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편의점의 과당 경쟁을 막을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새 점포의 근접 출점을 제한하거나 담배 판매점 거리 제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거론되고 있지만 소비자 반발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탓이다. 정부가 섣불리 관여했다가 시장만 더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최근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서울시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 제한 기준을 기존 50m 이상에서 100m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담배가 편의점 매출의 40∼5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사실상 편의점 과당 경쟁을 막겠다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부터 이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가 실제로 담배 판매권 규제를 강화하면 편의점 신규 출점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담배가 손님을 끌어들이는 효과까지 고려하면 담배 없는 편의점을 내려는 점주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편의점 출점 경쟁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방안이 편의점 경쟁 완화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가 계획을 내놓긴 했지만 논란의 소지가 있어 실제 시행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담배 판매점 거리 제한을 강화할 경우 기존 점주의 기득권이 필요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규로 편의점을 창업하려는 이들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문턱이 높아지는 꼴이어서 차별적인 규제가 될 수 있다.
담배 판매권은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 점포가 아닌 해당 업장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나온다. 담배 판매권 가진 편의점을 인수하더라도 권리는 이전 운영자에게 있기 때문에 폐업 신청 후에나 새로 공모를 거쳐 담배 판매권을 따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담배 판매권은 지금도 시세가 1000만원쯤 된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사업자 간 직접적인 양도는 금지돼 있지만 담배 판매권 보유 여부에 따라 '권리금'이 달라지는 식으로 거래된다. 결국 서울시가 규제를 강화하면 이 시세가 더 높아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또 기존 점주의 경우 사실상 돈을 들여 담배 판매권을 샀는데 추후 점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땐 거리 제한에 걸려 담배 판매권이 사라지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담배 구매가 어려워지면 흡연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와 별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부 편의점 업체들이 요구하는 자율규약 방식의 근접 출점 제한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업체 끼리 출점 거리를 규정하는 건 자유로운 경쟁에 어긋나는 만큼 '담합'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 2000년 편의점 업체들의 자율 규제를 부당한 공동행위라며 제동을 걸었던 적이 있어 이를 뒤집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른 편의점 관계자는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지원해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다수의 소비자가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달하고 있는 만큼 차라리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기다리는 게 오히려 부작용이 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