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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집은 포기할까…영끌하거나 월급 고스란히 13년간

  • 2021.12.15(수) 14:55

아파트 한채 사려면 13.6년간 돈 모아야
주택구입부담 커지자 줄어드는 매수심리

서울 주택구매 부담이 역대 최고수준으로 나타났다. 평균소득을 버는 가구가 서울에 평균가격의 주택을 구매하려면 소득의 절반가량을 대출이자로 갚아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 없이 아파트를 사는 경우에는 13.6년 동안 숨만 쉬고 돈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구매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같은 상황에 매수심리 또한 얼어붙고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월 소득 절반 이자내야 서울 집 마련 가능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82로 집계됐다. 이는 자료를 집계한 2004년 1분기 이후 최대 수치다.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지난 2016년 4분기 102.4로 100을 넘어선 뒤로 꾸준히 오르다 2018년 4분기 133.3을 기록한뒤 소폭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2020년 1분기 132.2로 상승한 이후 지금까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간소득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의 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로, 지수가 높을수록 주택구입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담보대출상환으로 가구소득의 약 25%를 부담하면 해당 지수는 100으로 산출된다. 

이 수치가 182로 나왔다는 것은 서울의 중간소득 가구가 서울지역의 중간가격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월 가구소득의 약 45.5%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구소득의 절반을 대출이자를 갚는데만 사용해야 서울에 집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대출 없이 소득만을 통한 주택 구입 능력을 확인하는 지표인 소득대비집값비율(PIR)도 수치가 오르고 있다. 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월간 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올해 3분기 서울 KB아파트담보대출 PIR은 13.6배로 조사됐다. 통계 자료를 집계한 2008년 1분기 이후 최대 수치다.

서울 KB아파트담보대출 PIR은 지난 2018년 3분기 10.1배로 처음으로 두자리수로 오른 뒤 4분기 9.9로 소폭 하락했다. 다음 분기에는 10.5배로 올랐고 2020년 2분기 소폭 하락 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KB아파트담보대출 PIR은 국민은행에서 실행한 아파트 담보대출을 분석해 거래된 아파트 가격의 중위값을 대출자의 가계소득의 중위값으로 나눠서 조사한 수치다. 해당 기준에 따라 올해 3분기 가구소득 중위값은 5652만원, 아파트 중위값은 7억7000만원이었다. 

수치가 13.6배라는 것은 중위소득 가구가 13.6년간 단 한 푼도 안쓰고 자금을 모아야 중위가격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것은 최근 수년간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두 지표 모두 집값과 소득이 큰 변수인데 소득은 단기간에 오르기 쉽지 않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조사에 의하면 전년 말 대비 지난 11월 서울 아파트 값은 15.86%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4월을 제외한 매달마다 1% 이상 집값이 상승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소득 증가율보다 아파트값 상승률이 높아 PIR이 올랐고 그만큼 버블에 근접해 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집값이 안정되면 오름세가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집값이 안정돼도 금리가 계속해서 오른다면 주택 구입 부담은 줄지 않을 수 있다. 

최영상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구입부담지수는 금리, 소득, 주택가격 3개가 변수인데 소득은 단기간에 늘기 힘들어 금리와 주택가격이 떨어져야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집값이 내려가도 금리가 오르면 지수는 유지될 수 있고 가격이 그대로여도 금리가 올라가면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얼어붙은 매수심리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처럼 주택구입부담이 커지고, 대출받기도 어려워지면서 주택 매수 심리도 잦아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시스템을 보면 9월 이후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7.2로 집계됐고 매주 지수가 하락했다. 이후 11월 셋째주에는 99.6을 기록하며 100 밑으로 떨어졌고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주 96.4까지 내려앉았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의 비중을 지수화한 수치다. 0~200 사이로 집계되며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많고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주택구입 부담이 커진 영향"이라며 "집값이 많이 올라 주택담보대출, 보금자리론을 받아서 살 수 있는 대상 주택이 많이 줄어들어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규제 강화 스탠스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결국 주택 구입 시 소득에 따른 상환능력을 보고 대출을 해주기에 대출규제, 금리인상, 높은 집값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구매 적극성은 올해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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