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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허수아비였다

  • 2017.07.13(목) 10:08

관세청이 조작한 평가결과 받아쓰기
조작해 놓고 보안철저 큰소리

관세청이 공문서와 평가점수를 조작해 특정 업체에게 면세점 특허권을 줬고, 통계 조작을 통해 없던 특허권까지 만들어 낸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 개청 이래 최악의 스캔들이다.
 
2015년 이후 세차례 결정된 시내면세점 특허권 모두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게 됐다.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 사업자들도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세청은 그동안 면세점 특허와 관련한 여러 의혹에 대해 한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철저하게 부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로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른바 비선실세 등 권력의 부당한 개입도 문제지만 관세청이 멋대로 특허권을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관세청의 재량권 축소 등 제도 개선 요구도 거세질 전망이다.
 
 
◇ 조작 끝내 놓고 심사한다며 요란 떨어
 
면세점 의혹은 15년만에 처음으로 시내면세점 신규특허권 심사가 열리던 2015년 7월부터 불거졌다. 특허심사 진행 중에 참여업체 중 한 곳인 한화갤러리아의 주가가 거래제한폭까지 급등했고, 결과적으로 한화갤러리아가 특허권을 따내면서 심사결과의 사전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증권거래소와 금융감독당국이 감사를 했지만 심사기간동안 주가에 영향을 미칠만한 정보유출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고, 관세청도 자체감사를 했지만 "관세청 직원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고 결론냈다.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당시의 이런 결론은 어쩌면 당연했다. 조사가 문제의 핵심을 완벽하게 비켜갔기 때문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면세점 특허권은 특허심사위원회의 심사 이전에 사실상 결론이 나 있었다. 관세청은 특허 신청 업체별로 계량항목 평가점수를 미리 계산해 놓고 심사당일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했다. 
 
심사위원들은 이를 바탕으로 ±10% 범위 내에서 정성평가 점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최종 특허권자를 뽑았는데 그나마도 ±10% 이내의 점수조정을 한 심사위원은 전체 심사위원 12명 중 4명에 불과했다. 대다수 심사위원들은 추가적인 검증 없이 관세청 점수를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사실상 최소 90% 이상, 거의 100%에 가까운 점수를 관세청이 가이드라인격으로 결정해 놓고 심사위원들은 거수기 역할만 한 셈이다. 관세청 내부 비공개 규정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외부에는 이러한 심사방식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관세청은 매장면적평가, 법규준수도, 중소기업제품 매장비율 점수를 모조리 조작했고 점수를 불리하게 적용받은 롯데가 탈락하고 한화갤러리아가 특허를 따냈다.
 
이미 심사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특허권을 누구에게 줄지 점수를 매겨 놓은 상황인데 금융감독당국이나 관세청 내부감사에서는 위원회가 진행되는 동안에 국한해 정보유출이 있었는지만 뒤졌으니 범인을 못찾은 것이다. 관세청 관료들의 조직적인 개입사실을 감안하면 관세청의 내부감사 역시 조작됐을 수도 있다.
 
▲ 국회에 제출된 관세청 자체 감사결과 보고서
 
관세청의 평가점수 조작은 2015년 11월 2차 시내면세점 특허심사 때 더욱 대담하게 진행됐다. 관세청은 1차 특허심사 때 정보유출 의혹이 있었음을 감안해서 주가에 영향이 없는 주말로 심사일정을 옮기고 특허심사위원회의 일정과 장소도 극비리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보안에 철저를 기했다고 언론에 보도자료까지 뿌렸다.
 
하지만 2차 특허권자의 주인공도 심사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결정돼 있었다. 관세청은 중요한 면세점사업자 평가기준인 영업이익대비 기부금비율을 당초 공고한 내용과 다르게 평가하고 매장규모 등의 점수도 조작했다. 
 
1차 심사 때와 마찬가지로 조작된 점수를 바탕으로 심사위원회가 열렸기 때문에 위원회의 보안여부나 업체별 PT 수준 등은 심사결과와 무관했다. 2차 심사에도 관세청이 후한 점수를 준 두산이 면세점 특허를 때 냈고, 고의로 박하게 점수를 준 롯데는 월드타워점의 기존 특허를 뺏겼다.
 
▲ 2016년 9월1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천홍욱 관세청장(중앙)이 전국세관장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 : 관세청
 
◇ 청장도 개입…조직 신뢰에 치명타
 
감사원은 면세점 특허심사평가의 조작이 관세청 내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15년 2차례에 걸친 면세점 특허심사에서 평가조작에 참여한 실무 국과장급 관료들을 무더기로 정직 및 해임조치하도록 했고, 퇴임한 김낙회 전 관세청장에 대해서도 재취업이나 포상을 제한할 수 있도록 인사위원회에 통보했다.
 
특히 현직인 천홍욱 관세청장까지 증거 인멸 시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주의조치했다. 천 청장은 2016년 9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면세점 특허심사에 참여했던 업체들의 사업계획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하자 업체에 반환 및 파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증거인멸이다. 천 청장은 이미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조사까지 받은 상황이다. 
 
올해 초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인천본부세관장의 매관매직 사실이 확인된데 이어 청장 등 일부 조직원들의 면세점 비리 개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묵묵히 일하는 일선 세관 직원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관세청은 행정시스템의 전산화를 통해 최근 수년간 권익위원회로부터 부패방지시책 및 청렴도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왔는데 초유의 비리에 연루되면서 한순간에 조직 전체의 신뢰도가 추락하게 됐기 때문이다.
 
관세청 공무원노조는 성명을 통해 "국정농단 청문회 과정에서 고위공무원이 세관장 자리를 매관매직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청장까지 최순실씨를 만나 충성맹세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관세청 직원들은 심한 배신감과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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