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의 '폐석회' 처리 관련 법인세 불복 사건의 규모가 8월 선고된 기업 세금소송 사건 중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OCI는 93억원대의 세금이 걸린 이 사건에 김앤장을 선임해 국세청과 맞섰으나 패소했다.
1일 비즈니스워치가 집계한 '8월 서울행정법원 기업 세금소송 선고내역'에 따르면 이달 주요 기업 세금사건은 17건, 원고소가는 총 109억원이다. 휴정기가 낀 7월(9건, 72억원)과 비교해 대폭 늘어난 규모다.
# 90년대 말 OCI '폐석회 사건'…결국 '패소'
원고소가 25억원대로 8월 단일 사건 중 가장 규모가 컸던 OCI 폐석회 사건은 원고패소로 일단락 됐다. OCI는 "폐석회 처리에 쓴 돈을 세무상 비용으로 인정해달라"며 남대문세무서에 "법인세와 농어촌특별세 총 93억3550만원을 취소해달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OCI가 폐석회를 그때그때 처리했다면 제조원가로서 비용에 포함돼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한꺼번에 처리한 것을 동일하게 볼 수 없다"며 해당 비용을 '자본적 지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1990년대 후반 OCI(구 동양제철화학) 인천공장이 소다회 생산 과정에서 폐석회를 유출해 주민들의 반발이 일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OCI는 인천 남구 시민위원회와 '폐석회 처리 협약서'를 체결하며 사태가 무마되는 듯 보였다. 협약서에는 폐석회를 매립하고, 매립부지를 유원지로 조성해 인천시민들에게 개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후 OCI가 관련 공사비를 손실로 처리해 법인세를 적게 신고·납부하면서 지역 오염 사건이 세금 사건으로 번졌다. 과세당국이 "폐석회 처리비는 토지의 가치를 증가시킨 자본적 지출로 봐야 한다"며 손실 처리를 막고 가산세를 포함한 법인세와 농어촌특별세를 부과하자 OCI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 승소 예상됐던 중국 배당세 불복 소송 '전패'
현대모비스와 LG이노텍이 진행한 '중국 배당세금 불복 사건'도 주목을 끌었다. 두 기업이 제기한 사건의 원고 소가를 합치면 24억원, 실제로 돌려달라고 요구한 세금은 152억원에 달한다. 비슷한 쟁점을 다투는 대기업들의 소송이 줄줄이 엮여 있어 이목이 집중됐다. 현대자동차(원고소가 10억원)와 GS건설(4억원 등)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관련기사: 대기업들 중국배당 세금 환급 '제동'
쟁점은 '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에 따라 중국에서 5% 세율로 부담한 법인세를 한국에서 10%로 공제해줄 수 있는지 여부였다.
지난 2014년 유사한 쟁점으로 소송을 낸 우전앤한단이 3억원대 법인세를 취소받으면서 승소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당시 법원은 국세청이 펴낸 '중국기업 세무안내' 책자에 담긴 "중국에 낸 간주납부세율 10%와 실제 원천징수 세율 5%의 차액은 중국에 조세를 납부한 것으로 간주해 세액공제를 적용한다"는 내용 등을 고려해 원고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번 사건에선 선례를 따르지 않았다. 현대모비스와 LG이노텍은 앞서 우전앤한단에 승소를 안겨준 삼일회계법인 계열 로펌 정안을 선임해 소송에 나섰으나 패소했다. 법원은 "중국에 납부한 세액만큼(5%)만 돌려준 과세처분에 문제가 없다"며 "납부하지 않은 세액을 공제 대상으로 볼 수는 없고 안내책자에 담긴 내용도 일반적인 견해 표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 23억원 세금 취소받게 된 크레디트스위스증권
가장 많은 세금이 걸린 사건 가운데 과세처분이 뒤집힌 판결은 크레디트스위스증권사(이하 CS증권)가 얻어냈다. 원고소가 기준 약 7억8000만원, 23억2000만원대의 세금이 걸린 이 사건에는 법무법인 율촌이 선임됐다.
영국에 본사를 둔 CS증권이 자신의 특수관계사 간 거래에서 받는 투자중개수수료가 '정상가' 보다 현저히 높다는 이유로 수수료 일부를 이익처리하지 않고 22억6800만원 가량의 법인세를 신고·납부했다가 거부 당하자 소송을 건 사건이다.
과세당국은 "CS증권이 제시한 중개수수료율을 정상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과세당국이 제시한 정상가 또한 합리적인 특정가격으로 볼 근거가 제시된 것이 없다"며 CS증권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정상가를 기준으로 과세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합리적인 정상가격 산출방법을 선택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이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8월 눈에 띈 세금사건에는 GS칼텍스가 낸 관세 소송이 있다. GS칼텍스는 싱가포르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서류 제출을 미비하게 했다가 관세 7억3000만원 가량을 물게 되자 취소 소송을 냈지만 가산세만 취소받고 나머지 세목에서는 패소했다. ☞관련기사: GS칼텍스 원유 특혜관세 환급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