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엔 비행기 기종에 별 편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객사업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기름 많이 먹는 비행기, 좌석수가 너무 많은 비행기는 보기가 편치 않더라고요. 하지만 이번에 도입한 새 기종은 기름도 적게 들고 좌석수도 적당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중장거리 노선 어디든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차세대 신형 항공기이자 '꿈의 항공기(드림라이너, Dream Liner)'로 불리는 보잉 787-9 기종이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대한항공은 27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격납고에서는 조원태 사장 등 관계자들과 함께 보잉 787-9 첫 항공기 도입 기념식과 언론 공개 행사를 가졌다.
▲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보잉 787-9 항공기 기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 대한항공) |
대한항공의 보잉 787-9는 일등석 6석, 프레스티지석 18석, 일반석 245석 등 총 269석으로 구성됐다. 제원을 보면 길이는 62.8m, 높이는 17.0m, 너비는 60.1m다. 종전 중장거리용 기종인 보잉 777-300ER이나 747-400 비해 좌석수는 각각 22석, 66석 적고 길이는 각각 11.1m, 7.8m 짧다. 너비도 4m가량 좁다. 이코노미석에서 보면 3석씩 3열로 배치된 형태다.
대한항공이 이 기종을 차세대 주력기종으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다. 항속 거리가 길어 적은 좌석으로도 모든 장거리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빈 자리를 최소화해 중장거리 노선을 고급스럽고 경쟁력 있게 운영할 수 있다는 게 조원태 사장이 꼽은 이 기종의 매력이다.
조 사장은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신형 기종이자 제가 사장을 맡고도 처음 받은 비행기"라며 "중형기이면서 장거리에 투입하는 첫 항공기여서 로스엔젤레스, 취리히, 마드리드 등 장거리 노선에 투입해 여객 수요에 맞춰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보잉 787-9(사진: 대한항공) |
새 보잉 787-9 항공기는 특히 종전 기종보다 연료효율이 뛰어나다. 중량 기준 탄소복합소재가 50%, 알루미늄 합금이 20% 사용됐다. 다른 기종과 비교할 때 좌석당 연료효율이 20% 높고 탄소배출은 20% 적다는 설명이다. 연료소모를 줄이기 위해 날개에 단 '레이키드 윙팁(Raked Wing Tip)', '후방 동체’(Aft Body)', 날개 구조물인 '플랩 서포트 페어링(Flap Support Fairing)' 등 6가지 부품은 대한항공이 제작한 것이기도 하다.
서비스 품질도 높게 설계됐다. 마원 대한항공 전무는 "통상 13km 상공을 나는 비행기의 경우 종전 기종의 기내 기압은 백두산 높이 정도인 2400m 수준인데, 보잉 787-9는 1800m 높이 지리산 기압과 비슷하다"며 "그만큼 승객들이 장거리 탑승 중 편안함을 느낄 수 있들 것"이라고 말했다. 기내 소음도 엔진 커버에 신기술을 적용해 엔진 뒷바람으로 인한 불편함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기존 11%였던 기내 습도는 15~16% 수준으로 높아지도록 개선됐다. 종전 항공기 내 습도가 낮은 건 기내 공기가 엔진을 통해 압축돼 들어올 때 엔진 열기로 건조되기 때문. 그러나 이 기종은 별도의 압축장치로 기내 공기를 유입시켜 습도도 높을 뿐 아니라, 기내 연료연소 냄새까지 덜 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들이 보잉 787-9 항공기 기내에서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사진: 대한항공) |
이밖에도 기내 이곳저곳에 눈에 띄는 것이 적지 않다. 보잉 787-9는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가 최장 253㎝로 다른 항공기보다 7∼15㎝ 높다. 이코노미석 앞좌석과 뒷좌석 등받이 간 거리는 33∼34인치로 기존 기종과 비슷하지만 의자가 슬라이딩 방식이어서 등받이를 뒤로 젖혀도 뒷좌석 무릎 앞쪽 공간이 여유롭다.
창문 크기은 A330 대비 78% 크다. 특히 창문 덮개가 없이 버튼 조작만으로 창문의 빛 투과량을 5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유리 사이 특수 젤이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 선글라스처럼 창문 색이 변화하는 방식이다. 좌석 앞 화면에 USB 등을 연결할 수 있어 휴대전화 충전 등이 용이하다. 또 최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기술을 적용해 식사·음료, 취침 등 때마다 다양한 기내 분위기 연출도 가능하다.
대한항공의 보잉 787-9는 국내에서 무선국 인가, 시범비행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친 뒤 내달 중순 일단 김포∼제주 노선에 투입된다. 6월에는 캐나다 토론토 노선에서 첫 국제선 비행을 시작한다. 대한항공은 2019년까지 이 항공기를 총 10대 도입할 예정인데 순차적으로 LA, 스페인 마드리드, 취리히 등에 띄운다는 계획이다.
행사에 함께 참석한 미국 보잉사 마케팅 담당자는 "중장거리와 단거리까지 포함해 노선 네트워크를 확장시킬 수 있도록 한 기종"이라며 "고효율의 다기능 기재를 확보한 대한항공이 동북아 지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항공산업을 더욱 리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