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주택 시장에서의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되레 전세대란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경우 내년까지 입주 물량이 적은 데다가 갈수록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파트 전세 시장의 경우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적어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최근 주춤한 매매 시장 수요까지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팔라지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 월 변동률은 지난 6월 0.12%를 기록하며 2022년 1월(0.01%) 이후 1년 5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지난 8월에는 0.56%를 기록하며 오름폭이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서울 강남에서는 래미안원베일리 등 대단지 입주장 속에서도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며 주목받기도 했다. ▷관련 기사: [집잇슈]확 바뀐 '아파트' 전세시장…강남 입주장에도 굳건(8월 24일)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이제 아파트 시장에서는 전세 수요가 지속해 늘어나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은 부족한 전세 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은 수요는 느는데 그에 따른 공급은 충분하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경우 이런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거라는 전망이다.
공급 적은데 수요 지속 증가…"상승세 이어질 것"
우선 전세사기 사태의 영향으로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전세 기피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전·월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주택 임대차 계약 가운데 전세는 45.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전세 비중이 60.7%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런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전세사기 우려가 적은 아파트 전세 시장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빌라나 오피스텔의 경우 아직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지만 전세가율이 낮은 아파트의 경우 깡통 전세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올해 들어 전세 대출 금리가 낮아진 데다가 월셋값은 급등했다는 점도 전세 수요를 끌어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의 경우 내년까지 입주 물량이 적다는 점에서 전셋값 상승 흐름이 지속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9868가구 정도인데, 내년의 경우 2만 8317가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는 주요 이유는 입주 물량 부족"이라며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나 지방 아파트의 경우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지속할 수 있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의 경우 반대로 전세난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근 서울 주택 매매 시장이 다소 주춤하고 있다는 점도 전세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집값이 전고점 수준으로 회복한 만큼 관망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데 결국 이런 수요가 전세로 쏠릴 거라는 전망이다.
김 소장은 "통상 매매 시장에서 수요자의 관망세가 늘어나면 전세 수요가 증가하기 마련"이라며 "당분간 전세 수요 증가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최근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