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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아이파크'라도 빼자…결국 역사 속으로?

  • 2022.02.21(월) 06:30

광명11 이어 HDC현산 시공사 제외 요구 지속
"시공하더라도 아이파크 NO"…브랜드 경쟁력 추락

"아이파크라는 이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봐요. 어느 현장에서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당연히 전혀 다른 브랜드가 돼야죠" - 안양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

'아이파크'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까요.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지난 2001년 출시해 20년간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키워온 아이파크가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광주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곳곳에서 'NO 아이파크'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실제 최근 한 사업장에서 아이파크를 배제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해 주목받았는데요. 경기도 광명시 광명11구역 재개발 조합이 HDC현산에 공문을 보내 시공 참여와 아이파크 브랜드 사용 제한 방안을 요구한 겁니다.

광명11구역은 광명뉴타운 내 최대 규모 사업지인데요. 계획 가구 수가 4400여 가구에 달합니다. 조합은 지난 2016년 현대건설과 HDC현산을 공동 시공사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사고에 이어 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까지 벌어지자 HDC현산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조합은 시공을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하고, 브랜드 역시 아이파크를 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HDC현산의 경우 지분에 따른 이익만 배분받으라는 겁니다. 오는 4월 정기총회에서 이와 관련한 안건을 상정해 결정을 내릴 계획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 조합의 경우 최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받은 결과 92%가 HDC현산의 참여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이 사업장은 앞서 지난 2015년 HDC현산과 GS건설, 한화건설이 참여하는 컨소시엄과 시공 계약을 맺었는데요. 여기서 HDC현산이 빠지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운암3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광명11구역이 추진하는 방식과 유사한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며 "이번주 초 컨소시엄 참여 세 업체에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광명11구역 건도 있으니 우리와도 대화가 부드럽게 되길 바란다"고도 했고요.

얼마 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로 HDC현산을 선택하면서 이슈가 됐죠. 광주 붕괴 사고 이후 '아이파크 보이콧' 분위기가 확산하는 와중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사업장에서도 '아이파크'라는 이름은 쓰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HDC현산은 애초 '아이파크 더 크레스트'를 제안했지만, 결국 단지명을 지을 때 조합원의 뜻을 따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HDC현산이 관양현대에 파격 조건을 제시하면서 인근에 있는 비산동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반발한 바 있는데요. 이 사업장은 지난 2016년 HDC현산과 코오롱글로벌이 사업을 수주했습니다. 조합은 향후 HDC현산이 영업정지를 받게 되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최근 총회에 상정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일단 영업정지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HDC현산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다만 아이파크 브랜드에 대해서만큼은 강경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조합 관계자는 "결론이 어떻게 나든 아이파크라는 이름은 이제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단지 이름은 조합원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2구역 재건축조합의 경우 최근 단지 내에서 HDC현산의 철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HDC현산의 자진 철수를 원하고 있는데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조만간 HDC현산의 본사를 방문하는 등의 시위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사업장은 지난 2017년 현산과 GS건설의 컨소시엄이 공사를 따냈는데요. 4000여 가구를 조성하는 수원 최대 재건축 사업지로 여겨지는 곳입니다. 워낙 규모가 있는 사업지다 보니 HDC현산 입장에서도 계약을 꼭 지켜내야 합니다. 이에 따라 단지명을 조합원이 원하는 대로 정하는 등 여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HDC현산을 시공사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최소한 '아이파크'라는 브랜드는 빼야 하지 않겠냐는 여론이 확고해지고 있고요.

업계에서는 결국 HDC현산이 아이파크 브랜드를 교체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다만 HDC현산 측은 "광주 붕괴사고 현장 수습과 피해 보상 절차 등이 우선"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브랜드 교체는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아이파크는 HDC현산이 지난 2001년 기존 '현대아파트' 브랜드 사용을 중단하며 의욕적으로 선보인 이름입니다. HDC현산은 1999년 현대그룹에서 분리해 나왔는데요.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당시 국내 최고 아파트 브랜드로 평가받던 '현대'를 포기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컸습니다.

이런 우려를 딛고 아이파크는 국내 대표 아파트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 따르면 아이파크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 11월까지만해도 4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사고 이후 순위는 순식간에 20위권으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 붕괴 사고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HDC현산의 징계 절차가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과연 HDC현산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20년간 공들여 키워온 아이파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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