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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강남 ⑤돌고 도는 '왕좌'

  • 2018.04.19(목) 10:32

정통 강호 압구정 현대, 타워팰리스에 무릎
설움받던 반포·잠원, 신흥 강호로 등극

'압구정 현대아파트 80평형 7억5000만원'

 

89년 4월14일자 동아일보 4면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봐도 많은 금액이다. 평당 940만원이다.

 

기사에선 잠실 아시아선수촌 서초삼풍아파트 등 고급아파트가 평당 600만~800만원선을 호가한다고 나와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52평형도 3억7000만~3억8000만원으로 평당 700만원이 넘는 고가를 형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당시 고급 아파트 중에서도 가장 비싼 아파트였던 셈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대장주'다.

 

그만큼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위상은 부의 상징과도 같은 독보적인 존재였다. 어찌보면 강남도 다 같은 강남은 아니다. 강남을 움직이는 강남이야말로 부자들의 유입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이 힘으로 '강남 위의 강남'으로 등극한다. 하지만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노후화되고 더 고급스러워진 새 아파트들이 세워지면서 부의 지도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시장에 각종 규제를 투하하고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강남 부동산도 주춤해졌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강남권은 재건축과 재개발 등으로 새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부의 지도를 바꾸기 위한 도전과 시도들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90년대 주름잡던 압구정 현대아파트

강남 아파트들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 90년대부터다. 강남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브랜드 아파트로 주목을 받았다. 1976년에 입주한 압구정 현대 1, 2차 아파트는 한강변에 자리잡은 데다 중대형 아파트여서 강남 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왕좌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당시 개포나 대치에도 아파트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중소형 아파트여서 대형평수와 한강 조망권을 가진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위상은 독보적이었다는 평가다.

당시 이 아파트 시세는 언론보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99년 10월29일자 매일경제는 '서울 30평대 아파트 시세 지역별 비교'기사를 통해 평형별 최고가를 조사한 결과 압구정 구현대 80평형이 15억원선에서 거래되면서 가장 높았다고 썼다. 10년만에 두배 올랐다. 당시 평당가격은 1875만원이다. 60~65평형에서는 강남구 대치동개포 우성 1,2차(65평형)가 10억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타워팰리스 화려한 등장, 길지 않은 영광

2000년대 초반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등장은 강남권 부의 지도를 바꿔놨다. 2002년에 입주한 타워팰리스 1차는 지하 5층, 지상 66층으로 지어졌다.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특정계층을 위한 고급 아파트였던 만큼 단지 내에서 쇼핑과 교육, 금융, 여가생활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주거단지로 완성했다.

분양 당시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3억4200만원이었지만 입주 직전엔 분양권 가격이 7억원 안팎으로 올랐다. KB부동산 매매가 상위평균가 기준으로 2004년 타워팰리스 1차 전용 164㎡는 22억원에 달했다. 같은해 압구정 현대아파트2차(160㎡)는 12억원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타워팰리스의 왕좌 자리는 오래 가지 않았다. 한때 부의 상징으로 여겼지만 금융위기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최고 30억원을 넘겼던 이 아파트는 현재 25억원대로 내려앉았다. 1세대 주상복합 아파트의 비싼 관리비, 취약한 환기시스템 등의 단점이 부각됐고 서초구 반포와 개포 일대 재건축이 본격화하면서 한층 고급스러운 새 아파트가 등장했다.

 

 

◇반포의 반격, 신흥 부촌 등극

2009년에 입주한 반포자이와 반포래미안퍼스티지는 그동안 압구정보다 한 수 아래로 취급받던 반포를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게 한 일등공신이다. 이때부터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과 연못 및 조경시설 등에 더욱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반포래미안퍼스트지 전용 169㎡는 2009년 입주 당시 20억5000만원에서 2011년 31억원대로 치솟았다. 타워팰리스는 물론이고 압구정 현대아파트도 그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2016년에 들어선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는 반포의 입지를 더욱 다졌다. 현재까지 강남권 최고가 아파트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2016년 당시 전용164㎡는 38억원이었고 올해 40억원까지 치솟았다.

 

신반포 5차 아파트를 재건축해 오는 6월 입주하는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와 함께 한강변 대표 고급 아파트의 위상을 공고히할 것으로 보인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따낸 이후에도 여러 논란에 휩싸이고 있지만 향후 가장 주목받는 단지로 등극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최근 반포와 개포쪽이 재건축되면서 신흥 부촌이 이동했다"며 "앞으로 1세대 아파트인 압구정 재건축이 이뤄지면 그쪽도 다시 치고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재건축 이슈로 다시 30억원대를 넘기며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물론 이 역시 현재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시계가 멈춘 듯 보이지만 여전히 잠재력은 충분하다.


다만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압구정에 비해 반포의 경우 호텔 백화점 병원 등의 인프라가 뛰어나고 세화고, 계성초, 국제학교 등 교육환경도 좋아 상당기간 반포 시대가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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