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 업계가 '허들' 하나를 넘었다. '감정평가업자' 대신에 '감정평가법인 등'으로 법률상 용어가 바뀌어 업계의 48년의 숙원을 풀었다.
감정평가사들의 전문성과 공공성 및 독립성 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감정평가업계는 이를 시작으로 한국감정원의 명칭 변경에 대한 기대와 함께 감정평가서의 디지털화, 고위공직자 재산 알림서비스 론칭에도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 48년 숙원 풀고 '감정원'의 명칭 변경까지?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감정평가사사무소와 감정평가법인을 통칭하는 '감정평가업자'를 '감정평가법인등'으로 개정하는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이하 감정평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감정평가업자'라는 용어는 1973년 제정된 옛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서 사용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48년간 사용돼 왔다.
업계는 감정평가사가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 보상감정평가, 담보감정평가, 경매·소송감정평가 등 업무를 수행하하는데 '업자'라는 용어가 공정성과 독립성을 저해한다며 이 용어 삭제를 요구해왔다.
국회에서 관련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감정평가업계의 전문성과 독립성 또한 강화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감정평가사 업계는 더 나아가 '한국감정원'의 명칭 변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달 24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관련 내용이 담긴 '한국감정원법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했으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파로 연기됐다. 이번 국회에선 사실상 힘들어졌지만 총선 이후에 다시한번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2016년 감정평가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감정평가 업무에서 배제됐다. 현재 감정원이 주택 공시가격산정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를 협회가 하는 것으로 잘못 알거나 협회가 감정원 소속이라는 오해 등이 많다.
감정평가협회 관계자는 "국민들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해외유관기관 등도 감정원이 감정평가 업무를 하는줄 알고 있다"며 "법률상 감정평가 업무는 감정평가사만 할 수 있는데, 감정원 명칭이 변경되면 이런 부분들이 명확해져 여러 오해를 불식하고 감정평가 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감정원 사명 변경 내용이 담긴 '한국감정원 일부개정법률안'은 총 4건이 계류돼 있다. 각 개정안에 담긴 감정원 사명은 ▲한국부동산원 ▲한국부동산조사원 ▲한국부동산표준원 ▲부동산감독원 등이다.
◇ 은행 감정평가서 '종이→디지털'
업계는 감정평가사들이 은행에 제공하는 감정서의 디지털화도 추진한다.
은행들은 토지, 주택 등 담보의 감정평가를 위해 감정평가사와 위임계약을 체결하는데 감정평가서를 받고 나서 대출을 실행해야만 수수료를 지급해 왔다.
감정평가사가 은행에 감정평가서를 제공해도 해당 담보로 대출이 실행되지 않으면 은행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대신 감정서를 반송하고 실비 정도만 지급하는 식인데 그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협회 측의 주장이다.
감정평가보수가 100이면 순수료가 90, 실비가 10 정도로 구성된다. 총 100억원의 감정료를 받아야 할 경우 대출 실행이 취소되면 감정평가사가 받을 수 있는 보수는 10억원이 채 안 된다.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6~2018년 은행권의 감정평가서 미지급액 총액은 805억4600만원(수수료만 697억4700만원)에 달한다. 이후 협회가 2019년 4~5월 동일한 기간(2016~2018년)의 미수금을 2차 조사한 결과 약 479억원 중 86억원(18%)만 정산된 상태다.
감정평가사협회는 감정서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면 은행이 수수료를 내고 열람하는 방식을 추진키로 했다. 지난해 11월 전자문서 개발 업체와 감정서 디지털화 서비스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5월까지 추진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은행권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인데 협의가 쉽진 않다"며 "수수료 지급 후 열람 방식이 안 되면 실비라도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협약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협회는 빅데이터 및 GIS 기반의 부동산 서비스 플랫폼 '카파랜드'(가칭) 앱도 론칭한다.
카파랜드엔 ▲가격정보(실거래가, 비용계산기, 대출정보 등) ▲기본정보(물건주소, 위치사진, 등기정보 등) ▲주변정보(교통, 지역개발정보 등) ▲우리동네 지역분석(당해 지역의 경제 사회 통계 등) 등의 부동산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서비스가 눈에 띈다.
감정평가사협회는 실거래가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공직자들의 재산을 '시세 기준'으로 감정평가해 제공할 예정이다. 법률 검토 등을 거쳐 올 하반기 앱을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