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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 김씨도 딩크족 최씨도…'속타는 분양시장'

  • 2017.07.25(화) 17:34

김현미 장관 '청약제도 개편' 예고했지만
시행까지 시차 벌어져 수요자들 '전전긍긍'

# 3년차 스타트업 기업 대표 김 모씨(43)는 오는 26일 '신길센트럴자이' 1순위 청약일을 앞두고 마음이 편치 않다. 직장이 여의도여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분양하는 재개발 단지들을 눈여겨 보고 있는데 이번에도 당첨은 영 어려워보여서다. 그의 올해 청약가점은 52점으로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워낙 커트라인이 높은 현재 가점제 상황에서 당첨을 기대하긴 어렵다.

 

#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s, 자녀 없는 맞벌이)'족 최 모 과장(41)은 요즘 더 부산해졌다. 7년전 장만한 소형 아파트에서 새 아파트로 옮겨가고 싶은데 청약가점제가 확대된다는 소식에 조급증이 생겼다. 집이 있으니 무주택 가점은 받지도 못하고, 식구가 부부 둘뿐이니 부양가족 점수도 낮다. 청약가점이라곤 24점밖에 안돼 추첨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배정 물량이 더 줄어든다니 마음만 급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청약제도 개편을 예고한 이후 다양한 계층의 분양시장 수요자들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김 장관은 신규 분양 아파트 공급 때 청약가점제 배정 비율을 높이고 청약 1순위 자격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실수요자 위주의 청약제도 개편 방향을 이달 초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내놨다. 하지만 실제 시행까지 불가피하게 시차가 생기다보니 여러 수요층에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

 

▲ 그래픽/유상연기자 prtsy201@

 

◇ 고점자 "분양가 점점 높아지는데" 발동동

 

청약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자신에게 유리한 청약환경이 마련되길 기다리고 있다. 무주택기간과 부양가족수, 통장가입기간 등의 항목에 따라 총 84점의 점수를 매기는 가점제 배정 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가점 하한선(커트라인)이 낮아진다.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내 집 마련 문턱이 낮아지는 셈이다. 문제는 언제 개편이 이뤄지느냐다.

 

김 씨는 2개월여 전 신길5구역을 재개발한 '보라매 SK뷰'에도 청약통장을 던졌지만 평균 27.7대 1의 높은 경쟁률 속에 낙첨됐다. 곧 청약신청할 '신길센트럴자이'도 당첨을 기대하는 어렵다. 보라매 SK뷰는 경우 가장 인기가 떨어지는 주택형의 청약가점 당첨 커트라인이 53점이었는데 그의 점수는 이보다도 낮다. 당시 그가 신청한 주택형 당첨 커트라인은 69점이었다.

 

김 씨는 "청약가점 고점자 축에 든다고 해도 청약을 하려고 봐뒀거나 인기있는 새 단지는 청약제도가 변경되기 전에는 당첨 확률이 매우 희박하다. 6.19대책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 분양가도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여 개편 시점을 기다리기는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994만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6.7% 높아졌다. 서울의 지난 1년 분양가는 3.3㎡당 2200만원으로 1년 사이 7.4% 올랐다. 분양가 부담이 점점 커지는 만큼 수요자들의 조급함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 경기도 고양시 지축지구 '지축역 반도유보라' 모델하우스에서 내방객들이 줄지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사진: 반도건설)

 

◇ "2순위로 밀릴라"..저점자들 청약 러시

 

반면 주택을 보유하고 있거나 식구가 적어 가점이 낮은 이들은 청약제도 개편으로 자신들이 여건이 불리해지기 전에 분양 아파트를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조바심을 키우고 있다. '개편 시한 전에 당첨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청약시장에 뛰어드는 청약가점 저점자들이 많아져 분양시장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장관의 청약제도 개편 예고 이후인 지난 20일 1순위 청약을 받은 부산 수영구 민락동 'e편한세상 오션테라스'는 당해지역 1순위 청약에서 1~4단지 총 718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총 16만3787건(중복청약 포함)이 접수됐다. 평균 경쟁률은 228대1이나 됐다. 부산은 오는 10월부터 민간택지 분양권 전매제한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어 수요가 더 몰린다는 분석도 있다.

 

수도권에서는 같은날 1순위 청약을 받은 경기도 고양시 '지축역 반도유보라'도 평균 9.6대 1 경쟁률로 마감됐다. 서울 노원구 '상계역 센트럴 푸르지오'도 평균 7.2대 1로 전 주택형이 모집인원을 채웠다. 일부 단지의 경우 '분양가가 비교적 높아보였는데도 청약이 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청약통장 가입 후 갓 1년을 넘겨 1순위 자격을 갖게 된 이들은 최근 청약에 더욱 공격적이라는 전언이다. 1순위 가입기간 요건이 1년에서 2년으로 다시 강화되면 2순위로 밀릴 수도 있다는 걱정이 이들의 청약신청을 재촉하는 배경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높은 청약경쟁률 때문에 수요자들의 분양 조바심이 커지다보니 분양가에 중도금 대출이자나 유상옵션 등의 추가비용이 슬며시 얹어지는 단지도 늘고 있다"며 "수요자들이 좀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지만, 정부도 제도 개편 예고에서 시행까지 걸리는 시차를 줄여 괜한 시장 혼란은 줄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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