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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 아시아나 인수 참여에 붙은 '물음표'

  • 2019.09.04(수) 15:48

인수 시 제주항공과 시너지…대형 항공그룹 도약
실탄 부족이 문제…'실사 통해 노하우 획득' 분석도

예상대로다.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참여한다. 애경은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인수 의사를 드러낸 곳이다. 이번 매각에는 에어서울과 에어부산도 포함돼있다. 업계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운영하고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더불어 그룹의 외형 확대와 함께 대형 항공그룹 도약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인수 비용이 문제다. 애경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조(兆) 단위의 실탄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이 때문에 애경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실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운영 노하우를 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마디로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다.

◇ 명분은 있다

애경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곳이다. 상당 기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스터디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이 이처럼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제주항공을 운영하면서 항공사업에서 성과를 거둔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애경은 지난 2005년 제주항공을 통해 항공업에 진출했다.

제주항공은 국내 여타 저비용항공사들이 부침을 겪는 동안에도 꿋꿋하게 실적을 내왔다. 그 덕분에 현재 국내 LCC 중 매출액, 시장 점유율, 항공기 보유대수 등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매년 상당한 규모의 이익을 내며 애경그룹의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비록 올해 2분기에는 27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어닝쇼크를 맞았지만 기반은 탄탄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단위 : 억원.

제주항공에서 자신감을 얻은 애경은 항공사업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생활용품과 화장품 등에 치중돼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다. 또 그룹의 외형 성장도 가능하다. 더불어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에는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이 포함돼있다.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대형 항공사를 보유하게 됨과 동시에 기존 제주항공과 에어서울, 에어부산과의 시너지를 통해 LCC 부문에서도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애경은 현재 다음 달 진행될 인수 협상 대상 후보군에 포함돼 실사에 참여할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애경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군 중에서 명분이나 시너지 측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라며 "특히 LCC의 경우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가져가게 될 경우 항공기 보유대수만 150대가 된다. 여기에 국내 LCC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 실탄은 없다

하지만 애경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다. 바로 '실탄'이다. 업계에서도 애경의 인수자금 조달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가격을 최대 2조원 정도다. 현재 애경의 지주사인 AK홀딩스 등 애경그룹의 가용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3000억~4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1조 6000억~1조 70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애경도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준비하면서 GS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에 공동 인수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인수는 자금 부담을 덜고 자칫 일어날 수 있는 '승자의 저주'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애경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제안을 받은 곳들이 이미 다른 전략을 갖고 있거나 관심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애경그룹의 통합사옥인 '애경타워'.

만일 애경이 실탄을 마련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 해도 재무적 압박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것이 부채비율이다. 현재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은 131%다. 작년 연결 기준 부채비율 649%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은 351%까지 올라간다. 애경엔 부담스러운 일이다. 애경이 여러 곳에 공동 인수를 제안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2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총 9조 5988억원에 달한다. 애경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할 신주를 인수해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상당 기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여기에 아시아나가 보유한 항공기 86대 중 74대가 리스 항공기인 만큼 재무적인 압박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애경이 이를 과연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업계가 갖는 의문 중 하나다.

◇ 엇갈린 시선

이런 탓에 애경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에 대해 의아해하는 시선들이 많다. 애경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진정성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주장이다. 만일 애경이 인수 협상 대상 후보에 들어갈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실사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된다. 애경은 실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각종 경영사항은 물론 운영 노하우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실탄이 부족한 애경의 진짜 속내는 실사를 통한 아시아나항공의 운영 노하우를 보겠다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당시 모 업체가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가 다시 이를 번복하고 인수전에 뛰어들어 진정성 논란이 일었다. 당시에도 해당 업체가 인수보다는 대우조선해양의 운영 노하우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반면 애경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항공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고민했던 만큼 이번 인수전 참여가 단순한 '간 보기'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애경은 일찌감치 삼성증권을 인수 주간사로 선정, 꼼꼼하게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준비해왔다. 인수 의지가 없다면 오랜 기간 차근히 준비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애경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은 모두 자금력 부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과 같은 대형 M&A는 의지만으로는 성사될 수 없다. 애경이  업계나 시장에서 보내고 있는 불안한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자금력 우려에 대한 부분을 해소할 방안이나 시그널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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