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의 지위가 바뀌고 있습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매물을 들고 있는 집주인들에게 가격 등에서 휘둘릴 수밖에 없었는데요. 최근에는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늘면서 매수자들의 입김이 세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집값은 하향 조정될 수 있는데요. 이번 주에도 집값 상승폭은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어 향후 흐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상승폭 줄고 매물은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마지막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14%를 기록, 전주보다 0.03%포인트 축소됐습니다. 수도권은 0.02%포인트 줄어든 0.16%, 서울도 0.01%포인트 낮아진 0.1% 오르는데 그쳤는데요. 집값 상승폭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0.75%→1%), 시장에 영향을 미쳤는데요. 거래활동 위축세가 지속되는 것은 물론 그 동안 매물 부족 현상을 겪었던 지역도 매물이 소폭 증가했다는 게 부동산원 설명입니다.
실제 서울 아파트 매물이 두달 전보다 크게 증가했는데요.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조사 결과 10월 1일 서울 아파트 매물은 3만9639개(매매 기준)에서 이달 3일 기준 4만4989개로 13.5% 늘었습니다.
이처럼 집을 팔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은 줄고 있는데요. KB부동산리브의 매수우위지수는 65.3을 기록하며 전주보다 2.5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주택 시장에서 매수자 지위가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는 상황이죠.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를 보면 신저가 비율이 이전보다 늘어나는 등 확실히 시장 상황이 변하고 있다"며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하네요.
서울 주요 자치구들 집값 상승폭도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때 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키맞추기 현상이 나타나며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던 강북구는 관망세가 짙어지며 보합으로 전환했고요.
강남구는 학군수요가 있는 개포동과 삼성동 주요 단지 정도만 올라 상승률은 전주보다 0.02%포인트 줄어든 0.15%에 머물렀습니다.
전세도 상승폭 줄고 있지만…
이처럼 당분간은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여파로 상승폭 둔화세가 이어질 전망인데요. 다만 현금 동원능력에 따라 대출과 금리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어 주택시장 양극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아파트 거래가 줄면서 상승폭이 줄어드는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전부터 대출 규제가 있었던 초고가 아파트 시장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가격과 입지에 따라 주택시장이 양극화되는 혼조세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전세시장은 매매와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0.12%로 전주보다 0.02%포인트 축소됐는데요. 수도권은 0.03%포인트 줄어든 0.12%, 서울은 0.01%포인트 낮아진 0.1%를 기록했습니다.
전셋값도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집값 안정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변수로 꼽히고 있는데요. 서울의 경우 내년 입주 물량이 크게 줄고,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2년이 되면서 갱신청구권 사용 후 만료되는 전셋집들은 신규 계약 시 전세보증금이 크게 뛰거나 반전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함영진 랩장은 "과거처럼 집값이 잠시 조정기를 거쳐 이내 급등하는 현상이 재현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전세 시장 안정이 쉽지 않아 하향 안정을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