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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정유라 말에 증여세 물린 국세청

  • 2018.07.20(금) 08:07

최순실-정유라 증여 4종 세트
국세청, 말·보험금·보증금·취득자금에 과세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딸 정유라씨에게 거액의 재산을 물려줬다가 국세청으로부터 증여세를 추징 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동안 풍문으로만 떠돌았던 최씨의 재산 증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겁니다. 
 
국세청은 정씨가 타던 말 구입자금을 비롯해 보험금과 월세 보증금, 토지 취득자금 등에 증여세를 과세했는데요. 정씨는 증여세 과세 처분이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최근 기각 결정을 받았습니다.
 
과세 분쟁에서 드러난 최씨의 증여 전략은 상당히 치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됐습니다. 최씨가 정씨에게 재산을 어떻게 물려줬고 국세청은 어느 부분에 증여세를 과세했는지 따라가 봤습니다.
 

# 경기용 말 4필 '증여'
 
승마 국가대표였던 정씨는 고가의 경기용 말을 탔습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4필의 말을 구입해서 승마 훈련을 하고 경기에도 참가했는데요. 지난해 법정에서 최씨가 삼성그룹으로부터 무상으로 지원 받았다고 진술했던 그 말들이죠. 
 
정씨가 탄 말 4필의 가격은 40억원에 달합니다. 국세청은 경제적 능력이 없던 정씨가 어머니 최씨로부터 말 4필의 구입대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했습니다. 재산 40억원에 대한 증여세는 15억원 수준입니다. 
 
과세 처분을 받은 정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인데요. 정씨는 "어머니가 경기능력이 뛰어난 경기용 말들을 독일에서 수입했고 경기 출전을 위해 잠시 무상으로 이용했을 뿐"이라며 "말은 승마 교육훈련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교육비용은 비과세를 받아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정씨의 승마를 개인지도했던 한 관계자는 국세청 세무공무원에게 다른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그는 "최씨가 말 구입 관리 등 경제적 지출을 했지만 직접 말을 탄 적도 없고 탈 줄도 모른다"며 "정씨가 실질적으로 말을 소유하고 사용한 것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정씨가 탄 말들의 수입신고필증과 수입정산서를 보면 최씨의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요. 최씨가 말을 구입해서 정씨에게 증여했다는 정황이 그대로 드러난 겁니다. 조세심판원은 "말 구입비용 내역을 보면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교육비로 보기도 어렵다"며 "증여세 과세처분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 10년 만기 보험금 '증여'
 
최씨가 정씨에게 증여한 재산에는 보험금도 있었습니다. 최씨는 2004년 정씨를 계약자·피보험자로 해서 보험에 가입했는데요. 10년간 꾸준히 보험금을 내다가 2014년 12월에 만기환급금을 타게 됐습니다. 이 보험금은 최씨 개인비서의 금융계좌로 이체됐다가 정씨와 사실혼 관계였던 신모씨의 계좌로 다시 이체됐습니다. 국세청은 보험금의 실수령자를 정씨로 판단하고 증여세를 과세했죠. 
 
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4조)에 따르면 보험료 납부자와 보험금 수령인이 다른 경우 보험금을 증여재산가액으로 규정하는데요. 보험료를 최씨가 납부하고 만기환급금은 정씨가 받았기 때문에 세법상 증여재산이 된 겁니다. 
 
정씨는 "보험금을 받은 지 4개월 만에 어머니에게 다시 돌려줬다"며 "어머니가 실제 수령했기 때문에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요. 국세청과 조세심판원은 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삼성동 아파트 보증금 '증여'
 
최씨 모녀가 함께 거주했던 아파트 보증금도 증여재산 목록에 추가됐습니다. 최씨는 정씨의 명의로 2016년 9월 서울 삼성동 아파트(204㎡) 월세 계약을 맺었는데요. 정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의혹이 제기되기 직전이었습니다. 
 
계약 조건은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 750만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해 10월 최씨가 국정농단 사태로 검찰에 체포되면서 아파트에 거주할 수 없는 상황이 됐죠. 이런 이유로 월세 계약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집주인과 마찰이 빚어졌고 소송까지 갔는데요. 법원 조정을 통해 계약자였던 정씨는 보증금 1억2000만원을 돌려받았습니다. 
 
국세청은 이 보증금에 주목했습니다. 정씨가 최씨로부터 보증금을 증여받았다고 본 겁니다. 결국 아파트 보증금이 증여재산에 포함됐고 정씨가 내야할 증여세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습니다. 
 
# 평창 땅 취득자금 '증여'
 
최씨 모녀는 2016년 2월 강원도 평창의 부동산도 매입했습니다. 당시 최씨는 주택(대지 280㎡와 지상건물 240㎡)을 취득하면서 정씨에게 옆 동네 토지(773㎡)를 사줬습니다. 그해 5월 정씨는 최씨로부터 부동산 취득자금을 증여받았다며 국세청에 증여세를 자진신고했죠. 
 
그런데 국세청은 토지 공시지가를 확인한 뒤 정씨가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취득가격을 30% 이상 낮춰 계약한 걸 알아내고 증여세를 추가로 물렸습니다. 정씨가 이른바 다운계약서를 쓴 거죠.
 
정씨는 "작물을 생산하는 농지이기 때문에 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국세청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조세심판원도 국세청의 과세 처분이 맞다는 입장입니다.
 
심판원은 "말과 보험금, 보증금, 취득자금 등 네 가지 증여재산에 대해 국세청이 과세한 처분은 달리 잘못이 없다"며 정씨가 제기한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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