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은 3일 재단법인 카오스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지식과 과학적 사고가 국가의 흥망과 개인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단계에 와있다"고 말했다. |
"과학을 하겠다며 대학에 들어갔지만 그 길을 걷지는 못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도 그쪽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못했고요."
이기형(52·사진) 인터파크 회장은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단법인 '카오스(KAOS)' 출범 기자간담회의 서두를 이렇게 꺼냈다.
그는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82학번이다. 대학 다닐 땐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할 것인가?' 등 묵직한 주제를 놓고 씨름했다. 그는 2000년대 초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20대 때는) '양 끝이 타오르는 촛불'처럼 살고자 했다"며 "다시 못 올 청춘인데 죽도록 고민했다"고 썼다.
성공이나 안락함 등 현실적 가치에 목매는 인간보다는 평생을 연구하고 진리를 좇는 학자가 되고 싶었던 그에게 과학은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처럼 그리움과 아쉬움의 대상으로 남았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자신의 인터파크 지분 1.4%(82만주)를 팔아 약 100억원을 마련한 뒤 그 일부를 기초과학을 대중에게 전파하는 재단을 설립하는데 썼다. 이 회장 주머니에서 나온 초기출연금은 6억원. 카오스는 비영리법인이라 수익사업이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회장은 앞으로도 재단 운영비의 상당부분을 직접 부담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러한 역할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긴 것 같았다. 이날 간담회에도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 A4 용지에 직접 인사말을 적어왔고, 긴장한 탓인지 발언 중간중간 중언부언하는 부분도 있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이 회장이 기자들 앞에 공식적으로 선 것은 인터파크 지주사가 주식시장에 상장된 1999년 이후 처음"이라고 귀띔했다. 간담회 자리에는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팀 헌트 박사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카오스는 국내 기초과학분야의 석학 등으로 구성된 '과학위원회'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이 회장은 "대중들의 지지와 공감을 끌어내는 메신저이자 메시아 역할을 할 분을 찾던 중 오 교수가 흔쾌히 응해줘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었다"고 소개했다.
카오스는 첫 사업으로 오는 5~6일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을 지원한다. 이번 강연에서는 '과학자의 꿈과 도전'을 주제로 물리, 화학, 수학, 천문학의 자연과학자들이 과학자로서의 삶과 학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