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차 대기업 직장인 정승모(30)씨는 월급의 100%를 저축하거나 투자한다. 아버지는 증여세를 아끼기 위해 정씨의 월급만큼 생활비를 주고 있다. 정씨는 생활비도 일부 모아서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박미영(29)씨는 아버지의 신용카드로 교통비와 휴대폰 요금, 식비 등 모든 생활비를 충당한다. 결혼할 때 주택자금으로 쓰기 위해 본인 월급은 모두 저축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부모 카드로 생활비를 쓴다는 글이 상당히 많습니다. 사례를 보면 부모로부터 생활비를 받아 생활하면서 본인 월급의 대부분을 저축해 주택취득자금으로 쓰거나 대출을 최대한 받아 주택을 취득한 뒤 월급은 전부 원리금을 갚는 데 쓰기도 합니다.
소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달 부모 카드로 생활비를 쓰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증여세' 때문입니다. 주택취득자금을 직접 지원 받으면 국세청 감시망에 걸리기 쉽기 때문에 부모 카드로 생활비를 쓰는 대신 본인 월급은 모두 저축하는 방식으로 증여세를 피하고 있는 겁니다.
국세청도 최근 이 같은 증여세 탈세 사례를 주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무조사에서 걸리면 증여세는 물론 가산세까지 물어야 하죠. 직장인 자녀가 부모 카드로 생활하고 본인 소득은 대부분 주택을 마련하는 데 쓰는 경우 증여세 문제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봤습니다.
▲ 서울 한 사립대 재학생 커뮤니티의 직장인 게시판에 올라온 증여세 문의 글 |
◇ 증여세 비과세 '10년간 5000만원'
소득이 없거나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적은 경우(1인 가구 기준 약 100만원)는 사회통념상 인정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생활비를 지원받으면 증여세를 안 내도 됩니다. 성년이 된 자녀라도 소득이 적어 아직 부모가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생활비 정도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 겁니다.
예컨대 식료품비나 학자금의 원리금 등은 매달 지원받아도 증여세를 내지 않죠. 그 외에 사회통념으로 인정되는 결혼축하금이나 혼수용품 중 가사용품도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닙니다.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 부모 카드로 생활하면서 본인 소득을 전부 모아 집을 마련하거나 주식을 사는 등 재산을 형성하는 데 쓰면 증여세 문제가 발생합니다. 부모 카드로 생활한 비용이 자녀 증여공제 한도를 넘어서면 증여세를 낼 수 있는 겁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10년간 5000만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데요. 한 달에 100만원씩 4년간 생활비를 지원받는 경우 증여총액이 4800만원이므로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월 40만원씩 10년간 생활비를 지원받더라도 마찬가지죠.
반면 1억원을 증여받으면 500만원[(1억원-증여재산공제 5000만원)x10%], 2억원을 증여받으면 2000만원[(2억원-5000만원)x20%-1000만원]을 내야 합니다.
◇ 국세청이 걸면 걸린다
국세청이 모든 납세자들의 계좌를 살펴볼 순 없지만 자녀가 받은 생활비가 사회통념을 넘어설 경우 과세 대상에 포착된다고 합니다.
상속증여세를 전문으로 다루는 서울 종로구의 한 세무사는 "사회통념의 범위는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며 "예를 들어 카드사용액이 월 500만원 이상이거나 자녀 명의 고급 자동차를 부모 카드로 사는 경우는 국세청에 적발되기 쉽다"고 말했습니다.
국세청이 자금출처조사에 착수하면 일가족 계좌를 모두 들여다 보는데요. 이 과정에서 탈세가 드러나면 증여세에 가산세까지 물어야 합니다.
부모의 카드 사용내역 상당액이 부모 거주지와 다른 곳에서 쓰였을 때 국세청은 자녀가 카드를 쓴 것이 아닌지 증여를 의심합니다. 조부모가 손자나 손녀의 고액 학원비나 학비 등을 주기적으로 결제했을 때도 증여 문제가 생길 수 있죠.
국세청 관계자는 "부모 카드로 생활비를 쓰면 증여세를 안 내도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최근 국세청도 이 같은 증여세 탈세 사례를 주시하고 있고 세무조사에 나선 적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세청 조사에 걸리면 증여세 미신고분에 대해 가산세까지 징수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