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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 시즌3]⑥한신공영, 자사주만 풀면 '승계 완료'

  • 2019.12.17(화) 07:30

강남개발한 1세대 건설사…법정관리 중 최용선 회장이 인수
인수과정에서 횡령·불법정치자금 등 얼룩…분식회계 논란도
장남 15년째 등기임원으로 경영 참여…차남은 지주회사 대표
지분승계율 제로…자녀에게 자사주 매각하면 단숨에 승계 끝

2018년 상반기 [재계 3·4세]시즌1을 통해 17개 대기업 경영권 승계 과정과 자금출처, 경영능력을 분석했습니다. 같은해 하반기 시즌2에서는 우리나라 주요산업 중 가장 오랜 업력을 가진 제약업종의 승계과정을 15개 회사를 통해 들여다봤습니다.

이번 시즌3의 주제는 건설·부동산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7월 발표한 토목·건축 시공능력평가 50위내 건설사와 상위권 건설자재업체 가운데 2세 또는 3세 체제로 전환 중인 곳들을 살펴봅니다. 이들 회사의 창업주는 특정지역을 기반으로한 소규모 회사로 출발해 대기업계열 회사들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며 보란 듯 전국구로 승격했습니다. 최근엔 주택시장 침체기의 돌파구로 골프장·리조트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는 은둔형 기업이라는 오명, 계열회사끼리 일감몰아주기로 의심받는 사례 속출 등 어두운 모습도 있습니다. 같은 그룹 안에 oo건설, oo주택, oo개발처럼 비슷한 이름을 가진 소규모회사도 많은데요. 단순히 문어발식 확장 형태가 아니라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싼값에 토지를 확보해 이익을 남기기 위한 것이란 의혹도 받습니다. 중견건설사 지배구조분석을 통해 화려한 외형 그 이면을 들여다봅니다.[편집자]

한신공영은 1950년 3월 한신축로공업사로 시작, 내년 창사 70주년을 맞이하는 1세대 건설회사다. 1967년 한신공영으로 이름을 바꾸고 주택·토목·전기·플랜트사업을 하는 종합건설사로 성장했다. 1970년대 서울 강남 개발과 중동 건설에도 참여했다.

이 회사가 지은 강남 반포 일대 한신아파트는 총 27차까지 1만7000세대에 달하며 신반포 일대를 한신브랜드 아파트타운으로 만들 정도였다. 이를 바탕으로 1990년대 중반 시공능력평가 10위까지 올라섰고, 유통사업(뉴코아, 한신코아백화점)도 확장하며 사업다각화에 힘썼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얼어붙고 민간주택경기가 바닥을 치던 1997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에도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진데다 법정관리로 브랜드 경쟁력까지 떨어지며 신규 수주에 어려움을 겪자 회사정리계획안에 따라 회사 빚을 갚는 것이 어려워졌다.

2002년 회사정리계획안을 변경해 채무면제, 출자전환 등으로 정상화를 도모했다. 당시 한신공영의 주채권자이자 매각 주관을 맡은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건설사업과 유통사업을 분리해서 팔기로 했다. 그 결과 유통부분은 세이브존 컨소시엄, 건설부분은 코암시앤시(CNC)개발이란 회사가 인수했다. 2002년 이전의 한신공영과 지금의 한신공영은 이름은 같지만 경영진이 완전히 다른 회사다. 현재 서울에 있는 한신 브랜드의 아파트도 대부분 2002년 이전에 지은 것이다.

# 인수과정 얼룩진 과거…후계승계 앞당긴 방아쇠

한신공영 인수주체인 코암시앤시개발은 한신공영 인수를 위해 2001년 8월 만들어진 자본금 10억원 규모의 회사였다. 코암시앤시개발의 최대주주는 협승토건을 운영하던 최용선(76) 회장.

최 회장이 이끄는 코암시앤시개발이 한신공영을 인수하자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인수과정에서 얼룩진 과거는 한신공영의 흑역사로 남아있다.

최 회장은 한신공영 인수과정에서 김동일 청구주택 부회장으로부터 340억원을 빌린 뒤 갚은 과정에서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또 검찰이 횡령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이 민주당 김태식 의원, 열린우리당 안병엽 의원에게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를 포착, 이른바 정치권에 '한신공영 스캔들'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인수과정의 논란은 이후에도 여진이 남아 김동일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최 회장은 횡령사건 이후 2014년 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최 회장의 고향(전북 임실) 후배이자 협승토건 시절부터 함께한 측근 태기전(72·당시직함 전무)씨가 대표이사를 맡아 한신공영을 이끌었다. 태기전 대표는 2004년 말부터 지금까지 내리 15년간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건설업계 최장수 CEO로 기록되고 있다. 잔여임기(2021년)를 감안하면 최소 17년을 대표이사로 재직한다.

인수과정에서의 잡음은 한신공영 2세 승계를 앞당기는 '방아쇠'가 되기도 했다. 최용선 회장의 첫째아들 최문규(49)씨는 코암시앤시개발이 한신공영을 인수한 이후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다가 아버지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듬해 2005년 주총에서 등기임원에 선임되며 본격 경영승계 가도에 올라섰다.

이후 2010년 상무보, 2011년 상무, 2012년 전무, 2016년 총괄부사장으로 명함을 바꾸다가 2017년 4월 각자대표이사(부사장)가 됐고 지금도 태기전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회사 측은 태기전 대표가 국내사업 총괄, 최문규 대표는 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 등 동남아권 해외사업을 총괄한다고 설명했다. 한신공영에서 해외사업 비중은 한 자릿수(2019년 반기보고서 매출 기준 3.7%)에 불과하지만 회사의 미래동력 확보와 사업다각화 시각에선 중요한 분야다.
 
최용선 회장의 둘째아들 최완규(47)씨는 한신공영에서 일을 하지 않는다. 입사한 적도 없다. 대신 2013년부터 한신공영의 지주회사 코암시앤시개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차남 최완규 대표는 한때 부동산개발회사 위트러스트에셋(안산 공구유통상가 시행사)의 대주주였으나 지금은 회사 지분이 모두 한신공영으로 넘어갔다. 위트러스트에셋은 한신공영이 2014년 분식회계 논란을 일으켰던 당시 재무제표를 대대적으로 수정하게 만든 '도화선' 역할을 한 회사다.

# 지분승계 제로…그러나 자사주 풀면 단숨에 승계 끝

한신공영계열 지분구조는 최용선 회장 지주회사 코암시앤시개발 핵심사업회사 한신공영 자회사 순이다. 최 회장이 코암시앤시개발 지분 22.38%, 코암시앤시개발이 한신공영 지분 36.75%, 한신공영이 나머지 계열사를 지배하는 흐름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이기도 한 코암시앤시개발은 최 회장 외에도 태기전 대표(20.0%) 정영택 한신공영 부사장(2.38%) 이맹수(1.90%) 정순애(0.95%) 등 개인이 주주명부에 이름 올리고 있다. 최 회장의 자녀들은 지분이 없다.

주목할 점은 코암시앤시개발의 자사주 비율이 52.39%에 이른다는 것이다. 회사발행주식의 절반이 자사주가 된 것은 2013년 6월 코암시앤시개발이 100% 자회사 협승토건과 1대1 비율로 합병한 결과다. 당시 코암시앤시개발이 보유한 협승토건 주식에 합병신주(11만주)를 배분하자 자사주가 단숨에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협승토건은 코암시앤시개발과 합병 2년 전만 해도 최용선 회장(45%)을 비롯한 개인주주 5명이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합병 전 개인주주들의 지분을 코암시앤시개발이 단 한주도 남김없이 흡수해 100% 자회사로 만든 후 합병을 추진한 것이다. 주주명부에 여러명의 개인주주가 뒤섞이는 것을 피하고 자사주로 일원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처럼 공들여서 자사주를 만든 이유는 후계 승계의 관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용선 회장이 향후 자녀들에게 지분승계 작업을 할 때 본인의 지분 대신 물려줄 수 있는 지분이기 때문이다.

주식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할 때는 공개매수 방식처럼 모든 주주에게 균등한 기회를 줘야하지만, 반대로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팔 때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 매도 가격의 적정성과 적법한 의사결정 절차만 거친다면 특정인에게 자사주를 팔아도 된다.

자사주 처분 여부와 세부 방식을 결정하는 곳은 이사회다. 코암시앤시개발의 이사회는 최용선 회장과 아들 최문규·최완규 대표, 최 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전문경영인 태기전 대표, 정영택 부사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 멤버를 보면 최 회장의 의중에 따라 특정인에게 자사주를 몰아주자고 결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 회장의 자녀 중 특정인이 52.39%의 자사주 가운데 절반 이상을 사들이면 단숨에 지주회사 코암시앤시개발의 1대주주가 된다. 이것으로 지분승계는 일단락되는 것이다. 당연히 적정가격에 자사주 매입해야하고 이를 위한 자금확보가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아버지의 지분을 직접 물려받는 것에 비하면 상속·증여세 부담에 따른 지분희석 우려는 없다.

최 회장의 장남 최문규 대표는 불미스러운 일로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아버지를 대신해 지금까지 15년간 회사 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며 대표이사까지 올랐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후계승계 1순위라고 볼 수 있다.

한신공영은 과거 강남권 개발 주자 중 한 곳이었으나 법정관리를 거쳐 현 경영진이 인수한 이후 서울지역 분양 실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저조하다. 수도권 비중도 높지 않다. 그럼에도 한신공영이 꾸준히 시공능력평가 상위권(2019년 기준 16위)을 유지해온 것은 관급공사와 지방주택사업을 꾸준히 진행한 덕분이다. 관급공사는 한신공영 브랜드가 따라붙지 않고 지방주택사업은 경기변동에 따라 미분양위험이 있다. 따라서 어두운 과거를 뒤로하고 회사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하는 숙제가 최문규 대표 앞에 놓여있다. 미래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있는 해외사업의 성과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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