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는 몇 층까지 올릴 수 있을까?'
대선 이후 재건축·재개발 추진 아파트 소유자들이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는 듯 합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주택 공급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공약으로 '용적률 최대 500% 상향'을 제시했기 때문이죠.
이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분양가규제처럼 법 개정 없이 국토부 재량으로 추진할 수 있는 데다, 최근 서울시까지 '35층 룰'을 폐지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는데요. 과연 시장의 기대처럼 용적률을 양껏 올려 정비사업 추진에 힘을 보탤 수 있을까요.
강남도 1기 신도시도…'용적률 완화' 물끄럼
대선 이후 정비사업 시장에선 용적률 상향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방안 중 하나로 용적률 상향을 공약한 바 있습니다.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최고 500%까지 대폭 높여주면 사업성이 개선되면서 정비사업에 물꼬가 트일 거라고 본건데요.
현재 서울시 내 3종 일반주거지역과 한강변 아파트 지구의 재건축 단지 용적률은 250%에 묶여 있어 대부분의 아파트가 용적률 200~220%로 조성돼 왔습니다. 더군다나 서울에선 주거지역에 '35층 룰'을 적용했기 때문에 일부 동만 최고 35층으로 높이는 식이었죠.
그러나 지난 3일 서울시가 최상위 도시계획인 '2040 서울플랜'에서 층수 규제를 삭제하면서 층수를 더 높일 수 있게 됐고요. 당시 용적률 완화가 포함되지 않아 업계에선 아쉬움을 토로했는데요. 이를 공약한 윤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비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역세권 2·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는 등의 방식으로 용적률을 500%까지 올리기로 했고요. 용적률을 두 배 가까이 상향해주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 물량의 50%는 기부채납을 받아 공급하겠다는 방침인데요.
벌써부터 서울 강남권 일부 지역에선 매물이 쏙 들어가는 등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층수 규제와 용적률 규제가 동시에 풀리면 초고층 아파트를 건립해 랜드마크 단지로 만들 수 있고 일반분양 가구수가 많아져 수익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죠.
1기 신도시에서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가 재건축 사업을 검토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분당·일산·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는 지난해 9월 분당 시범단지를 시작으로 오는 2026년까지 약 30만 가구의 아파트가 재건축 연한(30년)이 도래하는데요. 용적률이 약 170~220%로 높아 재건축이 힘들다고 보고 일부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에 윤 당선인은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 제정을 통해 토지용도 변경, 종상향으로 용적률을 높이고 체계적으로 재정비사업을 추진해 10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용적률 500%, 선별 적용 가능성
정비업계는 벌써 봄을 느끼고 있는듯 합니다.
용적률 완화의 경우 재초환, 분양가 규제 등과 달리 법안 개정 없이도 국토교통부 행정조치만으로도 가능하거든요. 국회를 거쳐야 하는 사항이 아니라 시행 속도도 빠를듯 한데요.
그렇다고 모든 아파트가 용적률을 500%까지 올릴 순 없을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일반주거지역 내에서 500%의 용적률을 적용하면 동간 거리가 좁아지고 일조권, 사생활 침해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죠.
실제로 약 1만 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인 송파구 '헬리오시티'는 용적률 285%, 건폐율 19%인데도 건물이 빽빽해 다소 답답하다는 평가를 받고요. 경기도 수원시 '화서역 파크푸르지오' 역시 용적률 499%, 건폐율 23%로 이른바 '닭장 아파트'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가구 수가 크게 증가하면 교통, 학교, 병원 등 기반 시설 부족 문제도 뒤따를 수밖에 없을텐데요. 너도나도 용적률을 크게 높여버리면 주거 환경의 질이 떨어질 거란 예상이 나옵니다.
결국 일부 단지만 선별적으로 용적률을 높이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용적률 500%는 하나의 목표 지향치로 두고 용적률을 탄력적으로 해 공급 부족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측면이 강해보인다"며 "새로운 주거지역 종류를 신설하거나 도시계획과 연관해서 층수 상향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용적률 상향만으로는 정비사업 활성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도 분석했는데요.
두 선임연구위원은 "일정 층수를 넘어서면 건축비가 크게 오르는 데다 최근 원자재 파동까지 맞물려 공사비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상향한 용적률의 절반을 기부채납한다면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유자들이 비용 부담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율할 수 있도록 재초환, 상한제 등도 겸해서 규제 완화를 검토해야 도심에 충분한 공급 활성화 촉진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