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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지방분양]上 "경고등 켜졌지만 씽씽"

  • 2015.09.08(화) 15:44

지방 광역시 청약경쟁률 '수백대 1' 속출
"외지인 불 붙인 시장에 현지 수요 가세"

신호등에 처음 노란불이 들어왔을 때 차들은 속도를 줄였다. 하지만 눈치보던 차들이 하나 둘씩 그냥 달리자 노란불은 있으나마나 해졌다. 부산·대구 분양시장이 꼭 그렇다. 작년 상반기부터 청약과열, 공급과잉 등에 대한 경고음이 나왔지만 청약경쟁률은 오히려 더 뛰었다. 왜 이렇게 과열됐는지, 리스크는 없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4월 부산 수영구 광안동 '부산광안더샵' 1순위 3만4496명 청약(경쟁률 379.1대 1)   

5월 대구 동구 신천동 '동대구반도유보라' 1순위 10만6020명 청약(274대 1)

7월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SK뷰힐스(VIEWHills)' 14만4458명 청약(300.3대 1) *올해 1순위 청약 최다인원 기록

9월 대구 수성구 황금동 '힐스테이트 황금동' 12만2563명 청약(622.1대 1) *올해 최고 청약경쟁률 기록

 

뜨겁다 못해 '펄펄 끓는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부산과 대구, 광주 등 지방 광역시의 신규 분양 시장 얘기다. 8일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 100대 1을 넘은 지방 분양단지는 올 들어서만 16곳이나 된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단 2곳(위례 우남역 푸르지오 161.3대 1, 동탄2신도시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3차 141.4대 1) 뿐이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 '투전판'된 대구·부산 청약시장

 

지난 3일 현대건설이 분양한 대구 수성구 '힐스테이트 황금동'의 1순위 청약에는 일반공급분 197가구(특별공급 84가구 제외) 모집에 12만2563명이 신청했다. 이 단지의 청약경쟁률은 올해 전국 분양 단지 중 가장 높은 622.1대 1이었다.

 

부산에서는 '힐스테이트 황금동'보다 청약 인원이 더 많은 단지가 3곳이나 나왔다. 지난 7월 분양한 SK건설의 '대연SK뷰힐스(VIEWHills)'는 14만4458명,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의 '연제롯데캐슬&데시앙'은 13만6712명, 6월 분양한 GS건설의 '해운대자이2차'는 12만3698명의 청약자를 끌어모았다.

 

지방 분양시장 과열에 대한 경보와 함께 청약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건 작년 상반기부터다. 수도권에 비해 실수요층이 엷고 단기간에 공급량이 많아지고 있어 입주 때에는 올랐던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 분기별 지방 광역시 청약경쟁률 추이(자료: 금융결제원, 건설산업연구원)

 

하지만 오히려 지방 청약시장은 열기를 더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3분기까지 분기 평균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지방 5대 광역시 청약경쟁률은 작년 4분기 33.2대 1로 뛰어 오른 데 이어 올 2분기에는 47.9대 1까지 치솟았다. 반면 수도권은 올 1분기 8.6대 1, 상반기 누적 평균으로는 5.0대 1에 그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작년까지는 외지 투자자들이 불을 붙였다면 요즘은 해당 지역에서 전셋값 상승으로 인한 실수요에, 웃돈을 노린 가(假)수요까지 가세해 청약 경쟁률이 더 높아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들어 지난 5월까지 지방 광역시 분양 승인물량은 작년보다 20.6% 줄었다"며 "신규 공급물량이 줄어든 것도 이들 지역의 청약경쟁률이 치솟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 과열 배경엔 정부 부양책

 

정부의 규제 완화책도 청약시장 과열의 배경이다. 정부는 2008년 최고조에 달했던 지방 미분양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세금감면을 비롯해 금융규제, 청약제도, 전매제한을 완화하는 등의 대대적인 지방 주택시장 부양책을 폈다.

 

지방 미분양은 2008년 10만가구를 넘어 그해 말 사상 최대인 13만8671가구에 달했지만, 수 차례 걸친 미분양 대책과 투자수요 유인책, 이와 맞물린 경기 회복 등의 영향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올해 7월말 현재 지방 미분양은 사상 최소 수준인 1만7241가구까지 감소했다.

 

▲ 대구 수성구 '힐스테이트 황금동'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관람을 위해 길게 줄 서있다.(사진: 현대건설)

 

하지만 분양 재고물량이라 할 수 있는 미분양이 소진되고, 또 과잉 공급 뒤 4~5년 간 신규 아파트 공급이 끊기다보니 신규주택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늘어났고 이것이 과열로 이어졌다. 지금은 당시의 부양책이 지방 청약시장을 '투전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방은 청약 1순위 자격을 갖는데 6개월밖에 걸리지 않고 재당첨 제한이나 전매제한도 전혀 없다"며 "미분양 해소를 위한 투자수요 유인책이 투기를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아직은 괜찮다' '당첨만 되면 수 천만원의 웃돈을 챙길 수 있다'는 군중심리가 지방 분양시장의 리스크 경고를 압도하고 있다"며 "분양 물량의 입주 시기가 몰리면 지역에 따라 집값이 분양가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 자료: 부동산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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