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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루이벨꾸 제과점’이 제과점업계 동반성장의 시험대로 등장했다.
SPC그룹이 올림픽공원 내에 파리바게뜨 매장을 오픈하려하자, 길 건너에 있는 제과점 ‘루이벨꾸’가 제동을 걸면서부터다. SPC가 500m 이내에 출점을 자제하겠다는 동반성장위원회와의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론 단순한 거리 문제로 보이지만, 그 속엔 '루이벨꾸'가 과연 동네 빵집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놓여있다. SPC 측은 “루이벨꾸는 카페베네가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한제과협회 측은 “개인이 운영하는 동네빵집”이라고 맞서고 있다. 루이벨꾸의 정체성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 누가 거짓말을 하나
사건은 지난 4월 시작됐다. 당시 SPC그룹은 국민체육공단으로부터 올림픽공원 만남의 광장내 제과업 사업을 낙찰받았다. 7월 초에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가려 했지만, 루이벨꾸의 반발에 부딪혔다. 두 가게 사이의 거리는 약 300m. 지난해 2월 동반위는 제과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하고, 대기업 제과점이 동네빵집에서 500m(도보기준) 내에 들어서지 못하도록 했다.
지난 23일 김서중 대한제과협회 회장은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루이벨꾸 길 건너에 파리바게뜨가 입점한다”며 “동반위 출점 자제 권고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김용호 루이벨꾸 사장은 "파리바게뜨 매장이 들어서면 매출이 30~40% 급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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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기준 루이벨꾸 지배구조. SPC 측은 "루이벨꾸는 사실상 카페베네가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지난 5월초 이후 홍종흔 씨가 (주)명장홍종흔의 지분 50%를 김용호 씨에게 넘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명장홍종흔 법인이 2개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문제가 더 꼬이고 있다. |
SPC그룹은 발끈했다. 이날 회사 측은 “파리바게뜨의 중기적합업종 권고사항 위반 사례는 사실무근”이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법적 책임까지 묻겠다고 강경하게 나섰다. SPC 관계자는 “루이벨꾸는 형식적으로 개인 사업자지만, 내부적으론 카페베네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며 “100% 동네빵집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그 근거로 루이벨꾸를 홍종흔 비앤에스에프앤비 대표이사가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비앤에스에프앤비는 제과점 '마인츠돔'(MAINZ DOM)을 운영하고 있는데, 카페베네가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다. 또 홍 대표의 개인회사인 ㈜명장홍종흔이 비앤에스에프앤비의 지분 50%를 들고 있어, 카페베네가 사실상 루이벨꾸를 지배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김 회장은 “루이벨꾸는 명백히 개인 지점”이라며 “SPC에 계속 ‘카페베네와 별개’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베네 관계자도 “(비앤에스에프엔비와는) 완전히 계열 분리했다”며 “지분(45%)은 있으나, 경영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누구 말이 맞을까?
◇ ㈜명장홍종흔은 2곳?..꼬인다 꼬여
카페베네와 루이벨꾸의 관계를 따지기 위해선 시계를 2013년으로 돌려야 한다. 카페베네는 작년 1월 ㈜마인츠돔으로부터 제과점인 '마인츠 돔' 반포점, 압구정점, 중계점 등 3개 지점과 공장을 25억원에 인수했다.
㈜마인츠돔은 제과명장 홍종흔 씨와 김용호 씨가 지분을 절반씩 가진 개인회사다. 홍 씨는 카페베네로 제과점을 넘기는 동시에 카페베네에 합류했다. 대신 김 씨는 ㈜마인츠돔에 남았고, ‘마인츠돔 올림픽공원점’ 매장 한 개를 소유했다. 이후 이 매장이 루이벨꾸로 간판을 바꾸면서 분쟁의 불씨가 된다.
여기에 김 씨와 홍 씨가 각각 똑같은 사명의 회사를 세우면서 일이 더 꼬였다. 작년 4월에 홍 씨는 개인적으로 ㈜명장홍종흔을 설립했다. 한달 뒤 김 씨는 ㈜마인츠돔의 사명을 ㈜명장홍종흔으로 변경했다. 사명이 똑같은 회사가 2개 생긴 것이다. 김씨가 소유한 ㈜명장홍종흔 관계자는 “제과명장 홍종흔 씨를 마케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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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카페베네가 마인츠돔을 인수한 직후인 작년 2월 동반위의 출점 규제가 나오면서 사업 확장의 길이 막혔다. 카페베네는 작년 10월 외식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비앤에스에프앤비를 설립한 뒤, 지분 50%를 홍 씨 소유의 ㈜명장홍종흔에 넘겼다. 홍 씨는 작년 12월 비앤에스에프앤비의 대표이사에도 올랐다.
김 씨가 소유한 ㈜명장홍종흔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루이벨꾸를, 홍 씨의 ㈜명장홍종흔은 마인츠돔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김씨가 소유한 ㈜명장홍종흔 관계자는 “언론과 SPC 측에서 오해를 하고 있는데, 루이벨꾸를 운영하는 ㈜명장홍종흔(김씨 소유)과 마인츠돔을 운영하는 ㈜명장홍종흔(홍 씨 소유)은 전혀 별개 회사”라고 설명했다. 비앤에스에프앤비 관계자는 "루이벨꾸에게 '명장'이란 브랜드로 빵을 공급하고 있지만, 홍 대표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SPC측은 두 회사는 이름을 동일하게 쓰는 한 회사라고 맞서고 있다. SPC 관계자는 "지난 4월 루이벨꾸가 동반위에 제춭한 서류에는 ㈜명장홍종흔의 지분을 홍 씨와 김 씨가 절반씩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반위 관계자는 "(SPC가) 동반성장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며 "결론이 곧 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