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국가산단에 기업들이 물밀듯이 오고 있습니다. 10대 그룹 중 2곳과 현재 입주 협상 중이고 2차전지 관련 외국계 기업도 이달 중 새만금을 찾기로 했습니다."
지난 8일 오전 전북 익산역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한 군산 오식도동 소재 새만금개발청. 6층 전망대에 올라가니 새만금 국가산단 1공구에 벌써 입주한 공장들이 내려다보였다.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은 "이곳에 1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고 지금도 수많은 기업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송도 16배 면적 새만금…2차전지 특구 될까
새만금은 전북 군산시·김제시·부안군 일원에 위치한 '단군 이래 최대의 간척사업지'다. 총면적 409㎢로 인천 송도의 16배다. 군산시와 부안군을 잇는 방조제는 세계에서 가장 긴 33.9km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1~9공구로 나뉜 산업단지는 2030년 완성을 목표로 한다. 4·9공구를 제외한 나머지 구역을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미 매립된 곳은 자투리땅을 제외한 대부분인 90%가량이 분양됐다는 게 청의 설명이다.
새만금 산단에 투자한 기업은 작년말 기준 77곳이다. 이중 2차전지 관련 기업이 22곳이다. SKE&S, OCI, 도레이첨단소재 등 대기업들도 부지를 확보했다. 배터리솔루션, 천보비엘에스, 이피캠텍 등은 가동 중이며 성일하이텍 등 8곳은 착공했다. 2차전지 외엔 미래차, 신재생, 첨단소재 등 업종의 기업들이 산단에 투자했다.
투자액은 누적 14조8000억원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유치한 금액만 10조1000억원이다. 지난해 투자진흥지구와 2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돼 법인세·소득세 3년 면제(이후 2년 50% 감면)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청장은 "입주기업들은 새만금의 저렴한 땅값은 물론 무궁무진한 땅이 확장성 면에서 좋다고 하더라"라며 "사업계획만 내면 원스톱지원센터가 계약부터 완공까지 다 해줘서 인허가 과정이 편리하다는 것도 (투자를 결정한)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10대 대기업 가운데 2곳과 현재 입주 협상 중이다. 2차전지 관련 외국계 기업도 이달 중 새만금을 찾기로 했다"며 "부지만 확보되면 바로 결실을 맺을 걸로 본다. 산단의 직·간접 고용창출효과는 13만명, 경제적 파급효과는 27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새만금에서 일할 사람?"…대학과 1대 1 매칭 지원
입주를 앞둔 기업들은 청장과 만난 자리에서 전력과 용수, 진출입로 확보와 같은 실질적인 요구를 했다. 원활한 수출을 위해 새만금 신항만의 조속한 개항도 주문했다. 현재는 규모가 작은 비응항과 가력항만 있다. 김경안 청장은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용수는 확보됐고, 전력은 2026년까지 총 1200MW(메가와트)를 조달해 전체 산단이 이용하는 데 문제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공구에 입주 예정인 룽바이코리아의 손휘 사장은 "부지 좌측에 출구가 없어 실무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진출입로 문제는 교통 및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규제철폐 태스크포스(TF)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약이 있다"며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기업 애로를 해소할 방안을 찾겠다"고 답했다.
1공구에 착공한 에코앤드림의 김민용 대표는 "컨테이너선이 들어올 수 있는 항만이 꼭 필요하다"며 "공항보다도 철도가 빨리 깔려서 이동이 원활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청장은 "2026년 새만금 신항만 개항과 2031년 인입철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정부 협의를 통해 앞당길 방법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 대표는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김 청장은 "전북 모든 대학과 업무협약(MOU)을 맺는 건 물론 1대 1 매칭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며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청과 협의하면 그 대학에서 바로 교육시켜 투입시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산단에 입주한 기업도 인재 확보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5공구에 들어선 두산퓨얼셀의 방원종 상무는 "6·7공구에도 대기업이 들어올 텐데 새만금 통근버스가 더 활성화되면 도내 인재 유출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군산 시내에 기숙사가 구비된다면 수도권 인재를 유치하고 기업 활동하는 데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람선 지나는 수변도시에서 산단으로 출퇴근
새만금 산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쾌적하게 살 '스마트 수변도시'도 계획됐다. 총면적 6.6㎢를 개발해 인구 2만5000명을 수용할 계획이다. 새만금로 인근 소라쉼터에서 호수 너머 보이는 곳이 주거단지로 재탄생할 곳이다. 빨간 장비의 왼편이 1단계(2026년 준공), 오른편이 2단계(2028년) 부지다. 현재 여의도 면적(약 2.9㎢)만큼 공사를 마친 상태다.
나경균 새만금개발공사 사장은 "30년간 희망고문당했던 새만금이 새로운 희망의 땅으로 개발된다"며 "해양관광을 즐기는 디지털 마린시티를 조성해 인구 유입의 핫플레이스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도 "수로를 15m에서 30m로 확장해 100인승 유람선이 다니게 할 계획"이라며 "요트나 카누도 이용할 수 있는 호수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만금 사업은 연약지반 처리가 핵심이다. 인천 송도처럼 바다를 메운 땅에 건물을 올려야 해서다. 무른 땅을 개량하고 단단한 암반에 파일을 박아 고정시켜 안전성을 확보한다. 태풍에 대비해 건물 간판은 모두 매립하고, 염도가 강한 곳엔 녹슬지 않는 자재를 사용하도록 설계했다.
토지공급은 연말부터 내년에 걸쳐 시행된다. 백 본부장은 "내년 초에 공동주택 부지를 분양한다면 2028년 초엔 입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부동산 경기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고려할 때 공동주택이 아닌 단독주택 부지를 우선적으로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수변도시 조성에 앞서 행정구역 갈등의 불씨를 해소할 필요도 제기된다. 새만금 부지가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에 걸쳐 있어 관할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오랜 분쟁을 타개할 방안으로 세 곳을 통합해 '메가시티'를 만든다는 대통령 공약도 있었지만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공사 관계자는 "행정구역이 명확해져야 해결되는 문제들이 있어 실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새만금 간척지만) 군산에 편입하는 걸 김제, 부안이 반대해 메가시티를 조성하는 게 낫다는 논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