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과거 정치적 논란이 됐던 세무조사를 다시 점검·평가하기로 하면서 어떤 사례들이 점검 대상에 오를지 주목받고 있다. 국세청은 과거 정치 세무조사 논란이 일 때마다 "법과 원칙에 따른 조사"라는 일관된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에 일종의 자기반성이 담긴 커밍아웃이 불가피해졌다.
국세청이 17일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발표한 국세행정 개혁TF 설치 방안에 따르면 국세행정 개혁TF는 세무조사의 정치적 중립성 제고를 위해 과거 세무조사 운영에 대한 점검과 평가작업을 실시하게 된다. 세무조사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정치권력의 부당한 개입이 없었는지가 핵심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과거 세무조사가 점검대상이 될지는 미지수다. 현재까지는 단지 '과거 일부 정치적 논란이 된 세무조사'라고만 규정돼 있다. 민간 위원들이 참여하는 개혁 TF에서 논의를 거쳐 연말까지 대상을 확정할 예정이다.
#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조사4국 세무조사들
점검대상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지만 유추는 가능하다. '논란이 된' 세무조사라면 언론에서 보도됐거나 정치권에서 논쟁거리가 됐다는 의미로 이미 여론으로 대상이 결정돼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실시한 세무조사들이 주된 점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세청에서도 대검찰청 중수부로 평가되는 서울청 조사4국은 국세청 수뇌부가 직접 개별지시를 통해 세무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다. 이른바 하명조사가 가능해 정치권력의 개입도 용이하다.
문제는 점검대상이 포함되는 기간인데 사실상 동일한 정치권력으로 묶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의 세무조사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기획세무조사로 알려진 태광실업 세무조사에서부터 정윤회 문건 폭로와 관련한 세계일보 세무조사,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총 3번의 서울청 조사4국 세무조사를 받은 다음카카오, 이른바 MB라인 기업에 대한 손보기로 꼽히는 효성과 롯데에 대한 세무조사, 7개월만에 다시 세무조사를 받은 CJ E&M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전 회장의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이번 과거 세무조사 점검의 핵심 타깃으로 해석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한승희 국세청장의 인사청문회에서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중대한 정치적 사건'으로 규정하며 역사적인 정리를 강력하게 요구했고,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도 자서전에서 국세청이 MB정부 들어 정권 유지의 수단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한승희 국세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국세청 |
# 한상률·조홍희도 거론될까
국세청이 과거 세무조사들을 되짚어 볼 경우 전현직 고위관료들이 평가 대상이 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정치적인 세무조사였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당시 세무조사를 지시하고 이행한 전현직 국세공무원들에게는 불명예스러운 결과가 돌아갈 공산이 크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사실상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작품이다. 당시 한 전 청장이 임기를 보장받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대보고를 할 정도로 각별하게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정치적인 배경을 캐내기 위해서는 한 전 청장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서울청 조사4국장으로 있으며 한 전 청장의 지시를 받아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실행한 조홍희 전 서울국세청장의 이름도 다시 오르내려야 한다. 한 전 청장은 2014년 세무법인 리앤케이 회장으로 부임한 후 대외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있고, 조 전 서울청장은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고문역할을 하고 있다.
임환수 전 국세청장과 김봉래 전 차장 등 가장 최근인 롯데, 효성 CJ E&M 등 박근혜 정부에서 세무조사를 받은 기업의 조사 지휘라인도 점검 과정에서 거론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