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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개발 해야 하는데'…발목잡는 'LH 딜레마'

  • 2021.04.01(목) 16:55

LH 구조 혁신, 분리 대신 기능 분산…몸집 축소 불가피
2.4대책 역할엔 한계…공공재개발 성공 사례 주력해야

정부가 공공재개발과 2.4대책 선도사업 후보지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공공주도 주택공급 대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동시에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강력한 규제 대책을 만들었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구조혁신 방안도 준비 중이다.

땅 투기 논란 진원지인 LH는 구조혁신 대상이면서 주택 공급을 위한 공공개발 사업을 주도해야 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 때문에 정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 분노를 잠재우려면 환골탈태 수준의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지만 주택 공급을 위해선 LH의 역할이 중요해 기능을 한없이 축소하기도 어려운 까닭이다. LH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LH 환골탈태 수준 혁신 어려울듯

정부가 지난 달 29일 발표한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에는 구체적인 LH 혁신 방안은 빠진 채 기본 방향만 담겼다. 투기 등 불공정행위가 원천적으로 발생할 수 없도록 임직원에 대해 재산등록제와 신규 부동산 취득제한제 등 대내외 통제 장치를 구축하고 성과 중심으로 경영관리 체계를 혁신한다는 게 LH 혁신 기본 방향이다.

이를 바탕으로 LH의 역할‧기능‧조직‧인력을 철저히 분석해 각 기능별로 축소하거나 민간‧지자체 이양, 타기관 이관 가능성 등을 점검하고 ▲조직‧기능 조정 ▲내부통제 강화 ▲방만 경영 방지 등을 포함한 혁신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국민 여론은 LH가 땅 투기 논란 진원지인 만큼 LH를 과거처럼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로 분리하거나 해체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LH 혁신은 조직과 기능 슬림화 수준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2.4대책 등 주택 공급대책이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은 "해체와 분리 등 모든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2.4대책을 추진하는데 지장 없는 내에서 혁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LH가 개혁 대상인 동시에 정부 주택 공급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혁신 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공공개발 사업지들은 노후하고 사업성 측면에서 공공이 하는 게 유리한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사업 주체가 LH라는 점이 주민동의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공공 주도 공급, 성공사례 만드는게 시급

LH는 혁신 이후에도 주택 공급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제한적인 수준의 혁신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민 신뢰를 단기간 회복하기는 어렵다. 이는 정부가 마련한 주택공급대책 핵심인 공공이 참여하는 개발 사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여러 형태의 공공주도 개발사업 중 공공재개발 등에 집중해 성공사례를 만들어내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4대책은 LH와 SH 등이 토지를 수용해 직접 사업을 시행하는 반면 공공재개발은 조합과 공공이 함께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현 상황에선 공공에 대한 더 높은 신뢰가 필요한 2.4대책보다 공공재개발이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더 수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2.4대책은 토지소유권을 넘겨야 한다는 부분에서 주민들의 참여가 망설여질 수 있다"며 "특히 LH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선 토지수용 방식을 주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입장에선 (사업지 선정 지역 외)다른 지역들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공공주도 주택 공급 성공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실적으로 2.4대책보다 공공재개발에서 성공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큰 만큼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공공개발은 LH가 참여하지만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LH가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공공성 측면이 강하다는 점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LH가 공공개발 사업을 주도한다는데 반감을 갖고 있는 주민들이 조금이나마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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