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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 주택, 채권매입이냐 매입임대냐

  • 2023.04.24(월) 15:20

[전세사기, 안전지대 없다]
당정, LH가 낙찰 받아 피해자에 '매입임대' 추진
경매때 보증금 회수 안돼…피해자들 '채권 매입' 요구

당정이 LH의 매입임대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저렴한 임대료로 당장 주거 안정을 되찾을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다. 정부로선 기존 매입임대 예산을 활용하면 돼 추가 재정 부담이 없다.

'보증금 회수'를 원하는 피해자들의 요구와는 차이가 있다. 전세사기 주택을 LH가 매입하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것은 물론, 임대주택 입주 시 추가로 보증금과 월세를 내야 한다. 야당 역시 캠코 등을 통해 채권을 매수하고 세입자에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24일 인천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 사진=이명근기자 qwe123@

매입임대로 피해 보전 가능?

2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당정은 이번 주 내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을 제정할 예정이다. 전세사기 피해자에 해당 주택의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고, 매입을 원하지 않을 경우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대신 우선 매수권을 행사하는 내용이다.

우선 매수권은 경매에서 제3자가 최고가를 써내 낙찰되더라도 세입자가 해당 낙찰 금액에 매수할 수 있도록 한 권리다. 세입자가 매수할 만한 자금이 없는 경우 정부가 저리 대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세입자가 매입을 포기해 LH가 대신 사면 해당 주택은 전세사기 피해자에 '매입임대'로 제공한다. 매입임대는 LH가 매입한 주택을 주거취약자에 임대하는 제도다. 임대료는 시세의 30~50% 수준이고, 최대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

임차인이 임대주택의 보증금을 낼 수 없는 경우에도 대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LH의 주택 매입 비용은 기존 매입임대 예산을 활용한다. 올해 매입임대 예산은 5조5000억원으로 피해 주택을 매입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피해자는 당장 주거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고, 정부는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LH 임대료가 시세보다 저렴한 점을 고려하면 아낀 임대료로 보증금 손해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LH 임대주택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살게 되면 상당한 금액의 이익을 볼 수 있게 된다"며 "전세사기로 떼인 돈이 실질적 가치로 거의 충당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대책 비교 / 그래픽=비즈워치

보증금 돌려받으려면 '채권 매입'

문제는 당장 보증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소액 임차인에 최우선변제하고, 배당 순위에 따라 낙찰금액을 나눈다. 최우선변제 대상이 아니면 금융기관 등 선순위에서 배당금이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정부에 '보증금 반환 채권 인수'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피해자들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인수하고, 추후 전세사기에 가담한 이들에게 추징하는 방식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보증금 채권의 공공매입이 피해자가 가장 원하는 방안"이라며 "LH의 매입임대로는 보증금 채권매입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공공의 채권매입 방안을 담은 '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한 바 있다.

캠코 등 채권매입기관이 평가를 거쳐 적절한 금액에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우선 매수하고, 해당 주택을 경매에 넘기거나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해 채권 매입비용을 회수하는 방안이다.

다만 당정은 이같은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세금을 들여 피해자들에 보증금을 반환해주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특별법에서 제시한 것처럼 채권 매입비용을 회수하기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봤다.

원희룡 장관은 23일 "사기 당해서 떼인 돈을 국민 세금으로 직접 대납하면 국민들이 동의하겠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돌려받을 금액이 없음에도 보증금을 미리 돌려주고 손실은 국가가 떠안으라는 내용의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24일 인천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도 "피해 금액을 국가가 먼저 돌려주고, 회수가 되든 말든 떠안으라고 하면 결국 사기 피해를 국가가 메꿔주라는 것"이라며 "안타깝고 도와주고 싶어도 안 되는 것은 선을 넘으면 안 된다"고 재차 반대의사를 분명히했다.

매입임대와 채권매입, 어느 쪽이든 법적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별법 제정에 있어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 피해 구제는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 등은 빠른 협의와 구체적 대안 마련을 요구한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속한 입법과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며 "사안에 따라 문제해결에 적합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여러 대책을 마련하는 게 원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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