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이끌어 갈 나이가 어린 세대. 또는 앞으로 태어날 세대
국립국어원이 규정하고 있는 '미래세대'의 정의입니다. '미래'라는 단어는 대체적으로 긍정적 어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좀 더 발전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단어로 대변되곤 하죠. 최근 정치권에서는 정치혁신의 일환으로 미래세대인 청년이 주인이 되는 정치가 필요하다며 미래통합당이라는 이름의 중도·보수 통합신당이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미래세대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우울하고 그늘진 미래를 꿈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난 1월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청년 희망사다리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청년(19~34세) 10명 중 6명은 '노력을 해도 계층이동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들이 미래를 암울하게 보고 있다는 뜻인데요.
비단 사회적 계층이동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 국민연금 재정고갈로 인한 노후불안,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떠안아야 할 복지 부담 등 청년들이 미래를 암울하게 볼 수밖에 없는 요인들이 산재해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해 기후변화와 관련한 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청년은 "내가 태어나지도 않은 시기에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나타나는 기후변화 문제들을 온전히 청년인 나에게 책임지라고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청년들의 암울한 미래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미래세대가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보다 공정한 사회·경제적 구조 및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미래세대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 등 야당의원 10명은 5일 '미래세대 기본법안'을 발의하고 미래세대 권익을 보호하고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는 내용들을 법안에 담았습니다.
미래세대 기본법은 총 21개 조항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법안은 미래세대를 '아직 출생하지 않은 사람을 포함해 경제·사회·환경 분야에서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주장할 수 있는 선거권이 부여되지 않거나 정치적인 권리를 효과적으로 주장하기 어려운 18세 이하 연령층'으로 규정했습니다.
반면 현재세대는 정치·경제·사회·환경 분야의 가용 자원 활용에 대한 선거권 등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19세 이상의 연령층으로 나눴습니다.
미래세대 기본법에 따라 정부는 만 18세 이하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수립과 이를 시행하기 위한 예산편성, 관련 교육제도 등을 마련해야 합니다.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는 20년 단위로 미래세대 권익보호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5년단위로 이행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야합니다. 또 미래세대 권익보호와 세대 간 형평성 달성을 위한 위원회(이하 미래세대위원회)를 설립해 미래세대를 위한 기본계획의 수립, 변경에 대한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도 미래세대 기본계획을 20년 단위로 수립하고 이행계획은 5년 단위로 수립해 추진해야 합니다. 또 정부와 지자체의 추진상황을 2년마다 점검해 그 결과를 관계 중앙행정기관장에게 송부하도록 했습니다. 단순히 계획을 수립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닌 제대로 추진됐는지 사후검증까지 하겠다는 것이죠.
미래세대 기본법이 20대 국회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두 차례 미래세대 기본법이 나왔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습니다.
가장 먼저 등장했던 미래세대 기본법은 2015년 8월 당시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한 '미래세대의 권익보호를 위한 기본법안'입니다. 같은 해 10월 김세연 당시 새누리당 의원도 미래세대 기본법안을 대표발의했는데요. 해당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지난 5일 김세연 의원이 대표발의한 미래세대 기본법안과 동일한 내용입니다.
원혜영 의원이 발의한 미래세대의 권익보호를 위한 기본법안은 미래세대의 범주를 좀 더 넓혔습니다. 김세연 의원안이 선거권을 기준으로 만 18세 이하를 미래세대로 규정했다면 원혜영 의원안은 35세 이하 연령층을 미래세대로 규정했습니다. 미래세대 범주에 청소년을 넘어 청년까지 포함한 것이죠.
김세연 의원이 2015년 발의한 미래세대 기본법안은 법안의 제안이유나 주요내용, 21개 조항까지 지난 5일 발의한 법안과 동일합니다. 19대 국회 때 발의한 법안을 '복사해 붙이기'로 올린 것이죠.
20대 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오는 4.15총선(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성공을 위해 각당 의원들이 지역구 활동을 펼치는 상황에서 이번 국회 회기내 미래세대 기본법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