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등기 한번 해봐. 할만해~"
"그래? 나도 한번 해볼까"
'셀프등기라~' 과연 할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인터넷 검색을 했다. 이미 몇년 전 일이지만 그때 이미 온라인 상에는 셀프 등기 경험담이 넘쳐 흘렀다. 몇몇 글을 살펴보니 한번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을 했고, 이른바 집문서라고 하는 '등기필증'을 무사히 손에 넣었다. 부동산 매매 후 이렇게 첫 셀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부동산매매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잔금을 치렀다고 완전한 내 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유권이전등기를 통해 등기부에 등기를 해야 비로소 법률상 '내집'이 된다.
과거엔 이런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중대한 법률행위로 인식, 법무사들만의 전문영역으로 여겼다. 등기와 관련한 용어도 어려울뿐 아니라 매수인, 매도인, 공인중개사 등으로부터 최소 17종에 이르는 서류를 챙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구청, 은행, 등기소를 일일이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셀프 등기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온라인 상의 각종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에는 셀프등기 경험담이 차고 넘칠 정도로 올라와 있고 필요한 서류부터 서류 작성 양식 등 A부터 Z까지 상세한 설명이 담겨 있다.
이런 글을 참고하면 어렵지 않게 셀프 등기에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게다가 대법원에선 등기민원콜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대부분의 관할 등기소 민원상담실에서도 '셀프등기족'을 위해 자세한 상담을 해준다. 최종 서류 접수 전 서류가 제대로 갖춰졌는지, 등기신청서는 양식에 맞게 채워졌는지 등을 검수해 준다.
최근들어선 구청에서도 관련 문의가 많아 별도 창구를 마련해 상담해주기도 한다. 마포구청에서 '셀프등기 안내서비스'를 제공하는게 대표적이다.
마포구청 한 관계자는 "과거엔 등기를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제는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된다"며 "주로 40대~50대의 문의가 많다"고 귀띔했다.
각종 서류 발급 등 대부분의 절차를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는 점도 셀프 등기를 더욱 손쉽게 하는 요인이 됐다.
특히 매수인이 준비해야 하는 서류는 '민원24'에서 대부분 발급받을 수 있고 취득세 신고와 납부 역시 온라인 사이트인 '위텍스'에서 가능하다. 잔금을 치르는 당일 오전 7시부터 납부가 가능하기 때문에 취득세를 납부한 후 납부확인서를 챙겨 두면 된다.
국민주택채권 매입은 주택도시기금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고, 정부수입인지는 전자정부수입인지에서 납부후 발급받으면 된다.
과거엔 모두 구청과 은행에 들러서 해결해야 했지만 지금은 온라인 상으로 가능하다. 잔금을 치른후 공인중개사와 매도자로부터 관련서류를 받아 등기소에만 들르면 된다.
등기신청서 역시 수기로 작성해도 되지만 대법원 인터넷등기소(E-form)를 통해 작성하는게 편리하다. E-form으로 작성하면 단순정보들은 자동으로 기입이 되고 등기신청수수료도 2000원 저렴하다. 작성 과정에서 공동명의 인 경우 지분 기재 등에서 더욱 꼼꼼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이 역시 온라인 상에서 친절하게 설명돼 있는 글들이 많다.
이처럼 관련 서류들을 챙겨서 창구에 접수하면 일주일 정도면 등기필증을 받아 볼 수 있다.
만만치 않은 법무사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셀프 등기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법무사에게 맡기는 경우 기본수수료에 부동산 과세표준액에 따라 누진 계산해 수수료를 책정하는데 취득세 납부와 각종 증명서 발급 등의 실비를 제외하더라도 부동산거래신고 등 대행수수료, 교통비, 일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수수료를 덧붙인다. 적게는 50만원에서 그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기도 한다.
최근들어선 견적을 내주는 앱 등이 나오면서 20만~30만원 선에서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통상 5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대출이 껴있어 근저당권을 설정해야 하거나 지분관계가 복잡한 상황 등이 아니라면 일반인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 하다.
과거 '등기'를 중대한 법적행위로 인식하면서 일반인들이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정형화하거나 단순화된 행위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대부분의 과정들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언택트(비대면화)를 촉진하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