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장 뜨거웠던 '송도'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식고 있다. 올해들어 1억~2억원씩 뚝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고 매매거래도 얼어붙어 매물이 쌓이는 상황이다. 침체된 분위기 속에 분양 시장 또한 맥을 못 추고 있다.
인천은 지난해 '전국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할 만큼 집값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올해들어 일부 가격 조정 가능성이 예상됐다.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분양도 지속해서 이뤄지는 등 공급이 끊이질 않는다.
3주 연속 집값 하락… 신축 아파트 분양도 시들
10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송도국제도시가 위치한 인천 연수구의 2월 첫째주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보다 0.01% 하락했다. 1월 넷째주(-0.01%), 다섯째주(-0.04%)에 이어 3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인천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집값 상승률을 보였던 것과 대조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작년 인천 아파트값은 34.5% 오르며 전국 평균(18.45%)을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인천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던 송도까지 올해 들어 열기가 꺾이고 있다. ▷관련기사:[2022 집값 날씨]⑥'핫'했던 인천…"더위 꺾여요"(1월2일)
송도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올해도 그만큼 오르긴 어려울거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거래조차 없는 상황이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송도가 속한 연수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들어 3분의 1토막 났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작년 연수구는 매월 세자릿수 매매 거래량을 유지했지만 12월 들어 거래량이 91건으로 줄었고, 올해 1월에는 34건으로 급감했다.
거래되지 않은 매물이 점점 쌓이고 있다. 연수구 아파트 매물은 10일 기준 3805건으로 집계됐다. 두달 전(2979건)보다 28%나 증가했다.
주요 아파트단지에서는 신고가보다 하락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도SK뷰 전용 84㎡는 작년 12월 10억원(16층)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5일에는 8억5000만원(33층)에 팔리며 한 달 만에 1억5000만원 하락했다.
송도 더샵센트럴파크1차 전용 106㎡는 지난달 27일 12억5000만원(12층)에 거래됐다. 작년 10월18일 14억8000만원(16층)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2억3000만원 떨어졌다.
매매 시장이 위축되며 청약 수요도 감소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청약을 진행한 송도 럭스 오션 SK뷰 아파트는 최종 경쟁률 5.7대 1로 마감했다. 1순위 청약에서 예비입주자를 찾지 못해 2순위 청약까지 진행한 결과다. ▷관련기사:'분양 한파'…뜨겁던 송도 '오션뷰'아파트도 못 피했다(2월9일)
작년 11월 분양한 '송도자이 더 스타'는 이보다 높은 13대 1의 경쟁률로 본 청약을 마쳤지만, 미계약자가 35%나 발생해 무순위 청약(줍줍)까지 진행했다.
입주·분양 물량 동반 상승…"당분간 조정"
당분간 이같은 집값 조정 국면은 지속할 전망이다. 올해와 내년 입주 물량이 2년 연속 최대 수준이고, 분양 물량도 쏟아진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역별 입주예정물량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인천에는 3만7000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2만 가구가 입주했던 작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은 규모다. 내년에는 올해 입주 예정물량보다도 늘어난 4만9000가구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송도를 포함한 연수구는 올해 752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입주 물량이 228가구에 불과했던 작년의 2.3배 수준이다.
분양 물량도 대거 기다리고 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인천에서는 총 45개 단지·4만4334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이들 아파트가 2~3년 안에 입주하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인천에는 입주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송도에는 올해들어 한달여사이 '더샵 송도아크베이'(775가구), '송도 럭스 오션 SK뷰'(1114가구)가 청약을 진행했고, '송도힐스테이트레이크 4차'(1319가구)도 이달 분양한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은 "송도는 올해 입주 물량이 많지 않아 공급 부담은 덜하지만, 작년 집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수요 유입이 제한되고 있다"며 "거래 가격을 일부 조정하더라도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쌓이면서 가격이 더 하락할 수 있고, 상승 기대감이 떨어진 탓에 청약 열기도 한풀 꺾인 국면"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