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 정부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이 걷히고 있다고 합니다. 대선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 이른바 핀셋 증세에 이어 보편적 증세까지 고민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서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죠.
그런데 왜 세금이 예상보다 더 잘 걷히는 것일까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혀서 '세수펑크'가 문제였는데 말이죠.
기획재정부가 매월 공개하는 월간 재정동향을 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간 누적 국세수입은 168조7000억원입니다. 정부가 올 한해 걷을 예정인 세입예산이 251조1000억원이니까 목표대비 실적 진행상황인 진도율은 7월말 기준 67.2%에 달합니다.
세수 진도율은 지난해 7월말 기준 66.8%보다 조금 더 빠른데요. 올해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 세입목표치인 세입예산을 당초보다 8조8000억원이나 확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속을 우려할 정도입니다.
# 사상최대 영업이익에 법인세 `쑤욱`
세목별로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법인세가 가장 잘 걷히고 있는데요. 올해 법인세수는 7월말까지 34조8000억원이 걷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포인트 높은 60.8%의 세수진도율을 보였습니다.
법인세 납세자인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좋았다는 얘기인데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12월말 결산법인 533개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1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80조원이 넘은 순이익 역시 역대 최대치고요. 전년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은 14.2%에 달했죠.
전년도 실적이 중요한 이유는 법인세를 각 사업연도 결산이 끝난 3개월 뒤에 신고납부하기 때문인데요. 12월말 결산법인은 3월말, 3월말 결산법인은 6월말까지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죠. 우리나라 기업의 약 90%가 12월말 결산법인이어서 상반기에 들어온 법인세는 대부분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부과된 겁니다.
법인세는 중간예납이라는 중간정산 절차도 있는데요. 12월말 결산법인은 당해년도 8월말에 1년치의 절반 정도를 먼저 냅니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 실적분 법인세는 8월말에 먼저 국고에 들어옵니다.
지난해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낸 것은 저유가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가 컸는데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장사를 잘 한 덕도 있지만 지난해 지속된 저유가가 원가절감효과를 키웠고, 이것이 영업실적에 반영되면서 법인세수도 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 확 늘어난 수입물량에 부가세 `껑충`
부가가치세수도 상당히 늘었는데요. 올해 7월말까지 부가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7000억원 늘어난 49조9000억원이 걷혔습니다. 부가세가 가장 세수규모가 큰데다 진도율도 79.8%로 가장 빨랐는데요. 배경은 올 들어 크게 늘어난 '수입'이었습니다.
부가세는 물건을 소비할 때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물건을 수입할 때에도 붙는데요.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하는 수출입 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1월~8월 수입은 312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16억달러보다 19.6%나 급증했습니다. 월별 수입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3월의 경우 증가율이 27.7%에 달했습니다.
# 숨어 있던 증여세 증세 효과 `깜놀`
월간 재정동향 보고서를 보면 여러가지 세목 외에 '기타'로 구분된 항목이 있는데요. 전체 세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증권거래세, 상속세, 증여세, 교육세, 개별소비세, 종합부동산세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런데 기타 세목에서 올 7월말까지 지난해보다 2조3000억원이나 더 많은 세금이 걷혔습니다. 진도율도 지난해보다 3.6%포인트나 높은 68.8%를 기록했고요.
비밀은 증여세에 있었는데요. 문재인 정부가 상속세 및 증여세의 신고세액공제를 축소·폐지하는 공약을 내고, 실제로 세법개정안에 반영되면서 증여를 서두른 사람들이 많았던 겁니다. 현재는 증여세를 신고만 해도 낼 세금의 7%를 깎아주는 데 개정안에 따라 내년에는 5%, 2019년 이후에는 3%로 공제혜택이 축소되기 때문이죠.
여력이 있는 부모들은 이왕에 물려줄 것 미리 증여하자는 경우가 많은데 그 시기를 더 당긴 겁니다. 덕분에 증여세는 올해 7월말까지 2조7000억원이나 걷혔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00억원이 늘어났죠.
그밖에 개별소비세도 9000억원이 더 걷혔는데요. 담뱃값 인상 효과가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개별소비세는 주로 외부불경제(제3자의 경제활동이나 생활에 손해나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경제활동)를 야기하는 특정 물품과 행위에 대해 과세하는 세금인데요. 귀금속과 모피 등 사치품부터 휘발유 경유 등 에너지소비물품, 그리고 경마장, 골프장, 카지노 입장료와 유흥주점 소비에도 부과됩니다.
2015년 담뱃값을 인상하면서부터는 담배에도 개별소비세가 붙기 시작했는데요. 담뱃값 인상 초기 금연열기에 주춤했었지만 최근에는 담배소비가 예전 수준으로 살아나면서 담배에 붙은 세금도 덩달아 많이 걷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