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에서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할 것 없이 월세 매물이 싹 사라졌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서류상 거주지를 옮겨놓으려는 시도로 보이는데요.
내년부터 이어질 '줍줍'(무순위 청약)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입니다. 이 영향으로 과천 인구가 6년 만에 다시 7만명을 넘어서는 등 그야말로 난리인데요. 대체 줍줍이 뭐길래 이렇게 성화인 걸까요?
청약시장 '로또 중의 로또' = 줍줍?
줍줍은 '떨어진 청약을 줍는다'는 뜻으로 무순위청약을 말하는데요. 무순위청약은 아파트 정당계약 이후 미분양·미계약 물량이나 당첨 취소 물량이 생기면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제도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청약 문턱이 높은 때에 '마지막 희망'으로 줍줍을 노리는 분들이 많은데요.
현재 분양 아파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와 분양가상한제 등의 규제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가가 책정되는데요.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태라 그나마 저렴한 분양 아파트로 수요자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청약경쟁률이 한껏 높아진 상황입니다.
그러나 청약제도가 가점제 위주라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을 수밖에 없는 젊은층은 청약 당첨 가능성이 낮고요. 중장년층도 이제 웬만한 가점으로는 서울 등 주요 지역 단지를 분양받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렇다고 추첨제에 도전하기엔 전용 85㎡ 초과 물량만 대상으로 하는 만큼 분양가 부담이 크고요.
이런 상황에 무순위청약은 한 줄기 빛으로 작용하는듯 합니다.
추첨제라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이나 가점 관계 없이 신청할 수 있고요. 최초 분양가로 공급하기 때문에 현 시세에 비해 현저히 저렴합니다. 이에 청약가점이 낮은 2030세대들도 노려볼만 한데요.
실제로 지난 8월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는 무순위청약 5가구를 공급했는데 그중 1가구는 20대가 당첨됐습니다. 분양가가 3년 전과 같아서 전용 84㎡가 14억원 초반대였는데요. 무순위청약 당시 같은 평형의 시세는 30억원대에 형성돼 최소 15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기대됐습니다. 거의 로또 1등 당첨금(세금 제외) 수준이죠. ▷관련기사:[부동산 줍줍]디에이치자이 개포 줍줍=로또 1등(8월15일)
다만 줍줍은 분양대금을 납부하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현금 여력이 있어야 합니다. 디에이치자이개포의 경우 무순위청약 당첨자는 3개월 내로 분양대금을 전액 납부해야 했는데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안 됐는데요. 그나마 실거주 의무가 없어서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납부할 수 있었지만 계약금(20%)이 3억~4억원에 달했죠.
너도나도 '과천가자'…지금이라도?
너도나도 과천으로 거주지를 이전하는 이유도 바로 이 줍줍 때문입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과천시 아파트 총 7개 단지에서 200여 가구의 줍줍 물량이 나오거든요. 웬만한 단지의 일반분양 물량과 맞먹는 규모인데요. 과천은 최근 몇 년 새 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이라 분양 아파트 수요가 높은데요. 더군다나 무순위청약은 과거 분양가로 공급되기 때문에 더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죠.
이번에 나오는 물량은 지난 3~5월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 과천 지식정보타운 분양 당첨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인 결과 부정청약 의심사례로 적발된 건들인데요.
지정타에선 △과천제이드자이(40가구) △과천푸르지오벨라르테(36가구) △과천푸르지오어울림라비엔오(36가구) △과천푸르지오오르투스(36가구) △과천르센토데시앙(28가구) 등 5곳이 무순위청약을 준비중이고요.
민간 분양에서도 △과천위버필드(4가구) △과천자이(10가구 이상) 등 재건축 2개 단지가 무순위청약을 받을 예정입니다. 다만 일부 물량은 소송 등이 진행중이라 총 가구수가 소폭 조정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지정타 첫 분양 단지였던 과천제이드자이가 가장 먼저 무순위청약을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시공사인 GS건설 측은 "연내 무순위청약 진행을 목표로 지자체랑 모집공고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중 지정타 내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는 전용 59㎡가 5억원대, 전용 84㎡가 7억~8억원대였는데요. 현 시세 대비 3분의 1 가격입니다. 인근 '과천푸르지오써밋'(2020년)은 이달 전용 59㎡가 17억4000만원에, 지난 8월 전용 84㎡가 22억원에 거래됐습니다.
이에 '과천 줍줍=로또'로 여기고 거주지를 옮기는 움직임이 눈에 띄는데요. 과천시의 경우 의무거주기간이 따로 없어 모집공고일 기준 과천에 거주하면 청약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죠.
실제로 청약을 준비하며 이사를 하는 가구도 있지만 서류상 거주지만 이전하기 위해 반지하, 옥탑방 등에 월세로 계약하는 등의 각종 위장전입이 판을 치고 있다고 하는데요. 계약 후에는 일부 짐을 가져다 놓은 뒤 가끔 방문해 전기를 사용하고 인근 식당에서 카드를 사용해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들어 놓는 등의 사례들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같은 영향 등으로 일대 빌라 월세 가격이 올라가고 통계상 인구 규모도 크게 늘었는데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과천 인구수는 7만1234명으로 지난 2015년 4월(7만16명) 이후 6년7개월 만에 7만명을 재돌파했습니다. 11월 중순 과천자이(과천6단지)가 입주를 시작하기도 했지만 일대 빌라 매물이 씨가 마른 것을 보면 줍줍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에 과천에서 줍줍으로 나오는 단지들은 당첨 후 전세를 놓을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이 더욱 치열할 전망인데요. 당첨 확률이 '바늘구멍'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문가들은 전략적으로 움직일 것을 조언하고 있습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과천 줍줍은 당첨만 되면 로또중의 로또라 경쟁률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청약가점이 높아서 당첨 가시권에 있는 분이라면 굳이 움직일 필요 없고 청약가점이 낮은 분들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거주지를 옮겨서 청약을 노려볼만 하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