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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속 '김은실 팀장' 임원이 될 수 있을까

  • 2019.12.03(화) 14:09

<김보라의 UP데이터>-데이터로 보는 82년생 김지영③
상장법인 10곳 중 7곳은 여성임원 한명도 없어
이코노미스트 "한국 고지식한 사회규범, 공정성 최악"

독자 여러분이 다니는 회사에 여성임원은 몇 명이나 되는지 아시나요. 아마 숫자를 세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여성이 임원으로 재직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죠.

국내 상장기업의 여성임원 수를 공표하도록 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공공기관 및 주권상장법인의 성별 임원 수를 조사하고 공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된 건 지난해 2월의 일이죠. 우리 회사 여성 임원이 몇 명인지를 알 수 있게 된 것이 채 2년이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자료=네이버 영화]

#상장법인 평균 여성임원비율 '4%'

지난 10월 여성가족부는 최초로 국내 전체 상장법인 2072곳의 여성임원을 전수조사해 평균 여성임원 비율을 발표했는데요. 그 결과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상장법인 2072개사의 여성임원 비율은 4%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상장법인 2072개사 전체 임원 수는 2만9794명입니다. 이 중 여성임원은 1199명입니다. 여성임원이 1명 이상 있는 기업 수는 665개로 전체의 32.1%에 불과했습니다. 10곳 중 7곳은 여성임원 자체가 없는 기업인 것이죠.

올해 3월 비즈니스워치가 세계여성의날을 맞이해 2018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31개 대기업 그룹 275개 계열사(상장회사 및 비상장사 중 사업보고서 제출법인)을 조사한 결과, 등기 및 미등기 여성임원은 전체 임원의 3.1% 수준이었습니다. 관련기사 <대기업 여성임원 3%…공기업은 10%>

여성임원이 많은 기업은 ▲CJ그룹 (10.6%) ▲현대백화점그룹(8.1%) ▲신세계그룹(6.5%) 순으로 대부분 유통사업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기업들이었습니다. 반면 ▲현대자동차(2.8%) ▲포스코(1.9%) ▲S-OIL(1.5%) 등 한국 산업의 핵심으로 불리는 자동차·철강·석유화학 업종 기업들은 여성임원 비율이 낮았습니다.

#공기업 여성임원비율 정부목표 20%현실은 10%

정부는 2017년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계획'을 수립해 여성 대표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였죠. 정부는 2022년까지 여성 고위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 비율을 각각 10%, 2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인 공기업의 여성임원비율도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올해 초 비즈니스워치가 2018년 36개 공기업(시장형·준시장형) 결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체 임원 중 여성임원비율은 10.7%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요 대기업 평균(3.1%)보다는 나은 수준이지만 임원 10명 중 대다수인 9명이 남자인 것이죠.

분석대상 36개 공기업 중 한국석유공사, 한국수력원자력, 강원랜드, 한국광물자원공사, 부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한국전력기술, 주택도시보증공사, 에스알 등 9개는 여성임원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여성임원을 늘리기 위해 지난 9월 내년부터 모든 공공기관에 최소 1명 이상의 여성임원을 임용하도록 하는 '범정부 균형인사 추진계획'을 수립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여성임원이 1명도 없는 곳은 내년부터 반드시 1명 이상의 여성임원을 임용해야 하며 이에 따른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2의 김은실 팀장은 임원이 될 수 있을까

지난 3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8년 유리천장 지수'를 발표했습니다. 유리천장지수는 이코노미스트가 2013년부터 OECD회원국을 대상으로 직장 내 여성차별 수준을 평가해 발표하는 지수입니다. 지수가 낮을수록 직장 내 여성차별이 심하다는 뜻이죠.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국가 중 한국은 유리천장 지수가 가장 낮은 국가로 나타났습니다. 1위인 스웨덴이 유리천장지수 80점이 넘는 반면 한국인 20점을 간신히 넘겼는데요.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유리천장지수에 대해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국가들은 여성들이 대학을 이수하고 일자리를 확보하도록 돕는데 익숙하며 여성들의 육아휴직을 지원하고 이사회 내 여성의무할당량을 통해 대표성을 높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유리천장지수가 최하위로 나타난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고지식한 사회 규범을 가진 한국과 일본은 공정성이 최악"이라며 "한국과 일본은 여성이 남성보다 집안일을 5배 더 많이 하는 등 가정 분업이 불균형하고 일을 선택한 여성들은 최고의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남자들은 기업 내 승진에 늘 선택 받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에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멋진 커리어우먼 김은실 팀장이 나옵니다. 김지영이 결혼 전 홍보대행사에 다닐 때 팀장으로 있었던 김은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여자도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커리어우먼의 표본이었습니다. 소설은 김은실 팀장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김은실 팀장은 4명의 팀장 중 유일한 여자 팀장이었다. 초등학생 딸이 하나 있는데, 친정어머니와 함께 살며 육아와 가사는 완전히 어머니께 맡기고 본인은 일만 한다고 들었다. 누군가는 멋지다고 했고 누군가는 독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뜬금없게도 남편을 칭찬했다. (중략) 김은실 팀장은 여자 같지 않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회식 자리에 끝까지 남았고, 야근과 출장도 늘 자원했고, 아이를 낳고도 한 달 만에 출근했다.

회사에 충실하고 일적 성과를 보였지만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은실 팀장은 회사 임원 자리까지는 오르지 못합니다. 결국 회사를 나와 독자 회사를 차리죠.

회식자리에 끝까지 남고 야근과 출장을 자원하고, 출산하고도 한 달 만에 출근했지만 임원에 오르지 못한 김은실 팀장은 한국의 단단한 여성 유리천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제2의 김은실 팀장이 될 우리는 여성임원까지 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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