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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우리 회사 세무조사 좀 해주세요!

  • 2016.06.24(금) 16:07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자신들 회사를 세무조사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서 주목 받고 있습니다.
 
보통 회사를 그만뒀거나 관둘 각오를 하고, 회사를 세무조사해 달라는 경우는 있지만 다니고 있는, 또 계속 다닐 회사를 대 놓고 세무조사해 달라는 요구는 흔치 않거든요. 자칫 다니던 회사가 세무조사로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하고 무너지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몰래 하든 대 놓고 하든 세무조사를 해 달라고 하면 정말 조사해 줄까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처럼 특정 기업, 특정 사업자를 지목해서 세무조사를 해달라는 요구는, 다시 말해 '탈세 제보'인데요. 세금을 제대로 안 내고 있으니 국세청이 좀 뒤져봐 달라는 거거든요. 조종사 노조의 청원도 대한항공이 환율을 핑계로 부당 내부거래와 불법적 자금유용을 통해 탈세를 했다는 주장이죠.

국세청에 따르면 이런 탈세 제보는 연간 2만여건에 달할 정도로 많다고 합니다. 또 매년 그 숫자가 늘고 있고요.

하지만 국세청에 제보한다고 해서 무조건 세무조사가 진행되진 않죠. 정확한 비율을 밝히진 않았지만, 국세청 관계자는 "탈세제보의 절반은 자료의 구체성 등이 부족해서 폐기되고, 나머지도 전부 세무조사에 활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확실한 자료들만 세무조사에 활용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국세청이 받은 제보를 모두 세무조사를 한다면 아마 세상이 음해와 투서로 얼룩질 겁니다.
 
사회 정의 차원에서 제보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의도를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이죠. 경쟁하고 있는 이웃 가게를 흠집 내기 위해 세무조사를 요청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요. 심지어 사촌이 땅을 산 게 배가 아픈 사람도 땅을 산 돈이 어디서 났는지를 알아봐 달라고 자금출처조사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세청은 사람들의 뒷조사를 하는 흥신소는 아닙니다. 법령 근거에 따라 세무조사라는 행정력을 행사하는 행정기관이죠.

헌법에 따라 국민은 국가기관에 진정할 수 있는 청원권이 있고, 국가는 국민의 청원에 대해 심사할 의무를 지는데요. 이것도 법령에 근거해야만 권리와 의무가 생깁니다.
 
청원법에는 허위사실이나 사생활 문제에 관해서나 청원내용이 불명확할 때에는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고 있고요. 국세기본법에는 신고 내용에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에만 세무조사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죠.
 

때문에 탈세 제보에도 정해진 양식이 있습니다. 반드시 실명으로 제보해야 하고 탈세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빙도 첨부해야 하죠.

그렇다면 탈세 사실을 뒷받침할 명백한 증빙은 어떤 게 있을까요?
탈세를 입증할 수 있는 거래처, 품목, 수량, 금액 등이 적혀 있는 자료나 정보, 회계부정 등의 비밀자료나 부동산 투기거래 정보, 상속세와 증여세 포탈 등에 대한 정보, 밀수입 정보 등이라면 제보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하네요.
 
반대로 국세청 업무영역을 벗어나거나 탈세와 무관한 서류들은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임금체불이나 국민연금, 건강보험과 관련된 것은 국세청 말고 국민연금공단이나 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해야 하고요. 또 개인의 원한관계나 이해관계에 의한 고발, 빚 독촉 등과 관련된 고발 등 탈세와 무관한 증거들도 국세청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특히 허위로 제보하거나 막연하게 "그럴 거 같다"는 심증에 의한 제보, 추측성으로 정확하지 않은 자료들은 휴지통으로 직행하겠죠.
 

 


탈세 제보가 세무조사로 이어지고 세금을 추징하는 데 기여했다면 국가에서도 감사의 표시를 합니다. 탈세 제보 포상금인데요.
 
제보자가 제출한 자료로 세무조사를 하고, 세금을 추징했다면 일정액의 포상금을 지급합니다. 탈루세금이 5000만원이 넘는 경우에는 최고 30억원 한도 내에서 5~15%를 포상금으로 지급하죠. 그밖에 신고하지 않은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면 최고 20억원, 명의위장 사업자나 차명계좌를 신고하면 건당 100만원의 포상금을 줍니다.
 
 
그런데 괜히 탈세 제보를 했다가 상대방이 알게 돼서 보복하면 어쩌죠? 다행히 국세청에서는 탈세 제보자에 대한 신상보호는 철저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국세청의 보안 수준은 상당히 높고요. 개별 세무정보는 국회에서 달라고 해도 안 주거든요.
 
혹시 주위에 세금 안 내는 못된 사업자가 있나요? 우선 증거를 찾으세요. 그리고 과감하게 신고하세요. 포상금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단, 개인감정은 빼고 하시는 게 좋겠죠? 확실한 증거가 중요하다는 것만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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