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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마지막 퍼즐, 공급]②오세훈 '신통기획' 끝까지 신통할까

  • 2021.12.14(화) 11:00

서울 정비사업 '유일한 선택지'…흥행 성공
관련 조례·법 개정 '깜깜'…내년 지방선거 변수

'압구정 3, 4, 5구역,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강남의 주요 재건축 사업지들이 연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참여 의향을 밝히고 있다. 그야말로 흥행을 잇고 있다.

꽉 막힌 서울 재개발·재건축 추진에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로 숨통을 터주고 있지만 당장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고 내년 지방선거 등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세훈표 '스피드 주택공급'의 지속여부를 장담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신통기획을 진행중인 미아4-1 구역을 찾아 지역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이하은 기자

서울 정비구역 사로잡은 '신통기획'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형 정비지원사업인 신통기획을 적용하고 있는 지역은 총 20곳이다. 올해 말 선정 예정인 주택재개발사업 후보지 25곳을 더하면 총 45개 지역이 신통기획으로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한다. 연중 수시 접수하는 재건축 사업지들의 참가 신청서가 속속 들어오는 점을 고려하면 신통기획 사업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나서서 정비계획 수립을 돕고, 민간재개발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각종 심의를 하나로 통합하고, 신통기획만을 위한 특별 분과위원회를 설치한다. 서울시는 이런 방식으로 통상 5년 이상 걸리는 기획 단계를 2년으로 단축하고, 이어지는 건축, 교통, 환경 등의 심의 과정도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 신통기획을 적용한 신림1 재정비촉진사업은 작년 5월 대상지에 선정된 후 1년2개월만인 올해 7월 기획을 완료했다. 지난 10월 말 공모엔 24개 자치구에서 총 102개 구역이 신청하며 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통기획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중인 대치 미도 위치도 / 사진=서울시

꽉 막힌 정비사업, 유일한 옵션

정비업계는 신통기획의 흥행에 대해 사실상 대안이 전무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10여년간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댔다. 이번 정부들어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분양가상한제 등의 강력한 규제를 더했다.

오세훈표 신통기획은 막혔던 시장에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동시에 그간 강력한 거부감을 일으킨 기부채납, 임대주택 등의 공공재개발식 환수장치를 배제했다.

서울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강남 압구정3구역을 비롯해 압구정 2, 5구역과 개포동 경·우·현(경남·우성3차·현대1차) 주민들이 연이어 신통기획에 관심을 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신통기획을 통하면 사업 기간이 단축되고, 민간에서 추진하는 일에 공공이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청하게 됐다"며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사업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별도의 인센티브는 없지만 임대주택 비율 확대 등 특별한 페널티도 없는 게 신통기획의 특징"이라며 "서울시의 지원을 받되 반드시 공공의 기획을 따를 필요가 없고, 지금까지 사업 내용을 살펴봤을 때 큰 단점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내 정비사업을 준비하는 지역의 입장에서는 쉽게 고려해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끝까지 신통할지 미지수…갈 길 멀다

신통기획의 가장 큰 변수는 내년 6월 만료되는 오세훈 시장의 임기다. 정비계획 수립 기간이 신통기획을 통해 절반으로 줄어들더라도 최소 2년 이상이 필요한데, 이 기간 정책이 안정적으로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업인가과정에서 필요한 건축, 교통, 환경 통합심의도 아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건축·교통 통합심의에는 교통영향평가 조례 개정이, 건축·환경 통합심의에는 환경영향평가 관련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 건축, 교통, 환경 세 분야를 한 번에 심의하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까지 이뤄져야 한다.

조례를 개정하려면 서울시의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서울시의회 의원 109명 가운데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오 시장이 취임한 이후 번번이 시의회와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 지방선거 이전 조례개정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관련 법 개정 역시 마찬가지다. 여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 문턱도 오 시장에겐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재건축의 경우 재초환 등 이번 정부에서 쳐 놓은 규제의 벽을 넘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사업성 확보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사업기간 단축만으로는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초환이라는 암초가 있는 재건축 사업의 경우 실제 사업을 완주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도 "큰 걸림돌이 없는 재개발 사업은 신통기획의 패스트트랙을 통해 공급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이들 사업의 공급이 가시화하는 시점을 예상하기도 쉽지 않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신통기획을 적용한다해도 각 사업지마다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시장 공급 시점을 단언할 수는 없다"며 "내년 지방선거와 이제 논의를 시작한 관련 조례와 법 개정 등이 변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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