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엔 10억원 아래서도 거래가 없었는데 이달 들어서는 값이 점점 오르면서 계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잠실 P공인)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는 1주택자 매물부터 값이 2000만~3000만원 오르더니 다주택자 물건도 덩달아 값이 올랐어요."(개포동 C공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4·1 부동산 대책의 주요 내용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공급면적 112㎡형은 최근 매매 시세가 10억5000만원으로 한달 전에비해 1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3월말에는 급매물이 9억5000만원에 나왔지만 지금은 가장 싼 1층 매물이 10억2000만원, 대부분은 10억4000만~10억5000만원까지 값을 올렸다.
매수문의 역시 늘어나며 거래도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P공인 관계자는 "이달 들어서만 이 단지에서 22건의 거래가 성사됐다"며 "한 달에 10건도 계약이 안됐던 지난달까지와는 전혀 딴판"이라고 설명했다.
잠실주공5단지는 공급면적 기준 112㎡, 115㎡, 119㎡ 등으로 3930가구 모두 전용면적 85㎡ 이하다. 4·1부동산 대책의 양도소득세 5년 면제 조치의 직접적 수혜를 받는 대상이다. 최근 서울시가 이 단지의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한다는 소식까지 겹치면서 집 사려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급해지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 단지 115.7㎡형 매매시세는 지난달 29일 9억8500만원에서 이달 19일 현재 10억4000만원으로 5500만원 올랐다. 잠실주공5단지뿐 아니라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도 4·1대책의 훈풍을 타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같은 기간 101.7㎡형 매매 시세가 7억5750만원에서 7억9000만원으로 3250만원 상승했다. 개포동 주공2단지 61㎡형은 8억3500만원에서 8억5000만원으로 값을 올렸다.
특히 개포 주공은 1주택자 매물 중심으로 호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주택자가 내놓은 매물이 먼저 2000만~3000만원 가량 값이 오르더니 최근에는 다주택자 매물 가격도 따라 오르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오른 가격에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진 않고 있다.
개포동 C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집값을 올려 내놓고 있지만 그 값에 계약은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포주공1단지 42㎡형의 경우 7억1000만원까지 값을 올렸지만 매수희망자들은 7억원 이하 매물을 찾고 있고, 49㎡의 경우 8억1000만원까지 시세가 상승했지만 8억 이하면 사겠다는 이들만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시한부인 취득세 감면 혜택이 6월말 끝나기 때문에 종료시점을 앞둔 내달부터는 거래가 더 활발해지지 않겠냐는 기대도 있다. 또 재건축에서 시작된 봄바람이 강남권 중대형 신축 고가 아파트 단지들로 이어질지도 관건이다.
이미윤 부동산114 과장은 "양도세 감면 조건에 '전용면적 85㎡ 이하'가 포함되면서 강남 재건축 단지가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며 "재건축부터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활발해지면 차츰 중대형이나 강북권 아파트까지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