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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재산 고해성사 수백억, 우리도 놀랄 정도"

  • 2015.10.13(화) 10:32

김경희 부단장 인터뷰 “형사관용 혜택, 선언 아닌 실제다”
“처음이자 마지막, 다시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꼭꼭 숨어라. 계좌번호 보인다.”

 

해외에 숨어 있는 세금의 원천을 찾아내기 위한 정부와 자산가들 간의 숨바꼭질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정부가 납세자 스스로 자진신고하는 경우에 가산세와 과태료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면제해주는 당근책을 내 놨기 때문이다. 10월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제도’다. 관련기사 : 15년전 탈세도 봐줘...해외재산 '고해성사' 왜 꺼냈나

 

제도 성공의 관건은 자산가들이 정부가 내민 당근을 얼마나 물어주느냐인데 시행 초기, 아직은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자산가들 입장에선 당근이 될지 채찍이 될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괜히 신고했다가 계속해서 발목잡힐 것 같은 두려움도 신고를 망설이게 하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 김경희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기획단 부단장이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이명근 기자 qwe123@

 

# 그들을 설득할 사람들을 만나라

 

정부는 기획재정부 산하에 법무부와 검찰청, 국세청 등이 합류한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기획단’을 만들고, 자산가들에게 접근이 쉬운 세무사, 회계사들을 비롯해 업종별 법인종사자를 타깃으로 설명회를 전국적으로 열고 있다.

 

특히 12일에는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회관 14층 회의실에서 소규모의 설명회가 추가로 열렸다. 그동안의 설명회와는 달리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고액 자산가들과의 접촉이 잦은 시중은행 PB센터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자리였다. 설명회보다는 의견청취의 자리다.

 

PB들과의 두시간여 비공개면담을 진행한 김경희 자진신고기획단 부단장은 “은행 쪽 홍보를 더 강화해야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고해성사를 들어주고 있는 김 부단장과 만났다.

 

*김경희 부단장은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조세특례제도과장, 조세분석과장, 소득세제과장을 거쳐 최근에는 재산세제과장으로 재직하면서 변칙증여를 막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입안하기도 했다. 이번에 기획단 부단장으로 발탁되면서 기재부 여성 최초의 국장급에 발탁되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기획단 실무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

 

# “정보교환협정으로 굉장히 자세한 사항 들여다 볼 것”

 

▲ 9월1일에 부총리 담화문이 발표됐다. 갑작스러운 느낌이 있다.

 

정부차원에서는 금융정보에 대해 국가간 공조가 예정돼 있다. FATCA라고 해서 미국과는 금융정보가 2016년부터 교환이 되고, OECD 국가간에는 다자채널로 2017년부터 교환될 예정이어서 해외에 자산이 있는 분들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제도를 본격시행하기 전에 스스로 시정할 기회를 부여하는 차원이다. 그동안 특별한 주의가 없었다면 잘 몰랐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알려드리는 것이다.

 

▲ 정보교환협정의 효과가 (미신고 자산가들에게) 상당히 위협적이어야만 제도가 실효를 거둘것 같은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걸로 보나?

 

미국과의 금융정보 교환은 고유 식별번호와 계좌번호 등 굉장히 자세한 사항까지 주고받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거주자가 미국에 갖고 있는 금융정보나, 미국 거주자가 우리나라에 가지고 있는 금융정보는 대부분 다 노출된다고 보고 있다. 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 미국이나 OECD와의 협정은 금융정보의 공조 협약인데, 이번 자진신고는 금융소득이나 자산 뿐만 아니라 부동산자산까지 다 포함하는 내용이지 않나?

 

금융정보가 노출이 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한 부동산 자산의 원천도 밝힐 수가 있게 된다.

 

# 안 들킬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 자수해서 광명찾자는 것인데, 자수를 하지 않아도, 들키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는 인식이 많은 것 같다.

 

지금까지는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앞으로 외국과 정보교환을 하는 환경이 달라졌다는 거다. 지금까지는 서로 교류를 안 했기 때문에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선진국 차원에서 세수부족이 계속되는 환경이다보니 자신들이 해외자산에 대한 과세 관할권을 갖고 싶은 상황이 왔다.

 

미국이 먼저 치고 나갔고, 유럽도 해봐야겠다고 한 것이다. G8 정상회담에서 약속이 있었고, 그것이 G20으로 확대됐다. 갈수록 정보교류는 활발해진다고 봐야 한다. 자진신고기간이 끝나면 국세청의 세무조사나 검찰수사는 아주 강력하게 진행될 것이다. 참고할 필요가 있다.

 

# 대상자는 몇 명이나 될까

 

▲ 신고기한이 진행된지 열흘이 넘었다. 현재 진행상황은 어떤가?

 

신고가 막판에 집중되지 않을까 하고 우려했었는데 생각보다 시행 초기에 빨리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 벌써 자진신고 의향서도 접수됐고, 적격심사 요청도 접수됐으며, 심지어 자진신고서도 들어왔다. 신고 금액도 수백억에 이른다. 우리도 놀랄 정도다. 과태료면제나 형사관용 조치가 큰 혜택이기 때문에 반응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단 한번 있는 기회’라는 것이 조세형평성 차원에서는 굉장히 특단의 조치이기 때문에 제도의 취지를 알고 호응해 주신 것 같다.

 

▲ 애초에 정부가 추산한 대상자나 신고 기대치는 어느 정도였나?

 

그건 없다. 대상자가 고액 자산가일 걸로 추정은 하지만 특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해외금융계좌를 갖고 있는 분이 다 대상이라고 할 수도 없다. 국세청에서 대상이 될 것 같은 분들에게 신고제도 안내서를 발송했다. 몇 명이나 그 안내서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 안내일뿐인데 범죄 혐의자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래도 세수입 추정치는 있을텐데?

 

우리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의 경우 자진신고 제도 시행으로 5000억원 정도의 세수입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도 그 정도 기대하고 있다.

 

# 정말 마지막 기회일까

▲ 미국은 자진신고제도를 3회 실시했고, 우리도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반응이 좋으면 한 번 더 할 생각은?

 

‘단 한번의 시정기회’라고 천명을 했고, 우리 국민의 법감정에 비춰보면 두 번, 세 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진신고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이번 단 한 번이다. 장담할 수 있다.

 

# 형사관용은 뻥이 아니다

▲ ‘자수에 준하는 형사관용’이라는 혜택이 좀 애매한 것 같다.

 

이미 밝힌 것처럼 선언적인 규정이 아니라 실제 집행이되는 중요한 규정이다. 자수에 준하는 형사관용이라는 것은 형이 감경되거나 면제된다는 의미다. 100% 다 면제가 되느냐, 100% 다 기소유예가 되느냐와는 다른 의미이지만, 이 내용으로 또 다른 검찰수사가 이뤄진다거나 하는 불이익도 전혀 없다. 그리고 이 신고내용으로 조사를 추가로 받는 불이익도 없을 것이다. 자진신고제도 취지를 법무부와 검찰이 깊이 공감하고 있다. 최대한 관용조치를 해서 앞으로 정상적으로 나아가도록 감경 또는 면제를 분명히 할 예정이다.

 

▲ 형사관용의 결정은 누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이미 법무부와 대검찰청과 어느 정도의 관용을 집행할지에 대해 협의를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명문화하기도 어렵고 발표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다만 '그냥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하는 어설픈 기준은 아니다. 기획단이 대검찰청과 협의했고 법무부와 대검간에도 협의가 이뤄졌다. 최종 판정은 기획단이 하는데, 실제 집행에서의 기술적인 부분은 협의중이다. 담화문 자체가 대법과 법무부장관 명의로 함께 발표됐다. 믿어도 된다.

 

# 긁어 부스럼은 아닐까

 

▲ 개인정보의 보안에 대한 우려도 큰 것 같다. (자산가들은)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할 것 같다.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있는데, 국세청이나 기획단의 상담 단계에서부터 누군지도 묻지 않으며, 철저히 익명성을 보장해준다. 신고한 자료들이 괜히 긁어 부스럼이 돼 세무조사를 받거나 검찰수사로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기술적으로도 접근 자체가 차단된다.

 

신고서류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자료로 활용할수 없도록 시스템을 만들었고, 검찰도 수사검사만 확인하고 국가기관간 정보공유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합의가 돼 있다. 제도 취지 자체가 관용조치를 베푸는 것이다.

 

▲ 현금으로 세금을 완납해야만 주는 혜택이다. 부동산 등 자산이 있더라도 당장 세금낼 돈이 없으면 어떡하나?

 

납부할 세액이 1억원이 넘을 경우 분납을 허용하고 있다. 3개월까지 분납이 가능하다. 3개월이 충분하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법인세나 종합소득세도 3개월이상 분납을 허용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이 제도만 불리하다고 할 수 없다. 물납제도는 없어지는 추세로 여기까지 반영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 남은 일정은?

 

일단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다. 신고서가 들어오면 답장을 해드려야 한다. 의향서는 체크만 하는 것이고, 사전 자격심사요청서나 신고서가 들어오면 세금 면제판정이나 처벌면제 확정 통보를 해야하는데 그런 작업들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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