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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상한제 유예 이후) 공급이라니까'

  • 2019.10.02(수) 16:52

저금리에 부동자금 풍부…새아파트 쏠림·양극화
정비사업 진행 어려워 공급부족 여전…가격안정 '글쎄'

'시행 6개월 유예, 적용지역 핀셋(동별) 지정, 법인 주택담보대출에도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도입.'

정부가 두 달여 만에 내놓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보완 방안이다. 시장에서 '공급 위축' 우려가 높아지자 서울 주요 정비 사업 단지들이 분양을 추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대신, 규제를 더해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탐탁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유예기간이 지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공급이 위축될 게 뻔한데, 공급 대비 수요가 높아 결국 다시 집값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집값 상승의 불씨를 없애기 위해선 수요 억제뿐만 아니라 '공급 확대'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월 강남구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예비 청약자들이 단지 모형도를 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84㎡기의 분양가가 9억원에 달했지만 주말 3일간 3만7000여명이 다녀가고, 평균 청약경쟁률 55대 1을 기록했다./채신화 기자

◇ 유예기간 끝나면?..."집값 다시 오를듯"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전날(1일) "최근 강남4구 등을 중심으로 서울 주택가격 상승세가 확대되는 등 시장 이상과열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며 이를 보완하는 시장안정 대책 및 분양가 상한제 개정내용을 발표했다. 관련기사☞'공급위축 우려에' 분양가상한제 내년 4월까지 '유예'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9‧13대책 이후 서울 집값은 32주간 하락세를 보이다가 7월 첫째주 강남권 재건축발 상승세의 확산으로 13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7월 105.6에서 9월 넷째 주 105.9까지 올랐다.

정부는 이같은 집값 상승세가 분양가 상승세와 맞물린다고 보고 지난 8월 12일 상한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급 위축 우려 등으로 오히려 시장의 불안이 커지자, 두 달여 만에 상한제 적용 6개월 유예 등의 내용이 담긴 보완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값 불안, 새 아파트 희소성 등에 대한 불안감은 약간 해소될 수 있다"면서도 "저금리에다 부동자금이 풍부하고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쏠림이나 양극화가 여전하기 때문에 서울 지역 집값은 강보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도 "상한제 적용 전 분양할 수 있는 단지 외 기존 주택들은 정비사업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새 아파트 희소성이 생길 것"이라며 "신축 아파트들은 가격이 계속해서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유예기간이 끝난 내년 4월에 상한제 적용이 본격화하면 공급 위축으로 집값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단기적으로 보면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들이 유예기간 내 분양하기 위해 속도를 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주택도시보증공사와) 분양가 협상을 해야되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분양가는 내려갈 수 있다"면서도 "재고주택시장까지 확산‧연쇄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유예기간 이후엔 사업 속도를 낼 이유도 없고 정상적으로 가기도 어렵기 때문에 신규 정비사업을 할 수 있는 단지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가격 안정화 효과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 "장기적으로 봐야 그나마"…공급이 관건

장기적으로 보면 상한제 효과로 집값 과열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금리가 낮은 수준이고 내년부터는 보상금도 풀리기 때문에 정부가 예상하는 만큼 서울 집값이 크게 안정될 것 같진 않다"면서도 "고가 아파트 거래가 급등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대출 규제 강화로 투기 수요를 일정부분 차단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이 패턴이 유지된다면 집값이 크게 급등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상한제를 시행하면 장기적으로 서울 집값이 11.0%포인트 떨어질 것이란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날 국토연구원과 국토교통부가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분양가 상한제 도입 전망' 자료에 따르면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적용할 경우 4년간 서울 주택매매가격 하락효과가 11%포인트에 달한다. 연간 하락률은 2.7%포인트로 상한제 시행이 지속될수록 집값 하락 효과는 커졌다.

다만 이같은 주택시장 안정 효과를 내려면 '공급'이 어느정도 뒷받침 돼야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덕례 실장은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어야 가격이 내려가는데, 지금은 공급에 대한 시그널이 묘연해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KB리브온 KB주택시장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올 들어 처음으로 90선을 넘었다.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KB부동산의 매수우위지수는 0~200사이의 숫자로 산출되며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많고, 그 미만은 매도자가 많은 것을 뜻한다.

서울의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올 4월 37.2까지 떨어졌다가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적용 예고가 있었던 7월 70선을 회복했고 9월 3주차엔 94.8로 전주 대비 9.8포인트나 뛰었다. 상한제로 인해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 속에 추격매수세가 나타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김덕례 실장은 "서울은 낡은 주택이 많아서 새 주택을 공급해줘야 하는데, 단기적으로 도시재생 1만 가구 공급계획이나 관리처분인가 단지 빼곤 어려운 정비사업을 정상화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수요 분산, 투자시장 활성화 등도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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