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면세점 이어 '항공' 승부수 띄운 정몽규 HDC 회장, 왜

  • 2019.09.04(수) 16:37

사업다각화 방점…건설업 성장동력 약화에 신사업 갈증도 커져
미래에셋대우 우군 확보·빅딜 경험 많은 박성훈 사외이사도 주목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또 한번 시장을 놀라게 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HDC현대산업개발이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참여하면서다.

그동안 시장에서 거론됐던 유수의 대기업들은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참여는 예상 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정몽규 회장이 면세점 사업 진출을 비롯해 사업다각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왔다는 점에서 그와 같은 맥락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면세점에 '항공'까지…사업다각화에 방점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기존의 면세점 사업과 항공의 시너지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큰 틀에서 포트폴리오 다양화 차원에서 그동안 다른 사업 분야로 계속 노크를 해왔듯이 그런 차원에서 진행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2015년 호텔신라와 함께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데 이어 올해 오크밸리(현 HDC리조트)를 인수하는 등 꾸준히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항공업 인수 추진 역시 경기 변화에 대응하는 포트폴리오 구축 등 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부터 '빅 트랜스포메이션(Big Transformation)' 프로젝트를 직접 챙기며 HDC현대산업개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주택경기가 악화하면서 주력인 건설업의 종합부동산인프라그룹 혹은 디벨로퍼로의 변화를 가속화하는 동시에 사업다각화와 그룹 계열사간 융합을 강조해왔다.

정 회장은 올해 1월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선 "HDC 만의 상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그룹 간 사업 융합으로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반걸음 앞서 나가자"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거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임대 및 운영, IT, 문화, 금융콘텐츠 등 계열사간 융합을 역설했다.

최근들어 건설산업의 성장동력이 약화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신사업 혹은 신사업과의 융합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2월 HDC신라면세점이 용산 아이파크몰에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열고 운영에 들어갔다. 사진은 같은해 7월 열린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 비전 선포식'에 참가한 정몽규(왼쪽 세번째) 당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모습.

◇ 면세점은 호텔신라, 이번엔 미래에셋대우와 손

올해초 현대산업개발은 이같은 그룹내 분위기와 정 회장의 비전에 발맞출 카카오 출신의 박성훈 넷마블 전 공동대표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박성훈 사외이사는 신사업 및 투자·전략 전문가다. 신사업과 미래전략을 구상하는데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올초 주목을 받기도 했다. 관련기사☞HDC현대산업개발, 카카오 출신 '튀는 사외이사' 선임 왜?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이 역시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박 사외이사는 지난 2015년부터 2018년 3월까지 카카오 최고 전략책임자(CSO)를 맡았고, 당시 인수금액 1조8000억원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총괄했던 인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도 그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대우와 손잡은 점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고 미래에셋대우는 재무투자자(FI)로 참여한다. 현대산업개발은 이 회사가 소유한 부동산114를 인수하면서 연을 맺기도 했다.

증권가 등에선 아시아나 인수에 1조원에서 많게는 2조5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 지분(구주) 31% 인수와 신주 발행액, 경영권 프리미엄(20~30%), 부채비율 개선 등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고려한 금액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2분기 현금성자산 1조6000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부채비율 114.6%로 재무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인수금액이 조단위대의 '빅딜'인 데다 현대산업개발은 이같은 대형 M&A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래에셋대우와의 컨소시엄 구성이 절묘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면세점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호텔신라와 손잡고 면세점 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박현주 회장은 무려 2조3000억원대에 달하는 대우증권 인수 경험 등 국내외 M&A와 금융투자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재무투자자 입장에서는 아시아나의 경우 부채가 워낙 많은 만큼 오히려 적은 돈으로 기업을 인수해 정상화를 도모함으로써 돈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섰을 것"이라고도 귀띔했다.

GS, SK, 한화 등 유수의 대기업들이 손사레를 치면서 아시아나 인수전 흥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 컨소시엄에 유독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