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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DSR 대출규제는 대통령도 못 푼다고요?

  • 2022.03.16(수) 08:58

윤석열, LTV 대폭 완화 등 대출규제 손질 예고
효과 보려면 'DSR 40%' 규제 동반 완화해야
집값·은행 건전성 등 거시경제 악화 변수도

'푼다 vs 못 푼다'

대선 이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여부가 연일 시장의 관심거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향을 예고한 가운데, 대출 문턱을 낮추려면 DSR 규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거든요. 

하지만 쉽지 않아보입니다. 이제 겨우 한풀 꺾인 집값이나 가계대출 상승세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는 데다 거시경제 환경도 악화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일부 부동산커뮤니티 등에서 '바젤3' 등 국제적 기준까지 거론되면서 획기적인 대출 규제 완화가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기도 합니다. 과연 윤 당선인이 대출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 수 있을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LTV 받고 DSR 더' 필요한 이유

윤 당선인의 '대출규제 완화' 공약을 두고 시장의 전망이 분분합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청년이나 신혼부부의 내집마련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생애 첫 주택구매 가구에 대해선 LTV 상한을 80%로 높이겠다고 공약했고요. 그 외에는 지역과 관계없이 LTV를 일률적으로 최대 70%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집값의 최대 70~80%를 대출해준다는 건데요.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서 LTV 상한선이 20~40% 수준으로 이 비율이 상향되면 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문턱이 한층 낮아지겠죠.

LTV는 관련 규정만 만지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조였다 풀었다 할 수 있습니다. 은행업감독규정인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관리 세부기준'에 따라 산출돼 지역·조건별 LTV 이내 범위에서 대출이 이뤄지고 있거든요.  

문제는 DSR입니다. DSR은 차주의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규제인데요. DSR은 연 소득이 낮을수록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이 적기 때문에 LTV 상한선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대출 한도가 오르기 힘듭니다.▷관련기사:[집잇슈]'대출이 너무해'…2030 오피스텔도 못 사요(1월6일)

이렇게 되면 고소득자만 혜택을 보게 될텐데요. 정책 취지에 맞게 청년층 등의 주택 대출 문을 넓혀주려면 DSR 조정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LTV 비율을 아무리 올려도 DSR 규제가 묶여있으면 결국 고소득자, 고신용자의 상황만 좋아진다"며 "이미 은행들이 주택 관련 대출을 보수적으로 실행하고 있고 집값도 많이 오른 상태라 DSR 비율도 함께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계대출·집값상승 부작용 우려


시장의 요구는 커지고 있지만 섣불리 DSR 규제를 풀긴 어려워보입니다.

대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 다시 갭투자, 영끌 등에 나서면서 다시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거든요.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값이 지난해 하반기 금리 인상, 대출규제 강화, 대선 정국 등이 맞물리면서 겨우 한풀 꺾인 상태인데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2월 서울 주택종합(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04% 떨어져 2020년 5월(-0.09%) 이후 1년9개월만에 하락했습니다. 

가계대출 불안도 증폭될 수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국내 가계부채비율은 매년 꾸준히 올라 지난 2020년 처음으로 200%를 돌파(200.7%)했고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8%로 전년 동기 대비 7.6%포인트 증가해 같은 기간 미국(4.1%포인트), 프랑스(7.1%포인트) 보다도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더욱이 국제협약인 '바젤3' 협약을 충족하려면 DSR 규제 완화에 나서기 쉽지 않을거란 전망도 일부 나옵니다. 바젤3는 지난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계기로 은행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맺은 세계적 협약인데요. 우리나라는 2013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늦춰오다가 2020년 주요 은행부터 적용하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무분별하게 풀어줬다간 은행 건전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금리 인상기에 집값이라도 떨어지게 되면 상환 부담이 늘어나 금융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DSR을 대폭 풀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고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확 풀기보다 점진적 완화 가능성


시장에선 윤 당선인이 공약을 실행하되 '점진적 완화'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집값이 높은 상황이라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이 된 분위기인데요.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9억7000만원으로 거의 10억원에 가깝습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이미 집값이 많이 오른데다 DSR은 현재 규제가 강한 상태라서 조금 더 풀어줘도 크게 무리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바젤2에서 바젤3로 넘어가면서 금융사들이 이미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 가중치를 올려놓은 상태"라며 "금융사별로 자기자본 등을 관리하면서 대출을 실행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나오는 바젤3 미충족 등의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획기적인 완화는 어려워보입니다. 

시장에선 우선 LTV 상한을 높이고 DSR 비율은 차후에 조정하거나, 서민 무주택자의 요건을 갖추게 되면 LTV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10%포인트 우대해주는 것과 같이 DSR을 완화해주는 등의 예상이 나옵니다. 또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의 비율은 유지하고 조정대상지역의 비율은 상향하는 선별적 완화 방식도 거론되는데요. 

이은형 연구원은 "최근 서울시의 '2040 서울플랜'이 발표되자마자 주요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른 것처럼 대출 규제를 획기적인 수준으로 풀어버리면 부작용이 너무 뻔하게 예상된다"며 "더군다나 재건축 활성화 등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집값 상승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도 감안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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