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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의 두 얼굴]①세금 대신 '검은 돈'

  • 2013.07.30(화) 15:11

전직 국세청장·차장, CJ 뇌물 받고 세무조사 봐줘
인사청탁 상납 고리…외부 감독도 번번이 무산

국세청 고위직의 뇌물 스캔들이 또 터졌다. 검찰이 CJ그룹의 비자금 수사 도중 전임 국세청장과 차장이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이들은 국민들에게 온화한 미소로 성실한 세금 납부를 권했지만, 뒤에선 검은 돈을 챙겼다. 세무서 직원들을 향해선 공정한 과세와 비리 근절을 강조했다.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국민들은 잊을만 하면 불거지는 국세청 비리에 어깨가 축 처진다. 국가의 재정을 책임져야 할 국세청 고위직의 추악한 이면(裏面)을 살펴본다. [편집자]
 
◇ 뇌물 앞에 무너진 우정
 
검찰은 30일 오전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해 2006년 CJ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관련 자료 일체를 가져갔다.
 
국세청은 당시 이재현 CJ회장의 주식 이동 과정을 조사해 3560억원의 탈세 정황을 확인했지만, 세금을 한 푼도 추징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CJ가 국세청 고위직을 상대로 금품을 건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당시 국세청 수장을 맡고 있던 전군표 청장은 CJ가 벌인 로비의 최종 목적지로 지목된다. 검찰은 이날 전 전 청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렸다.
 
CJ가 준비한 뇌물은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당시 법인납세국장)이 전 전 청장에게 전달했다. 허 전 청장은 고려대 동문인 CJ그룹 신동기 부사장으로부터 미화 30만달러를 받아 전 전 청장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반면 전 전 청장은 뇌물을 받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두 사람은 국세청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강원 출신에 나이도 같아 각별하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뇌물 수수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면서 오랜 우정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조짐이다.
 


[검찰 수사관들이 30일 서울 서초동 전군표 전 국세청장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차량에 옮기고 있다.]

 
◇ "인사 잘 봐달라" 청탁 상납
 
기업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함께 인사 청탁을 위한 상납 고리는 국세청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힌다. 전군표 전 청장은 6년 전에도 부하직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가 사상 초유의 현직 국세청장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2007년 당시 정상곤 부산지방국세청장은 건설업자 김모 씨로부터 세무조사 명목으로 받은 1억원 중 8000만원을 전 전 청장에게 상납했다. 전 전 청장은 끝까지 금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2008년 말 3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전 전 청장은 2007년 한상률 국세청 차장으로부터 고(故)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상납 받기도 했다. 그림이 오간 이유 역시 인사 청탁을 위한 것이었다.
 
국세청장이 2만명의 국세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틀어쥔 이상 청탁은 끊임없는 유혹이었다. 연이은 비리를 막기 위해 국세청 외부감독위원회와 인사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의견도 꽤 나왔지만, 그때마다 국세청 내부의 반발 속에 무산됐다.
 
외부의 도움 없이도 국세청 스스로 감찰 강화와 쇄신 노력으로 비리를 근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내비쳤다. 그러나 연이은 청장들의 낙마 속에서 국세청장 직무대행을 맡아 쇄신을 외쳤던 허병익 전 차장까지 CJ그룹의 뇌물 전달자로 나선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큰 실망만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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