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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때가 됐다’…한샘 實권자 최양하의 증여 노림수

  • 2019.02.21(목) 18:37

[한샘 실권자 최양하의 대물림]
㈜한샘 지분 0.64% 120억 부인 및 장·차남에 증여
첫 2세 지분 승계…타이밍도 좋아 증여세 절감효과

때가 됐다. 올해 나이 고희(古稀)를 넘긴 71세. 어찌보면 늦은 감도 없지 않다. 마침 큰아들이 주요 계열사에서 차근차근 경영수업 단계를 밟아나가며 존재감을 알리는 와중이다.

중견그룹 한샘의 경영 실권자(實權者) 최양하 회장 얘기다. 25년째 국내 1위의 가구업체를 진두지휘해 온 이래 처음으로 2세에게 지분을 대물림했다. 이때다 싶어 슬쩍 훑어보니, 최 회장의 증여는 이런저런 얘깃거리를 만들어낸다.

최양하 한샘 회장

#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양하 한샘 회장은 지난 13일 ㈜한샘 소유지분 3.95%(92만9730주) 중 0.64%(15만주)를 증여했다. 당시 주식시세(종가 7만8800원)로 118억원어치다.

대상은 부인 원유란(67)씨와 장남 최우혁(42)씨, 차남 최우준(37)씨로 각각 0.21%(5만주)다. 최 회장의 지분은 3.31%(77만9730주)로 줄어든 대신 가족들이 ㈜한샘 주주명부에 새롭게 이름을 새겼다.

한샘의 오너는 창업주 조창걸(81) 명예회장이다. 사실상 지주회사인 ㈜한샘의 최대주주로서 개인 지분 15.45%(363만5180주·특수관계인 25명 포함 32.40%)를 소유 중이다. 대표이사직도 가지고 있다.

다만 ‘명예회장’ 직함에서 엿볼 수 있듯 조 명예회장은 오너이지만 경영에서 한 발 비켜서있는 ‘은둔형 오너’일 뿐이다. 그렇다고 대물림이 이뤄진 것도 아니다. 게다가 후계구도는 오리무중이다.

1남3녀 중 아들 조원찬씨는 2002년 작고했다. 장녀 조은영(55·이하 소유지분 1.32%), 차녀 조은희(51·0.88%), 막내딸 조은진(42·0.72%)씨는 ㈜한샘 지분을 갖고 있지만 미미하다. 차녀가 한샘 미국법인 디자인팀에서 근무하고, 다른 딸들은 한샘의 몇몇 계열사 등기이사진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있지만 이렇다할 존재감은 없다.

사위들도 흡사하다. 맏사위 천정렬 전무(55·0.30%)가 미국 법인, 막내사위 임창훈(48·0.21%) 변호사가 ㈜한샘을 비롯한 8개 계열사의 감사로 있지만 후계구도와 결부짓기에는 아직은 무리가 있다.

현재 한샘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이는 전문경영인 최양하 회장이다. 1979년 대우중공업에서 한샘으로 자리를 옮긴 이래 1994년 대표에 취임, 25년째 한샘을 이끌고 있다. 한마디로 최 회장은 소유·경영 분리구도 아래에서 사실상 오너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 ‘애걔~’ 할 게 못된다.

㈜한샘 증여 지분이 1%도 안되지만 의미는 각별하다. 최 회장의 두 아들이 ㈜한샘 주주명부에 이름을 팠다는 것은 한샘 지배구조의 한 축인 최 회장의 지분 대물림이 시작됐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남 최우혁씨는 한샘 소속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한샘이펙스 차장을 거쳐 현재 팀장(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와중이다.

최 회장의 2002년 7월 ㈜한샘 상장 당시 지분은 4.63%. 이어 장내매수(4만1000주·3억원)와 상여주(1만주)를 통해 보유주식이 늘었다. 이후 2016년 9월 개인회사 에스앤씨네트웍스에 10만주를 증여한 뒤 갖고 있던 주식이 이번 증여주식이다.

물론 가족들에게는 증여세가 뒤따른다. 우선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에서는 증여재산이 상장주식일 경우 증여일 전후 각각 2개월(총 4개월)의 최종시세 평균값으로 매겨진다. 증여재산이 30억원을 넘으면 50%의 세율이 붙는다.

증여 당시 시세로 어림잡아 볼 때, 최 회장 가족들은 각각 20억원에 가까운 도합 59억원가량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다. 신고기한은 오는 5월말(증여받은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까지다. 기한내에 신고가 이뤄지면 세액의 3%(2009년 이후 5%→3% 축소)를 깎아준다. 이를 감안해도 증여세는 약 19억원씩 총 57억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증여 타이밍이 꽤 안성맞춤이었다고 할 만 하다. 일단 한샘 주가가 많이 빠진 상태에서 증여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한샘은 작년 영업이익(연결기준)이 582억원으로 1년 전(1410억원) 보다 거의 반토막 넘게 뒷걸음질쳤다. 주택시장 불황과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행보 탓이다. 주가가 온전할 리 없다. 지난해 초 18만원(1월19일 종가)하던 주가는 후반기에 가서는 거의 4분의 1 토막이 난 4만7600원(10월29일)까지 떨어졌다.

최근 들어 차츰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샘의 이런 주가 흐름이 최 회장의 증여재산 가치에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평가산정 기간에 들어가는 증여일 이전 2개월의 주가만 보더라도 여전히 6만100원(작년 12월18일)~7만8800원(올해 2월13일)에 머물렀다.

싼 값에 증여했으니 내야 할 세금도 적을 수 밖에 없다. 지금이 증여에 적절한 타이밍이었다는 평가가 내려질 만 하다. 최 회장의 가족들이 ㈜한샘 주주가 된 만큼 앞으로는 배당수익도 챙길 수 있다.

최 회장의 계열사 주식 자산과 형성 스토리에 이래저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현 주식가치 686억원(18일 종가 8만8000원)의 ㈜한샘 지분 외에도 앞으로 지분을 물려 줄 개연성이 있는 계열사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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