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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완화…목동·1기 신도시 '반색' vs '시큰둥' 왜?

  • 2022.12.09(금) 06:30

목동 등 '조건부 재건축' 단지 2차 안전진단 '불만'
1기 신도시 "구조안전성 30%로 재건축 불가능"
집값 영향은 없을듯…매수 심리 위축 탓

재건축 3대 대못의 마지막 '안전진단' 완화 방안이 발표되면서 시장은 반색했다. 재건축 추진의 첫 문턱이 확 낮아지면서 재건축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서울 목동 신시가지 등 오랫동안 재건축을 바랐던 단지 일각에선 실망감도 나온다. 모든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한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조건부 재건축의 경우 자칫 재건축 시기를 지연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기 신도시는 이번 완화방안으론 재건축 추진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구조안전성 추가 완화와 예비안전진단 폐지 등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당장 집값에 미치는 영향도 적을 전망이다. 가격 상승 기대보다는 주거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혁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이 재건축 안전진단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국토부

폐지인듯 폐지아닌 2차 안전진단

국토교통부는 어제(8일)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기존 50%에서 30%로 하향하고, 2차 안전진단 의무를 폐지하는 게 골자다. 오는 12월 관련 고시를 개정할 예정으로, 이미 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단지에도 적용한다.

목동신시가지 등에서 이미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은 실망한 분위기다. 긍정적인 변화라는 데는 공감했지만, 재건축에 속도를 내긴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가장 아쉬운 건 2차 안전진단이 완전 폐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1차 안전진단 결과는 점수에 따라 재건축, 조건부재건축, 유지보수로 나뉜다. 이중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단지는 반드시 2차 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이같은 의무를 폐지하는 대신 "지자체가 요청할 경우 예외적으로 적정성 검토가 시행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목동 신시가지 1~5·7·8·10·12~14단지와 상계주공 1·3·6, 상계한양, 하계장미 등 2018년 이후 1차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들은 모두 조건부 재건축 결과를 받았다. 이들이 조건부 재건축이 아닌 재건축 판정을 받길 원한다면 다시 안전진단을 진행해야 한다. 다만 이미 한 번 진행했기 때문에 절차는 단축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결국 2차 안전진단을 공급 조절 방안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목동재건축연합 관계자는 "1차 안전진단에 통과했다고 해서 적정성 검토에서 배제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부 발표대로 '폐지'라고 보지 않는다"며 "모든 단지에 2차 안전진단을 없애면 너도나도 재건축 단계를 밟을 테니 100% 풀지 않을 거고, 결국 일부 단지는 뒷전으로 밀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기 신도시는 '불가능'?

1기 신도시의 실망감도 상당하다. 애초 구조안전성 가중치 대폭 완화, 예비안전진단 폐지 등을 기대했지만 모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완화안으론 사실상 재건축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조안전성 가중치의 경우 박근혜 정부 때 수준인 20%로 하향하길 바랐다. 정부도 지난 8·16 대책에서 기준치는 30%로 하되 지자체 판단에 따라 5~10%포인트를 더하거나 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혀 기대감을 더했다.

하지만 최종 구조안정성 가중치는 30%로 고정하고, 지자체 재량권은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최우식 1기 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 회장은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30%로 완화했다고는 하지만 1기 신도시에선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며 "20%일 때는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들이 있는데 30%가 되면 급격히 줄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 노후 아파트 등 문턱을 낮춰주는 의미는 있겠지만 90년대 지은 아파트들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1기신도시 중 일산에선 최초로 재건축을 시도한 백송마을5단지는 지난달 예비안전진단에서부터 고배를 마셨다. 구조안전성과 건축마감에서 C등급을 받아 유지보수 판단을 받았다. 당시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구조안전성 비중 30%로도 통과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20%로 낮추고, 예비안전진단을 폐지하는 등의 방안을 전국에 적용하긴 무리라는 입장이다. 다만 내년 2월 발의 예정인 '1기 신도시 특별법'에서 추가 제도 개선 방안을 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과거 구조안전성 비중이 20%였을 때는 신청 단지의 98% 정도가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등 과도한 수준이었다"며 "이번 합리화방안을 기초로 해서 별도의 연구용역을 거쳐 평가 비중, 예비 안전진단 등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집값 영향도 '미미'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방안에도 집값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당장 재건축 단지들의 반응이 미미하고, 금리 인상 등에 정체된 매수세를 살리긴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공급이 부족한 수도권에 공급 방안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를 뒀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이번 방안에 따라 재건축 추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고, 안전진단을 신청하거나 통과하는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도심의 주택 공급 기반이 마련되면서 수요자가 희망하는 곳에 양질의 주택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전진단은 정비사업의 초기단계에 해당되고 고금리 여파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어 거래시장에 온기가 돌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안전진단 규제완화는 270만 가구 공급 계획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기반을 다지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보다는 주거질 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과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조합의 부담이 늘어 재건축이 매력적인 상품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분양시장 청약 경쟁률이 저조한 것만 봐도 안전진단 완화가 가격 상승과 거래 활성화에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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