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들이 올들어 최근까지 잇달아 국내선 항공 운임을 인상했다. 이어 대형항공사(FSC, Full Service Carrier)인 아시아나항공도 국내선 항공료를 올렸다. 대한항공 역시 국내선 항공료 인상의 폭과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 전반이 연이어 국내선 항공료 인상에 나서고 있다. 2012년 이후 5년만에 줄인상이다. 국내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요금 상향 시기가 몰린 데다, 수요가 높은 제주 노선에서 LCC 운임은 거의 똑같이 매겨지다 보니 가격 담합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행정 공백기를 틈탄 인상이라는 비판도 있다.
◇ 주말 제주 노선 항공료 예외없이↑
가장 먼저 가격 인상에 나선 곳은 한진그룹 계열 LCC 진에어다. 지난 1월26일(출발일 기준)부터 김포~제주, 부산~제주, 청주~제주 등 3개 노선의 주말 일반·성수기·탄력할증운임을 각각 3~5%가량 올렸다. 이번 인상은 2012년 이후 5년만이었다.
진에어 김포~제주 노선 주말 운임은 기존 7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성수기와 탄력 할증 운임은 9만3000원에서 9만7700원으로 올랐다. 6년간 인건비와 물가 상승에 따른 여객 운영비용 증가를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단 주중 가격은 인상하지 않았다.
이어 티웨이항공이 항공료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2월24일 발권분부터 김포·대구·광주·무안에서 제주를 오가는 국내선 전 구간 운임을 5~11%씩 상향했다. 티웨이의 김포~제주 노선 주말 운임도 7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조정됐다.
이스타항공은 100원 싼 차이를 유지하면서 경쟁사 가격에 다시 맞췄다. 이 LCC도 오는 26일 출발분부터 운임을 많게는 10.6%까지 올린다. 김포~제주 노선은 주말 운임은 7만5900원에서 7만9900원으로, 주말 할증 및 성수기 가격은 9만2900원에서 9만7900원으로 인상한다. 다만 주중 가격은 유지했다.
에어부산도 오는 27일 발권부터 국내선 운임을 인상한다. 주말 김포~제주는 7만9000원에서 8만원으로, 성수기·탄력할증 운임은 8만9000원서 9만5000원으로 오른다. 이 노선에서 운영하던 5만6000원짜리 탄력할인 항공권은 폐지했다. 주중 요금도 김포~제주 노선은 동결했지만 부산~제주와 대구~제주는 각각 2000원 올린 6만원, 6만2000원, 부산~김포는 3000원 인상한 6만2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국내 LCC 1위 제주항공도 오는 30일부터 국내선 주말 운임을 올린다. 주말 일반 김포~제주는 7만6000원에서 4000원 올린 8만원, 성수기·탄력할증운임은 9만3000원에서 9만7700원으로 오른다. 김포·청주~제주의 주중 운임은 동결했지만 부산·대구~제주 운임은 주중과 주말 2000~7200원 인상한다.
◇ 항공 카르텔 '담합 전과'..이번에도?
저가 경쟁을 펼치던 LCC들이 선제적으로 운임을 올리자 대형항공사들도 운임 인상 여지가 생겼다. 지난 21일 아시아나항공은 4월18일 발권분부터 국내선 제주노선 운임을 평균 5%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김포~제주 노선 주중 항공료는 8만2000원에서 8만6000원으로, 주말 9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오른다. 김해~제주는 주말 7만1000원에서 7만4000원으로 인상된다.
국적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도 국내선 운임 인상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다만 아직 인상폭과 시기를 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은 국내선에서 LCC에 비해서는 약 20~30% 높은 수준에, 아시아나보다는 5~10% 높은 가격대에 운임을 정해왔다. 이번에 아시아나가 운임을 올리면 대한항공과 비슷해진다.
LCC 중 가장 막내인 아시아나 계열 에어서울은 현재 국내선을 운항하지 않는 데다 설립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 운임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국내 항공편 이용이 잦은 승객들은 불만이 적지 않다. 수익을 키울 수 있는 해외에서 저가 경쟁을 지속하면서 손쉽게 영업하는 국내 노선에서만 가격을 올린다는 게 마뜩잖다는 반응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중국 여객이 줄어 생긴 경영 부담을 국내에 떠넘긴다는 비판도 있다.
일각에서는 탄핵 정국에서 비롯된 행정 공백에 항공당국이 운임 줄인상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항공 및 관광 의존도가 높은 제주에서는 특히 반발여론이 거세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일제히 항공사들이 운임을 올리는 걸 왜 보고만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LCC의 경우 노선별 가격이 거의 같다는 점에서 담합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대형 항공사들은 담합 판정으로 국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경험이 수 차례 있다. 2015년까지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유류할증료 담합 여부를 조사한 바 있다. LCC에 대한 담합 여부 조사는 아직 이뤄진 적이 없다.
항공업계에서는 사실상 국내 항공시장의 운임이 지난 5년여간 동결돼 운임 인상이 불가피한 환경이라는 입장이다. 한 LCC 관계자는 "국내선은 편수가 많지만 운임은 낮아 제주 노선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적자로 운영하고 있다"며 "고정수요가 확보된 제주 노선 가격을 높여 다른 노선이 연명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