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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강남집값]①왜 다시 뛰나

  • 2018.01.19(금) 08:48

강남4구 집값, 작년 8월 이후 평균 5.1% 상승
8·2대책이 강남 가치 끌어올려…보유세가 변수

무술년 시작부터 서울 강남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강력한 규제대책을 내놓았던 정부로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새로운 규제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불붙은 시장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8·2대책 이후 강남 집값이 오른 이유와 시장 분위기 등을 통해 향후 전망과 대응책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8·2 부동산 대책’ 이후로 잠시 잠잠하더니 이내 끓어오르기 시작했고, 올 들어서는 너무 뜨거워 손을 댈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강남이 들끓자 용산과 마포, 광진구 등 서울 주요 지역 주택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말 그대로 서울 집값이 난리다.
 
 
◇ 강남 4구 집값 천정부지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3.3㎥ 당 2179만원으로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던 지난해 8월(2087만원) 이후 4.41% 상승했다.

상승세를 이끈 지역은 역시 강남 4구였다. 이 지역의 매매가격 상승률은 평균 5.1%로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집값이 가장 비싼 곳은 강남구다. 3.3㎥ 당 매매가격은 4210만원, 상승 폭도 6.66%로 송파구(8.66%)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전용면적 84㎥의 주택이라고 가정하면 집값은 10억7000만원 수준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 가격은 이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용 76.8㎥는 17억5000만원 선에 가격이 형성돼있다.
 
송파구는 8.66%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 지역도 재건축 단지가 중심이 돼 집값을 끌어올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집계된 최근 실거래가를 보면 잠실주공 5단지 전용 104㎥는 18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전 최근 거래인 작년 11월 말(16억9000만원)과 비교하면 약 두 달 만에 1억원 이상 올랐다.
 
이와 함께 서초구는 4.52%, 강동구도 3.32% 상승하며 이름값을 했다.
 
강남의 불꽃은 옆 동네에도 옮겨 붙었다. 이전부터 실거주 수요가 꾸준히 있었던 광진구와 성동구는 6.23%, 5.59% 상승하며 강남 못지않은 상승폭을 보였다. 마포구와 용산구 역시 3.93%, 2.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 반대로 나타난 규제 효과

강남 집값의 상승세는 지난해 발표된 8·2대책이 시발점이 됐다. 정부는 이 대책을 통해 재건축 및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입주권 손 바뀜이 여러 번 반복되며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붙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애초 기대했던 규제효과였다.

하지만 이 규제가 오히려 거래 품귀현상을 불러왔다. 이미 개발 포화상태인 강남은 재건축 및 재개발이 거의 유일한 주택공급 방안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 단지 입주권 거래가 묶이면서 강남에서는 매물이 자취를 감춘 상태다.

이에 반해 학군과 교통망, 주변 편의시설 등 입지적 장점이 많은 강남지역 실거주 수요는 꾸준히 많다. 결과적으로 시장에 공급(매물) 물량은 급감한 가운데 집을 사려는 수요는 급증하면서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도 집주인들이 부르는 가격(호가)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이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8·2대책으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가 시행되면서 강남에서는 거래 가능한 단지가 거의 사라졌다”며 “이로 인해 강남 가치가 상승하면서 가격이 높아졌고, 매도자(집주인) 입장에서는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어 호가는 더욱 뛰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외 지역 상승세도 비슷한 이유다. 강남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상대적으로 싼 지역으로 실수요자들이 눈을 돌렸고, 급작스레 수요가 몰리면서 수급 불균형 현상이 발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용산과 마포, 성동구 등의 상승세는 강남 집값 급등으로 인한 일종의 ‘물결효과’로 볼 수 있다”며 “수요자들이 강남보다 좀 더 싼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유일한 변수라면 현재 정부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보유세 인상 정도다. 다만 보유세 인상여부 뿐 아니라 인상 수준에 따라서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정부가 쉽게 결정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박원갑 연구위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은 잠재된 에너지가 큰 상황이라 새로운 규제책이 정부 예상과 다르게 엉뚱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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