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하다.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을 꿈꾸고, 부자들은 부동산을 최고의 투자처라며 자산 포트폴리오 중 부동산 비중을 늘려간다.
부동산이 오랜 시간 우리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부동산 관련 산업도 함께 성장했다. 부동산 개발부터 공급, 소비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중개업과 임대업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부동산 산업도 변하기 시작했다.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이 접목되고, 기존과는 다른 정보가 흘러들기 시작해서다. 부동산(不動産)은 변하지 않았지만 부동산업은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 부동산업 바뀐다
부동산 산업은 사회‧경제 변화에 따라 영역이 넓어지며 변화하고 발전하는 과정을 지속했다. 초기에는 아파트 공급 중심의 산업구조 속에서 건설사를 기반으로 한 부동산 개발, 이어 금융이 접목된 부동산 개발 등으로 이어졌다.
공인중개사가 등장하면서부터는 부동산 매물 중개서비스 전문성이 강화됐다. 금융 분야에서도 사업 주체인 기업이 직접 자금을 빌리던 기업금융 중심에서 사업성이 중요시되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최근에는 부동산 산업에도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불며 신기술이 접목되며 변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 중에는 새로운 분야로의 영역을 넓히는 분야도 있는 반면 새로운 기술과 빅데이터 등의 영향으로 존재 의미가 떨어지는 산업군도 존재한다.
가령 부동산 중개업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위협받는 직종 중 하나로 꼽힌다. AI가 도입되면 방대한 양의 부동산 정보를 바탕으로 기존 중개업소가 제공하던 매물 정보 이상의 것을 통해 중개사들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반해 부동산 관리, 특히 시설이나 임대관리업 등은 4차 산업혁명 기술 접목으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관리가 가능해져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역이다. 특히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로 전환되고 서비스 범위가 비슷한 업종과 연결되면서 부동산 관련기업이 몸집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가상현실(VR)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활용하면 인테리어나 리모델링 작업을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할 수 있어 주택 등 부동산 판매와 마케팅 영역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직방 등 부동산 중개앱 서비스 업체나 인테리어 리모델링 기업들은 VR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일자리 '판'이 바뀐다
부동산 산업이 바뀌면서 자연스레 일자리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생존을 위협받는 직업이 있는 반면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도 있다.
앞선 분석처럼 중개업의 경우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관련 업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돈다.
특히 중개업은 전체 부동산 산업 종사자 가운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1인 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소규모 개별 사업체가 많은 까닭에 산업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이 어렵다. 정부 차원의 부동산 산업 구조변화에 따른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일단 부동산 서비스산업 활성화에 선제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주택과 오피스텔, 산업용 등 실거래 정보를 수요자 맞춤형으로 확대 공개해 부동산 정보업 등 관련 산업 창업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민간이 보유한 정보도 공유하겠다는 계산이다.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리츠(REIT’s)자산관리회사(AMC) 설립을 유도해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연기금이 50% 이상 투자하는 리츠는 사전 영업등록 방식을 자산매입 이후 국토부에 사후 신고하는 방식으로 완화하고 사모리츠만 수탁‧운용하는 AMC는 설립자본금 요건을 기존 7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춰 신규 진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범적으로 부동산 정보 관련 창업 촉진과 우수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창업비용 지원 등의 방식으로 2022년까지 15개 기업을 집중 지원하겠다"며 "리츠 활성화를 통해서는 올해중 4개 신규 AMC 인가를 추진할 예정"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