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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부동산 1년]주택 공급 '기로'…270만 가구를 어쩌나

  • 2023.05.10(수) 08:41

'대량 공급' 공약…올초 '속도 조절' 선회
인허가 등 급감…당분간 공급 축소 불가피
"청사진 수정 필요" vs "수도권 공급 지속해야"

"정부 출범 후 100일 이내에 250만호+α의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하겠습니다. 시장의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2022년 5월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사

윤석열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가장 먼저 내세운 건 임기 내 대규모 주택 공급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이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급등했던 게 주택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5년간 총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런 청사진은 시장에 '공급 확대' 시그널을 주면서 수요자들의 심리를 안정화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 계획을 임기 내에 실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최근 건설 경기 침체로 공급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임기 첫해부터 난항에 빠졌다. 시장 상황에 따라 속도 조절을 하되 향후 집값 상승기에 공급 물량이 부족하지 않도록 균형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주택 인허가 실적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경기 침체에 인허가 급감…올해는 '속도 조절'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8만6444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1만 2282가구)보다 23% 감소한 수치다. 최근 10년 평균(11만 4954가구)에 비해서는 24.8% 줄었다.

애초 윤석열 정부는 인허가 물량 기준으로 임기 내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중 올해 배정한 물량은 47만 가구다. 이를 고려하면 임기 첫해부터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도 이미 시장 침체 흐름 등을 고려해 주택 공급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말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270만 가구 공급 계획의 정상 추진을 원칙으로 하되, 시장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속도 조절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건설사들이 주택 건설에 소극적인 분위기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택 시장 침체로 수요가 위축한 데다가 원자잿값과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관련 기사: 아파트 안 짓는다고?…집값 자극 불씨 될라(5월 5일)

윤석열 정부가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시장 침체가 지속할 경우 계획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 사업을 정상화하는 방안도 추진한 바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재건축부담금 완화 방안'을 내놨고, 이어 연말에는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서울 목동과 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줄줄이 안전진단 문턱을 넘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다만 정비사업의 경우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만큼 당장 이번 정부 임기 내 주택 공급 물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정부 주택 공급 계획. /그래픽=비즈워치.

"수요 맞춤 공급 필요…공급 기반 유지해야"

전문가들은 일단 최근의 경기 흐름 속에서는 당장의 공급 물량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데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런 변화에 맞춰 기존의 청사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 속도나 세부 계획 등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난 정권에서 집값이 올랐던 이유는 공급 물량 자체가 부족했다기보다는 수요가 과하게 늘면서 상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최근처럼 집을 사려는 욕구가 줄게 되면 되레 공급 과잉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기 내 270만 가구 공급이라는 목표를 무작정 지키려고 하기보다는 지역별로 수요 변화나 최근의 인허가 물량 축소 흐름 등을 세세하게 고려해 청사진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물량 자체를 달성하는 것보다는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장에서는 2~3년 뒤 나타날 수 있는 주택 공급 물량 부족이 집값 자극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따라 당장은 속도 조절을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물량 목표 자체를 줄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이런 환경에서는 공공분양과 1, 3기 신도시 등 정부가 하겠다는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민간에는 부동산 금융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의 공급 기반을 지속해 마련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주택 시장이 하강 국면에 있다고 해서 기존의 계획을 멈추거나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이 여전히 100%가 안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기존 계획에 따라 공급 기반을 지속해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공 주택 물량에 대해서는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고 있고, 민간 물량의 경우 아무래도 최근 시장이 침체한 만큼 관련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지원하려 하고 있다"며 "당장 계획을 변경하기보다는 이행 상황을 점검해 가며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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