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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탈중국'으로 피할 수 있나

  • 2018.10.12(금) 10:03

전희영 관세사의 '국경 넘는 법'
신한관세법인 통관본부

이른바 트럼프 관세로 전세계 제조시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명분으로 대미수출품에 관세폭탄을 투하 중이며 이에 따라 대외경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타격을 입고 있다.
 
트럼프 관세로부터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및 불공정한 정부보조금 지원 등을 주장하며 중국산 수입품에 2000억달러(약 224조원)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나아가 중국이 '2000억달러' 관세부과에 반발하면 '2670억달러' 가 준비돼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6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에 5~10%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고,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2670억달러' 관세폭탄을 중국에 부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여기서 생산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외신은 다국적 기업들이 공장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는 '탈중국'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D램 모듈 일부를 국내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LG전자는 중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프리미엄 냉장고와 가정용 에어컨의 생산기지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 및 국내 공장 등으로 이전을 고려중이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러나 중국에 공장을 둔 다국적기업들은 '탈중국'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나라 또는 제3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더라도 중국산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산 물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다. 중국산 여부는 수출국 기준이 아닌 원산지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즉, 중국에서 수출한다고 해서 무조건 중국산도 아니고 한국에서 수출한다고 중국산이 아닌 것도 아니다. 
 
제조과정 중의 일부가 중국에서 이루어지거나 중국산 원재료 등을 혼합해 만든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게 되면 원산지 기준에 따라 중국산으로 판정되어 관세폭탄을 맞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세관은 최근 중국산 부품을 수입해 멕시코에서 조립공정을 거친 전동기 완제품을 중국산으로 판단해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대다수 공산품의 원산지는 해당 물품에 본질적 특성을 부여하기에 충분하고 실질적인 생산과정을 어느 나라에서 거쳤는지를 따지는 '실질적 변형' 여부로 판단한다. 이는 국가 간 무역장벽이 허물어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자국에서만 생산하지 않고 값싼 원재료와 저렴한 노동력에 따라 생산 근거지를 마련하는 오늘날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실질적 변형' 기준에 따라 해당물품에 본질적 특성을 부여하기에 충분한 공정을 중국에서 거쳤거나 해당물품에 본질적 특성을 부여하는 중국산 원재료를 쓰는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 일부 공정을 거치거나 국산 원재료를 혼합해 쓰더라도 중국산이 된다.
 
이에 따라 '탈중국'으로 우리나라에 공장을 이전한 다국적 기업들은 원산지 판단의 근거인 '실질적 변형'이 우리나라에서 이뤄졌다는 입증자료를 잘 구비해야하며 한·미 FTA상 원산지 기준을 꼼꼼히 따져 FTA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또 미국 관세당국의 '원산지 사전판정제도'를 이용해 수출 전에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울러 원산지가 중국산으로 판단되는 물품을 국산으로 둔갑해 미국에 수출하게 되면 관세폭탄뿐만 아니라 관련법령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관세를 회피하거나 수입제재를 피하기 위해 중국산 물품을 의도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여와 원산지를 세탁하면 밀수출, 사문서위조 등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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