장회사 및 비상장사 중 사업보고서 제출법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여성임원비율 높은 곳 유통업종
이들 그룹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CJ그룹은 총 10개 계열사에 30명의 여성임원이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임원 대비 여성임원비율은 10.6%로 31개 대기업 그룹 중 가장 높다. 여성임원 30명 중 등기임원은 3명, 미등기임원은 27명이다.
CJ그룹에서도 CJ제일제당의 여성임원이 가장 많았다. 등기임원은 없지만 여성 미등기임원만 12명이 재직중이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여성임원은 14명으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여성임원이 두 명 더 늘었다. 14명 여성임원 중 내부 승진이 1명, 외부 경력자가 13명이다. 대부분이 경력입사자로 내부 승진을 통해 임원이 된 비율은 극히 낮은 점이 특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여성임원비율은 8.1%로 대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총 126명 임원 중 여성임원은 11명이다. 등기임원 없이 미등기임원만 11명이다. 현대백화점 그룹에서 여성임원이 가장 많은 계열사는 의류제조업체 한섬이다. 한섬에서만 여성 미등기 임원 7명이 재직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전체 169명 임원 중 11명이 여성임원이다. 전체 임원대비 여성임원비율은 6.5%다. 신세계, 이마트,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여성임원들이 재직중이다.
여성임원비율이 높은 CJ와 현대백화점, 신세계 그룹의 공통점은 여성이 주 소비층인 유통 식품 의류업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여성임원이 단 한곳도 없는 그룹도 있다. 농협·LS·영풍·대우조선해양·한국투자금융·KCC·하림 등 7개 그룹의 37개 계열사를 조사한 결과 단 한명의 여성임원도 없었다.
#여성 등기임원 오너·사외이사 빼면 7명
한편 31개 대기업 그룹에서 이사회멤버인 여성등기임원 수는 2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등기임원 1769명 가운데 1.1%를 차지한다.
20명 여성 등기임원 가운데 11명은 사외이사다. 삼성전자·삼성전기·현대캐피탈·SK이노베이션·롯데칠성음료·롯데케미칼·롯데쇼핑·CJ ENM·S-OIL·효성·KT&G 등 11개 기업의 사외이사진에 여성이 포함돼 있다.
물론 사외이사도 대기업 경영에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주체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거수기’ 비판 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경영인인 여성임원과 비교해 사외이사 여성임원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손병옥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대표는 "사외이사는 경영진을 감시하는 워치독(watchdog)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며 "다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사외이사가 거수기 역할만 하는 등 논란이 있기 때문에 평가가 낮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성등기임원 중 사외이사를 제외한 사내이사 9명 중에선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와 정성이 이노션 사내이사 등 오너일가가 2명이다. 이들 역시 전문성을 인정받는 경영자이지만 일반 임직원과는 엄연히 출발점이 다르다.
오너일가가 아닌 순수 전문경영인 가운데 등기임원은 시큐아이(삼성)·에스코어(삼성), 아이리버(SK), 포스코엠텍, 미래에셋캐피탈, 스튜디오드래곤(CJ)에 7명이 재직중이다.
결과적으로 사외이사나 오너일가를 제외한 여성등기임원은 31개 대기업에서 7명에 불과하다. 전체 등기임원 대비 비율은 0.39%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주요 상장기업의 이사진에 여성을 3분1이상 임명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주목을 받고 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 이사회는 특정 성(性)의 이사가 3분의 2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